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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 문 대통령은 바뀌지 않는다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 칼럼니스트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 칼럼니스트

탁현민은 옳았다. 20일 MBC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서다. 결과는 그의 걱정대로였다. 그는 진행 전에 “내가 청와대에 있었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대통령 행사를 기획했다(선임행정관 재직).
 

‘국민과의 대화’ 밋밋 산만해
국정 찬반의 긴박감 반영 못해
대통령의 변화 거부 확인이 소득
소용돌이의 대한민국 장래 예고

문재인 정권에 대한 논쟁은 격렬하다. 찬반 대립은 거칠다. 애증의 갈림은 가파르다. 정권의 임기 절반이 넘었다. 그런 시점은 국정 장래의 궁금증을 키운다. 하지만 ‘국민과의 대화’는 밋밋하고 산만했다. 민심의 긴박감과 격렬함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청와대의 알림은 틀렸다.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방향과 의지를 소상히 설명할 예정이다(고민정 대변인).” 하지만 소상함은 크게 부족했다. 질문자의 다양함에 치중한 탓인가. 어느 장면은 팬 미팅이었다. 어느 풍경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문답 같았다.
 
‘국민과의 대화’ 시간은 길었다(115분). 대통령의 국정 무기는 말이다. 민심은 언어로 낚아챈다. 대통령은 노련한 낚시꾼이어야 한다. 문답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그런 감각 작동은 리더십 순발력이다. 그때 상징적 언어를 던져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 연출의 극적 순간이다. 그것으로 국정 상황은 장악된다. 대중과의 소통도 절정에 다가간다.
 
문 대통령의 응수는 친절했다. 하지만 그는 강약 조절에 실패했다. 그 때문에 평범하고 장황했다. 어느 대목에선 진부했다. 생동감 있는 수사(修辭)는 찾기 힘들었다. 문 대통령은 긴 시간을 허비하는 듯했다. 그의 집권 후반기 데뷔 무대는 시원치 않았다.  
 
기억에 남는 구절은 딴 데 있었다. 사회자 배철수(MC·가수)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노래만 불렀다. 민주화에 대해 부채의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렇게 배려했다. “엄혹했던 독재 시기에 민주화 운동은 굉장히 의미가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음악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줬다면 민주화 못지않게 값진 일이다.”
 
문 대통령의 표정은 사람 좋은 미소였다. 그는 진지했다. 하지만 대체로 그동안 발언의 반복이었다. 그는 심각했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의 고집은 그대로였다. 그는 “공수처는 야당을 탄압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쟁점은 커졌다. 보수우파의 의심은 실감난다.  
 
공수처는 대통령을 위한 권력기관이다. 그런 본질은 유혹을 받는다. 그 때문에 문재인 정권의 친위대로 등장할 수 있다. 공수처 권한은 집결이다. 기소권과 수사권이 모두 쥐어진다. 그것은 권한 분리의 국제적 대세에 역주행이다. 거기에 위헌의 그림자도 드리운다. 하지만 이런 의문과 문제점에 대한 답변과 해명은 없었다. 그의 집념만이 뚜렷해졌다.
 
‘장담’이란 그의 표현은 파장을 낳는다.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있다고 장담하고 싶다. ··· 부동산 가격을 잡아 왔다.” 강남 아파트의 속성은 기묘하다. 가격은 잡으려 할수록 튄다. 그 기묘한 속성은 오랜 세월 축적됐다. 역대 정부의 관련 정책은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내놓았다. 강력한 처방이다. 하지만 크게 먹히지 않고 있다. 장담은 단정적이다. 논란거리에 쓰기엔 위험한 단어다. 문 대통령의 어휘 선정은 미숙했다. 그것은 민심의 신뢰를 잃게 한다. 그런 말은 공허해진다. 그의 판단은 현장과 멀어져 있다.
 
문 대통령의 말이 활기를 띤다. 북한과의 부분에서다. “남북관계는 제가 보람을 굉장히 많이 느끼는 분야다. 불과 2년 전 2017년 상황과 지금 상황을 비교해 봐라. 그때만 해도 자칫 잘못하면 전쟁이라도 터지지 않을까··· 지금은 대화 국면에 들어서 있다.” 대북정책은 그렇게 요지부동이다. 하지만 그 분야는 국민적 갈등의 원천이다. 다수 국민에게 ‘보람’은 환멸이다. 2017년 한반도 상황은 과장이다. 그 무렵의 전쟁 위기론은 검증되지 않았다. 그 속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허풍이 담겨 있다.
 
문재인 정권의 평화는 비굴하다. 평화·평화체제·평화경제의 외침은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은 그런 유화적 모습을 깔본다. 북한의 반응 방식은 “삶은 소대가리” 같은 욕설이다. 문 대통령의 인내는 되풀이된다. 그런 끈질긴 참을성은 기이하다. 북한은 문재인 정권의 약점을 잡은 듯한 태도다. 평화의 앞날은 불길하다.
 
대통령은 성공의 정점이다. 그런 성취 공간에서 변신은 섣부른 모험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체로 바뀌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유난스럽다. 민심의 국정 변화 요구는 이어진다. 하지만 그의 자세는 완강한 거부다. 그것은 원리주의 권력 성향 때문이다. 이념형 집권자는 통합과 개방에 소홀하다.  
 
지금쯤 그는 대통령 자리에 익숙할 것이다. 권력도 최고, 정보도 최고인 상황이다. 그무렵의 대통령은 ‘마이웨이’다. 문 대통령의 자기미화는 그런 기세를 드러낸다. “임기 절반 올바른 방향을 설정했고 기반을 닦아 드디어 싹이 돋아나고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 말은 국민 다수의 반발을 낳고 있다.  
 
문 대통령은 바뀌지 않는다. 그 점을 실감한 것이 역설적인 소득이다. 그것은 소용돌이의 나라 장래를 예고한다.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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