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민식이 부모 눈물 호소, 국회 응답할까…문 대통령 “스쿨존 식별 방안” 지시

“저는 충남 아산 어린이집 앞에 위치한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로 9살 큰 아들 민식이를 하늘의 별로 보낸 엄마 박초희입니다.”
지난 19일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첫 질문자로 마이크를 잡은 고(故) 김민식군 어머니는 자기 소개를 시작하면서부터 오열했다. 박초희씨 주변에는 각기 다른 사고로 목숨을 잃은 태호ㆍ해인ㆍ하준 어린이의 부모들이 아이들 사진을 들고 함께 섰다. 박씨는 “아이들 이름으로 법안을 만들었지만 단 하나도 통과하지 못한 채 (국회에) 계류중”이라며 “대통령이 공약했다.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 2019년엔 꼭 이뤄지길 약속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스쿨존 전체에서 아이들 안전이 훨씬 더 보호되도록 정부가 지자체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하루 뒤인 20일 “스쿨존 내 교통 사망사고 가중처벌과 단속카메라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민식이법’이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되길 바란다. 법제화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스쿨존의 과속방지턱을 길고 높게 만드는 등 누구나 스쿨존을 쉽게 식별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라”고 말했다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지난 19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떤 법률들인가

민식군은 9월 11일 충남 아산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횡단보도에서 제한속도를 넘어 달리던 차에 치여 숨졌다. 김태호ㆍ정유찬군은 지난 5월 인천에서 ‘송도 축구클럽’ 승합차를 타고 오던 중 운전자 과속과 신호위반 끝에 발생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4세였던 이해인양은 지난해 8월 경기도 용인시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던 길에 제동장치가 풀려 내려온 차량에, 최하준군(당시 4세)은 2017년 10월 경기도 과천의 서울랜드 주차장에서 경사면을 따라 굴러내려온 차량에 치여 짧은 생을 마쳤다.
 
‘민식이법’(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5가지 법률 개정안으로 발의된 ‘태호ㆍ유찬이법’(이정미 정의당 의원 등 발의, 체육시설의 설치ㆍ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은 영업용 차량이 아니더라도 어린이를 탑승시켜 운행하는 모든 차량을 신고ㆍ등록하도록 하고 운행기록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는 등의 내용이다. ‘하준이법’(민홍철 민주당 의원 발의, 주차장법 개정안)은 주차장 소유자에게 경사진 곳에 주의 표지판 설치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해인이법’(표창원 민주당 의원 발의)은 어린이 안전사고 발생시 어린이 이용시설 종사자와 관리자에게 응급조치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 등을 담은 ‘어린이안전기본법’이다.    
지난 13일 민식군의 부모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청원 참여와 '민식이 법' 법안 통과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뉴스1]

지난 13일 민식군의 부모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청원 참여와 '민식이 법' 법안 통과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뉴스1]

20대 국회에는 어린이 안전 관련 법안이 유독 많이 발의됐지만 ‘한음이법’(민주당 권칠승 의원 발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의 일부가 2016년 11월 처리돼 공포된 게 성과의 전부다. ‘한음이법’은 같은 해 4월 지적 장애를 지닌 박한음(당시 7세)군이 특수학교 통학 차량 안에 방치돼 숨진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법이다. 통학차량 운전자가 문을 닫기 전에 차량 맨 뒤에 달린 확인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비상경보음이 울리는 장치를 설치해 잠든 아이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게 하는 법이다.
 
그러나 하준이법은 2018년 1월 발의됐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멈춰있고, 다른 법안들은 수개월째 상임위 논의도 거치지 못한 상태다. ▶정쟁으로 인한 잦은 상임위 파행 ▶관계 부처의 난색 ▶각 당 지도부의 무관심 등이 논의 지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관인 태호·유찬이법은 지난 18일 법안심사 소위원회 논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회의가 파행됐다. 문체위는 20대 국회 들어 파행이 잦은 상임위 중 하나다. 익명을 원한 한 문체위원은 “법안은 쌓여있지만 회의 한번 열리기가 쉽지 않다”며 “여·야 지도부가 이런 비쟁점 법안에 무심한 것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발로 뛰는 이정미, 예산으로 우회로 찾는 강훈식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하준이와 태호, 민식이 엄마 아빠 등이 어린이 생명안전 관련 법안들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하준이와 태호, 민식이 엄마 아빠 등이 어린이 생명안전 관련 법안들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린이 안전 관련 법률 처리를 위해 가장 분주하게 뛰는 사람은 태호ㆍ유찬이법을 발의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 14일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들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생명안전 관련 법률안 통과 촉구 결의안’도 내놨다. 지난 19일 본회의에선 5분 발언을 신청해 “어린이 생명안전법안은 골치 아프거나 이해관계가 첨예한 법이 아니다. 그 내용을 한번만 들여다보면 단번에 필요성을 알아차릴 수 있는 법이다”라며 “행안위ㆍ문체위ㆍ국토위 법안 소위를 한번만 열어서 이 문제를 다뤄달라”고 호소했다. 이 의원은 해당 상임위 의원들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법안 처리를 호소했고 28일 행정안전위원회는 드디어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안들을 심의하기로 했다. 
 
‘민식이법’을 발의한 강훈식 의원은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안소위) 위원으로 지명되면서 예산으로 문제를 풀어보려 시도하고 있다. 강 의원은 지난 7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종합정책질의에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매달 1명이 죽는데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이야기하느냐”며 “(어린이 보호구역 내) 과속카메라 설치율 4.9%는 누구 책임이냐. 서로 비겁하게 책임 떠넘기면서 이 지경까지 온 것”이라고 따졌다. 이후 강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예산안소위 위원인 송언석ㆍ성일종 의원을 설득해 스쿨존 CCTV 설치 예산 1000억원 증액안을 안건으로 올렸다. 강 의원은 “매년 1000억 정도의 예산을 들이면 5년 내에 설치를 완료할 수 있다”며 “정부도 입법이 어렵다면 예산으로라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식군 부모가 낸 국민청원은 전날 방송의 영향으로 청원인 20만 명을 넘어섰다. 문 대통령이 스쿨존을 쉽게 인식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 시행할 것을 지시하면서 여당인 민주당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며 “필요하면 당ㆍ정 협의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