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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꺼낸 지소미아 '방파제론'···트럼프 '무임승차론' 닮은꼴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종료 후 시간 관계상 받지 못한 질문지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종료 후 시간 관계상 받지 못한 질문지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일본 안보 방파제론’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안보에 있어 한국은 방파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우산, 우리의 방파제 역할을 통해 일본은 방위 비용을 작게 들이면서도 자신들의 안보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당 대표들과의 만찬에서도 같은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번에는 직접 자세한 설명에 나섰다.

노신영 총리, 81년 일에 '안보경협자금' 요구

방파제론은 고(故) 노신영 전 총리가 1981~83년 진행됐던 양국 간 경제협력 협상 과정에서 제기했다. 당시 외무장관이었던 노 전 총리는 “한국이 소련, 중국, 북한의 위협에서 일본의 안보를 지켜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른바 ‘안보 경협 자금’으로 100억 달러 지원을 요청해 40억 달러를 지원받게 됐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방파제론은 대내외적으로 정부의 지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불가피성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근본적 원인과 책임이 우리가 아니라 일본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건물 앞에서 진보대학생넷 회원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건물 앞에서 진보대학생넷 회원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특히 “일본의 국방비 지출은 전체 국내총생산(GDP) 대비 1%가 채 되지 않는다. 반면 우리는 2.5%, 2.6%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비용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숫자까지 미리 준비, 작심한 듯 일본의 ‘한국 안보 우려론’을 반박했다.  

문 대통령 '비용' 반복 강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안보 무임승차론’과 닮은꼴이라는 시선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동맹국들이 미군이 지켜주는 데 대한 대가를 제대로 내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지금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금 5배 증액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무임승차론 시각에서 비롯됐다.
문 대통령의 방파제론은 일본이 안보 측면에서 많은 돈을 들이는 한국의 덕을 보고 있는데, 일본은 오히려 한국을 향해 안보 우려를 제기하며 수출 규제의 명분으로 삼았다는 비판이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한국의 방위를 위해 굉장히 많은 비용을 쓰고 있고, 이를 통해 일본의 안보에도 도움 주는 것”이라며 ‘비용’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이때문에 논리적 구조상으로는 문 대통령의 방파제론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무임승차론에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있다. 이번 발언에 대미 메시지 성격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방파제론, 냉전적 사고…대중 외교엔 안 맞아"

그러나 80년대 노 전 총리가 방파제론을 제기할 때와 지금의 국제 안보 환경이 다르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당초의 방파제론에는 남방삼각(한ㆍ미ㆍ일) 대 북방삼각(북ㆍ중ㆍ러)이 충돌하는 구도가 전제로 깔려 있기 때문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자는 화두를 던진 문 대통령이 전형적인 냉전적 시각인 방파제론을 제기한 것은 다소 모순적”이라며 “이는 우리가 일본을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막아주고 있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한국은 대중ㆍ대러 외교 측면에서는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일본 재무장 합리화, 역공 우려도  

또 일본이 한국 안보에 기여하는 측면도 제기될 수 있다. 주일미군 기지의 유엔군 후방기지 역할이 대표적이다. 후텐마 기지를 비롯, 일본 내 7개 주일미군 기지는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 집결 및 전개는 물론 전시에 필요한 물자 공급에도 핵심적 역할을 한다. 주일미군 주둔비용은 일본이 미국과 나눠 분담한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방파제론이 완벽하게 틀린 인식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지소미아를 이야기하면서 비용을 언급하는 것은 맥락상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에서 비용 이야기를 하며 동맹을 압박하는 것은 미국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유엔사 후방기지 등 일본이 한국을 위해 하는 안보적 역할은 언급하지 않아 반쪽짜리 방파제론이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국방 예산이 GDP의 1%도 되지 않는다는 지적은 역공의 우려가 있다. 일본의 국방비는 평화헌법에 의해 1%로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직 외교관은 “이는 ‘그럼 일본이 한국 수준처럼 2~3%로 국방 예산을 증액하면 그때는 적절한 비용을 쓰는 것만 평가하고 일본의 군국주의화나 군사대국화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냐’라는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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