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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면서도 당당한 당신께

기자
한익종 사진 한익종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36)

내가 보고도 내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전동 킥보드를 타고 전철에 오르는 5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사람. 바로 사달이 났다. 다음 역에서 오른 역무원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건 사실 실랑이 거리도 아니다. “손님 전철역 구내에서는 전동 킥보드를 타시면 안 됩니다” 대꾸가 가관이다. “ 아니 왜 못 타? 나는 충분히 탈 자격이 있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안 주면 되는 거 아냐? 그리고 충분히 주의해서 타니 사고는 걱정하지 마” 아니 이게 무슨 해괴한 논리래. 자기만 주의하면 된다니.
 
그리고 옛 우화도 모르나? 앞 못 보는 장애인이 밤에 호롱불을 밝히고 걷는 데 마주 오던 사람이 “아니 앞도 못 보는 사람이 왠 불을 밝히고 다니냐?” 그랬더니 “내가 보기 위해서 불을 밝힌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나를 못 보고 와서 부딪힐까 봐 그러오” 이 정도의 배려는 아니라도 전철역 구내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는 건 도대체 무슨 심사인가?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행동이다. 자기 딴에는 젊어 보이려고, 아직도 젊었다는 것을 강변하고 싶어서인지 모르겠지만 그건 아니다.
 
애써 젊은이들의 모양새를 닮는다고 해서 젊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진정 젊어 보인다는 것은 그 나이에 걸맞은 사고와 행동을 할 때 가능하다. [연합뉴스]

애써 젊은이들의 모양새를 닮는다고 해서 젊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진정 젊어 보인다는 것은 그 나이에 걸맞은 사고와 행동을 할 때 가능하다. [연합뉴스]

 
요즘 30대처럼 보이는 50대, 40대처럼 보이는 60대라는 말이 회자하고 있다. 삶의 질이 향상되다 보니 나이 든다는 것이 예전의 숫자 개념과는 다르고 실제로 젊어 보이는 장노년이 많다. 그리고 그렇게 보이고 싶어하는 욕구가 분출되고 있으니 그 사람도 그렇게 보이고 싶어서였나 보다. 그런데 그런 젊은이들의 취미와 복장을 따른다고 젊어 보일까? 아서라. 추하다. 외양은 나이 들어 보이는 데 그를 애써 감추려는 복장이나 행동이 오히려 늙었다는 걸 자인하는 일이니 어색할 수밖에 없다.
 
애써 젊은이들의 모양새를 닮는다고 해서 젊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진정 젊어 보인다는 것은 그 나이에 걸맞은 사고와 행동을 할 때 가능하다. 정반대는 어떤가? 별로 나이 들어 보이지도 않는 데 나이 든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도 추하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모든 특권을 누리려는 듯한 행동이 자신의 나이보다 노쇠했다는 것을 드러냄이니 추할 수밖에.
 
제주 공항에 도착해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데 버스가 도착하자 뒤편에 있던 60대가 새치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바로 앞에 섰던 젊은 커플의 얘기 “저 아저씨는 자기 맘대로네. 줄도 필요 없어. 마치 서울 지하철 1호선 전철을 보는 것 같아.” 1호선이 가장 노쇠한 전철 구간이니 그런 비유인가? 아니면 1호선을 이용하는 어른들이 얼마나 무질서하면 제주에서 새치기하는 노인을 일컬어 지하철 1호선에 빗댄 걸까?
 
어쨌거나 나이 들었으니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행동은 더 늙어 보이게 하는 경우다. 스스로 젊어 보이려고 해괴한 언행을 하는 경우나 늙어가니 어떤 행동을 해도 괜찮다는 행동은 착각이다. 나이에 걸맞은 원숙한 언행을 하는 것이 젊게 사는 것이다.
 
오늘날 늙는다는 것은 단순히 정신적, 육체적으로 쇠퇴한다는 부정적 관점보다는 연륜에 따라 좌고우면할 줄 아는 여유와 배려가 생겼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인생후반부 진정으로 젊어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청춘의 뜨거운 피를 감당 못 해 분출하는 저돌적 언행도 아니고, 이 세상 모든 것이 자기 것인 양 맘대로 행동하는 일도 아니다. 젊게 나이 든다는 것은 이기적 사고를 버리고 남을 배려하며 함께 살아간다는 자세를 보일 때 가능하다.
 
제주의 새로운 소통공간인 코먼츠 필즈. 제주에서 어린이들을 상대로 환경과 봉사, 창작 교실을 진행하면서 함께 사는 사회에의 기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사진 한익종]

제주의 새로운 소통공간인 코먼츠 필즈. 제주에서 어린이들을 상대로 환경과 봉사, 창작 교실을 진행하면서 함께 사는 사회에의 기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사진 한익종]

 
이기심을 버리고 함께 살아가는 것과 봉사와 기부와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자. 봉사는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하며 자신의 현재에 대해 만족감을 갖게 해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봉사가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하고 그런 마음이 언행으로 나타나 그러지 않은 사람들보다 젊게 더 오래 산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밝혀진 바가 있다. 1998년 미국 듀크대학 병원의 헤롤드 쾨니히와 데이비드 라슨은 매일 감사하며 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7년을 더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7년을 오래 산다는 것은 7년을 더 젊게 산다는 말로 이해해도 될 것이다.
 
우리는 흔히 다른 사람에게 젊어 보이는 비결이 뭐냐고 물으며 그를 부러워한다. 내 생각으로 젊어 보이는 것은 행복한 삶의 결과이다. 행복하다고 느끼면 무한한 세로토닌의 생성으로 인해 생기를 불러오게 하니 당연히 젊어 보이는 것이다. 행복한 삶의 근원은 무엇일까? 탈무드에서는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의 현재에 만족하며 이웃에게 봉사와 기부를 행하는 사람이다.
 
산에 가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각종 동호회 리본들을 제거한다.이도 자신을 자랑하고자 하는 이기심의 발로다.

산에 가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각종 동호회 리본들을 제거한다.이도 자신을 자랑하고자 하는 이기심의 발로다.

 
나는 가끔 가치 있는 삶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내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삶이란 ‘부유하되 교만하지 않고, 궁핍하되 추하지 않은 삶’이다.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하는 사람은 늙어도 늙어 보이지 않는 비결을 갖고 있다. 외양적 젊음을 유지하려고 기를 써 봐야 그건 오히려 스트레스로 돌아와 결국은 더 나이 들어 보이게 할 뿐이다, 욕심을 부리면 추해질 수밖에 없다. 늙어가는 것을 추하다고 여긴다면 추하지 않게 나이 들며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다. 욕심을 버리고 함께 살아가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 정신적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최근 92세에 이른 배우 신영균 씨가 자신의 재산 500억을 사회에 기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래전 사재 500억을 기부한 바 있는 배우 신영균 씨를 보며 영원히 늙지 않을 어른 같다는 생각을 가진 바 있다. 신영균 씨는 아마 영원한 청춘스타로 기억될 것 같다.
 
전동 킥보드를 타며 거리를 질주하며 젊음을 강변하고 싶은가? 젊은이들을 억지로 누르며 아직 힘이 넘친다고 자랑하고 싶은가? 젊게 살고 싶다면 이기심을 누르고 욕심을 버리고 배려하고 함께 나누는 삶을 살 일이다. 욕심을 부리고 자신만 살겠다고 아득바득 사는 사람은 늙어 보일 수밖에 없다. 젊어 보이고 싶은가? 젊게 살고 싶은가? 봉사만이 그를 가능케 한다.
 
푸르메재단 기획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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