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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현남편 홀대’에 의붓아들 살해…남편, 카레 아닌 수면제 먹고 ‘깊은 잠’

“병원비도 안 내준다” 유산 후 앙심

"고유정이 아들을 죽였다"며 검찰에 고유정을 고소한 현남편(왼쪽)과 고유정. [중앙포토]

"고유정이 아들을 죽였다"며 검찰에 고유정을 고소한 현남편(왼쪽)과 고유정. [중앙포토]

전남편을 살해한 고유정(36)이 연쇄살인 혐의로 기소되면서 의붓아들 살해 상황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두 차례 유산을 하는 동안 현남편(37)이 자신을 홀대한다는 복수심에 의붓아들 A군(5)을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의 공소장과 8개월에 걸친 검찰·경찰의 수사 등을 토대로 A군이 살해된 전후 상황을 재구성했다.

검찰 공소장으로 본 범죄 재구성
두 차례 유산·현남편 불만에 살해
법원, 전남편·의붓아들 재판 병합

 
사건은 고유정이 지난해 10월 15일 임신한 아이를 유산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현남편과의 사이에서 임신한 아이를 각별히 아꼈다고 한다. 고유정은 아이의 태명을 ‘OO’라고 지은 뒤 태아와 대화를 나누며 애정을 쏟았다. 
 
하지만 전남편과 이혼한 뒤 행복한 새가정을 꾸리려던 고유정의 계획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임신 후 현남편과의 잦은 다툼과 스트레스 등으로 아이를 유산해서다. 고유정은 2017년 6월 전남편인 강모(36)씨와 이혼한 뒤 그해 11월 현남편과 혼인신고를 했다.
 
아이의 유산은 가정불화로 이어졌다. 고유정은 유산 닷새 후인 10월 20일 친정이 있는 제주도로 향했다. “아이를 잃은 후로도 현남편이 자신을 위로해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고유정이 경찰에 체포될 당시 범행을 부인하는 모습. [중앙포토]

고유정이 경찰에 체포될 당시 범행을 부인하는 모습. [중앙포토]

“카톡 사진 바꿨다”…분노 폭발

가출 후 사흘간 현남편과 연락을 끊은 고유정은 10월 23일 첫 불만을 드러냈다. 현남편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의붓아들로 바꾼 데 격분해 보복성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는 “나를 기다려?” “기다린다는 사람이 제일 먼저 ‘△△(A군)’ 사진 떡하니 올려놓는 건데…” 등의 문자를 보냈다.
 
당시 그는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친아들(5)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사진을 바꾼 것은) ★★이까지 능멸한 거야” “★★이는 당신 가족이 아니야, 알아?” 등의 내용이었다.
 
고유정의 분노는 닷새 뒤인 10월 29일 문자를 통해 다시 폭발했다. 현남편이 자신의 병원비를 주지 않는 데 격분해서다. 그는 당시 유산 후유증으로 부산의 병원에 입원한 것처럼 꾸며 병원비를 달라고 했으나 남편은 이를 의심했다. 이에 고유정은 “입원했습니다. 입원했다고!!!!!!!!!!!”라고 답했다.
 
당시 문자에는 범행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도 담겼다. 그는 “10주 가까이 품는 동안 이미 아기는 내 아기였고, 미치기 직전까지도 갔어” “당신 입장에서는 △△(A군)가 사라지는 것과 같은 기분인 거야” “너 상상 이상으로 무너뜨리고 떠나주마” 등의 문자를 통해서다.
고유정과 고유정 인물 관계도. [중앙포토]

고유정과 고유정 인물 관계도. [중앙포토]

 

유산 후 갈등…범행 암시 문자?

검찰은 이때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살해할 마음을 먹은 것으로 보고 있다. 병원비 문제로 다툰 2일 뒤인 11월 1일 제주도의 한 병원을 찾아가 수면제 일종인 명세핀정을 처방받아서다. 검찰은 이 명세핀을 A군 살해 전날 현남편에게 먹인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정이 현남편에게 “이상한 잠버릇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시점도 검찰이 관심을 쏟는 부분이다. 그는 수면제를 처방받은 다음날인 11월 2일 청주 자택을 찾아가 현남편과 한방에서 잔 뒤 다음날 다시 제주로 향했다.
 
제주로 돌아온 다음날인 11월 4일에는 현남편과 메신저를 하다 “잠꼬대”를 언급했다. “(당신) 어제도 잠꼬대 하더라. 몸으로 누른다고 해야 되나? 나도 잠결이라 뭔가 막 힘에 눌리는 기분에 잠 깼는데…”라는 내용이다. 
 
검찰은 가출 상태에서 굳이 청주 자택에서 잠을 잔 것이 현남편의 잠버릇을 부각하려는 행동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경찰도 A군이 친부와 함께 단둘이 잠을 자던 중 피를 흘린 채 숨졌다는 점에서 현남편을 조사하기도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군의 사인에 대해 누군가 고의로 눌러 숨지게 했을 가능성이 큰 ‘압착에 의한 질식사’라는 소견을 내놨다.

 
고유정(36)이 지난 6월 6일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얼굴(왼쪽부터)을 가린 모습. 두 번째는 6월 7일 같은 장소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며 얼굴을 보인 모습. 오른쪽은 6월 12일 제주지검으로 송치되면서 얼굴을 가린 모습. [뉴시스]

고유정(36)이 지난 6월 6일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얼굴(왼쪽부터)을 가린 모습. 두 번째는 6월 7일 같은 장소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며 얼굴을 보인 모습. 오른쪽은 6월 12일 제주지검으로 송치되면서 얼굴을 가린 모습. [뉴시스]

“잠결에 막 눌려”…이상한 잠버릇

고유정은 잠꼬대를 언급한 후부터 A군을 청주 자택으로 데려오기 위해 수차례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현남편이 어린이집 문제 등을 이유로 “(A군을) 내년 2월에 데리고 오겠다”고 해서다. 당시 고유정은 청주가 아닌 제주에 머물던 상태였다.
 
A군의 청주행을 20여일 앞둔 올해 2월 10일에도 또한번 고유정을 자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두 번째 임신을 한 고유정이 A군을 청주로 데려오는 문제로 현남편과 크게 말다툼을 한 뒤 아이를 유산한 것이다. 당시 고유정은 현남편이 유산 당일 A군의 사진을 백업하는 행동에 또다시 적개심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을 데려와라”는 고유정의 채근은 두 번째 유산 후로 더욱 심해졌다. 결국 남편은 유산 8일 뒤인 2월 28일 A군을 청주 자택으로 데려왔다. 고유정이 “이튿날 열리는 어린이집 예비소집에 (A군을) 참석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서다. 이때 고유정은 자신의 친아들(5)은 ‘제주 어린이집 졸업’을 이유로 3월 2일에 데려오겠다고 했다.
 
지난 8월 12일 제주지법에서 전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호송차에 오르는 고유정의 머리채를 잡아 당기고 있다. [뉴시스]

지난 8월 12일 제주지법에서 전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호송차에 오르는 고유정의 머리채를 잡아 당기고 있다. [뉴시스]

현남편, 수면제 먹고 ‘깊은 잠’

검찰은 고유정의 범행이 A군의 예비소집일인 3월 1일 저녁때 시작된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오후 10시쯤 A군을 재운 뒤 거실로 나온 현남편에게 수면제(명세핀정)가 든 차를 마시게 했다. 이후 남편은 12시쯤 A군과 같은 침대 위에서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이후 고유정은 4시간 후인 2일 오전 4시부터 6시 사이 친부와 함께 잠을 자던 A군에게 다가갔다. 검찰은 고유정이 엎드린 자세로 자던 A군의 얼굴을 침대에 파묻히게 한 뒤 10분여간 뒤통수를 눌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했다.
 
한편, 법원은 A군 살인사건과 현재 진행 중인 전남편 살해사건 재판을 병합 심리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가 병합 심리를 요청하고 있다”며 “1월 말에는 결심 공판이 이뤄지도록 양측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했다. 고유정은 A군 사망 84일 후인 지난 5월 25일 제주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청주=최종권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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