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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낮추라고요? 중소기업은 서류도 떨어져요”…'IN서울'이 마이너스 스펙

일러스트=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면접관이 자기소개서를 보더니 'OO대 나와서 왜 우리 회사를 지원하지?'라고 물었어요. 회사의 비전을 봤다고 대답은 했지만, 면접 내내 의아한 표정이었습니다. 결과는 탈락이었고요" (27세 취업준비생 장모씨)
 
서울권 주요 대학교 출신 취업준비생이 중소·지방 소재 기업 취업에 고배를 마시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길어진 취업난에 고스펙 취준생의 '하향지원'은 늘고 있지만, 이직을 우려한 기업은 채용을 주저하고 있다.
 

눈 낮춰도…"'인서울'이면 서류도 떨어져" 

첫 직장으로 중소기업 들어갈 의향. 그래픽=신재민 기자

첫 직장으로 중소기업 들어갈 의향. 그래픽=신재민 기자

구인구직사이트 '사람인'이 취준생 28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77.9%가 입사 지원 기업의 눈높이를 낮춘 '하향지원'을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30.7%는 기업 규모(대·중소기업)의 조건을 낮췄다고 말했다.
 
취준생들이 하향지원을 선택하는 이유로 '불안감'을 꼽는다. 신지수(25·가명)씨는 "취업준비를 시작하고 첫 하반기에는 가고 싶었던 대기업 3곳만 지원했다. 다음 상반기에는 10곳을 썼다"면서 "취준이 1년이 넘어가면서 대기업·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50곳 넘게 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눈높이를 낮춘 지원이 합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사람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눈높이를 낮춰 지원한 구직자 가운데 60.1% 가운데 입사에 성공한 비율은 17.6%에 불과했다.
신씨는 "50여곳 가운데 절반이 중소기업이었지만, 서류 합격은 대기업에 지원한 경우보다 적었다"며 "이제는 다시 대기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지방 기업 "뽑아봤자 그만두니까"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고스펙 지원자를 꺼리는 이유로 높은 퇴직률을 꼽는다. 여건이 좋은 대기업으로 이직하거나 회사를 관두는 경우가 많다는 하소연이다. 고용정보원이 지난 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청년취업자 가운데 49.5%가 2년 내에 회사를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 IT업체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가장 뼈아픈 게 신입사원이 그만둬서 새로 뽑는 일"이라며 "명문대 나온 스펙 좋은 지원자를 뽑아놔도 1년을 채우지 않고 그만두는 사원이 대부분이라 우리도 눈을 낮춰 사람을 뽑는다"고 말했다. 
 
이른바 '인서울'(서울권 대학을 이르는 말) 출신 지원자에 대한 기피 현상은 지방 소재 기업에서 더 뚜렷해진다. 
 
충남지역 제조업체 관계자는 "월급을 대기업 못지않게 주고 있지만, 서울에서 학교를 다닌 사원은 적응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가더니 결국은 그만두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경북의 한 유통업체 인사담당자는 "실무 면접에서는 더 뛰어난 평가를 받은 인서울 출신 지원자가 임원 면접에서 떨어져 의아했다"면서 "나중에 들어보니 신입사원이 그만둘 것을 걱정한 임원진이 이직 가능성이 작을 것 같은 다른 지원자를 뽑았다"고 전했다.

 
일부 기업에서는 취준생의 하향지원 경향을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 렌터카 업체에 지원했던 장모씨는 "면접관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 학교를 나와서 왜 우리 회사에 지원하냐'고 물었다"며 "취업이 쉽던 시절 이야기를 하며 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면접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눈 높아 취업 못 해' 옛말…"대기업밖에 못 쓴다"

지난해 열린 취업박람회 '2018 LEADING KOREA 잡페스티벌' 현장. [연합뉴스]

지난해 열린 취업박람회 '2018 LEADING KOREA 잡페스티벌' 현장. [연합뉴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달 취업준비생 221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2%가 첫 직장으로 중소기업에 들어갈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취준생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한다는 통념과 다른 결과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취직하지 못하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서울권 대학 출신 취준생은 극소수 대기업 취업에만 '올인' 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취업준비생 양모(27)씨는 "눈이 높아서 취업을 못 한다고 하는 건 요즘 취업 시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면서 "어차피 서류에서 떨어질 중소기업을 쓰느니 손에 꼽는 대기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취업을 뚫기 위해 스펙을 낮춰서 지원서를 쓰는 지원자도 있다. 자격증이나 높은 외국어 성적, 활동 경험을 지원서에 쓰지 않아 '몸값'을 낮추는 방법이다. 양씨는 "너무 좋은 스펙은 기업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면서 "일단 합격하기 위해 지원서도 기업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중소기업→대기업→공무원·공기업'으로 이어지는 지원 성향도 나타난다. 대기업 지원이라는 '외길'에 몰린 취준생이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결국 공공 부문 취업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다. 
취업준비생 이모(29)씨는 "상향지원과 하향지원을 반복하다 취업 기간이 길어져 나이가 차면 대기업도 쓰기 부담스럽다"면서 "'답은 NCS(국가직무능력표준·대부분 공기업 입사에 성적이 필요함)밖에 없다'며 공무원이나 공기업 준비로 빠진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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