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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시간 내내 답답함과 아쉬움 남긴 ‘국민과의 대화’

우려가 현실이 됐다. 어제 저녁 MBC가 2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소통한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결과적으로는 보여주기 쇼에 그치고 말았다. 질문은 겉돌았고, 답변 역시 원론적 수준에 그쳐 현안과 관련한 궁금증을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했고 답답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동영상 버전 보는 느낌
경제·외교 정책 전환 요구엔 변화 안 읽혀

실제 방송을 보니 형식보다 진행 방식이 더 큰 문제였다. MBC는 “총 1만6000여 명의 지원자 가운데 성별과 나이·지역 등을 고려해 300명의 방청객을 골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체 지원자들이 사전에 써낸 질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일자리와 경제 활성화 등 경제에 집중됐고, 검찰 개혁과 외교 안보 이슈가 뒤를 이었다는 데이터를 공개했다. 하지만 정작 이날 생방송에선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문제, 탈원전 정책, 입시 문제, 방위비 분담금 등 경제와 외교와 관련해 대통령을 곤란하게 만들 질문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대신 교통안전과 다문화 문제를 비롯해 사적인 민원이 많아 기자회견을 대신하는 국민과의 대화가 아니라 청와대 청원게시판의 동영상 버전 같은 느낌마저 줬다.
 
경제와 관련해선 주52시간과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질문이 나왔지만 국회 입법 미비나 전 정권 탓으로 일관해 정책 기조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는 국민적 바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또 서울의 치솟는 집값에 대한 질문에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검찰 개혁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문 대통령이 ‘조국 사태’와 관련해 처음으로 ‘사과’라는 표현을 쓴 것은 다행스럽다. 그는 “조국 전 장관을 장관으로 지명한 취지와는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많은 국민에게 오히려 갈등을 주고 분노하게 만든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검찰 개혁의 중요성과 절실함이 다시 한번 부각된 건 한편으론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적 인식과는 동떨어져 있음을 내비쳤다.
 
오히려 기존의 원론적인 주장을 반복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과 민주적 통제라는 방향만 제시했을 뿐, 최근 논란이 된 ‘법무부 장관에 수사 사전 보고’ ‘오보 기자의 검찰청 출입 제한’ 등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관련해서는 “정쟁화돼 있다”며 야당의 책임을 묻는 듯한 발언도 했다.
 
한·미 동맹에 있어서도 문 대통령은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않았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가 임박(22일 자정)했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결렬됐는데 지소미아와 관련해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까지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일본과 노력하겠다”며 여지는 남겨뒀지만 “일본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일본 안보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일본이 안보적으로 한국을 믿지 않고 수출통제를 했다”며 “(그래서) 군사정보 교류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어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지소미아 종료로) 미국의 한반도 방어와 관련한 능력에 영향을 끼친 데 대해 실망했다”며 “(지소미아를 종료하면) 주한미군과 한국군도 더 큰 위협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소미아는 한반도 유사시 북한의 잠수함과 미사일을 신속하게 차단하고 주일 미군기지를 통해 증원 병력과 물자를 한국에 공급하는 정보통로다. 한·미·일 안보협력의 기반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대화를 마치며 “우리는 임기 절반 올바른 방향을 설정했다”며 “같은 방향으로 계속 노력해간다면 우리가 원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과 여전히 거리가 멀고 쇄신 의지가 미흡하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남긴 ‘국민과의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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