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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잠든 사이 기관실 등에서 갑자기 큰 불이 났을 가능성 크다"...20일 오전 4시가 골든타임

제주해경 5002함의 대원들이 19일 오후 해가진 상황에서 야간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제주해양경찰청]

제주해경 5002함의 대원들이 19일 오후 해가진 상황에서 야간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제주해양경찰청]

1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된 제주 차귀도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장어잡이 어선에서 불이 난 사건은 의문이 많다. 선장과 선원 등 12명이나 되는 인원이 배에 타고 있었지만, 누구도 화재신고나 구조요청을 하지 않아서다. 특히 어디서 어떻게 화재가 시작돼 퍼졌길래 선원들이 제대로 대처를 못 했는지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12명 승선원 중 아무도 화재신고 하지 않아
작업 후 잠자는 시간 갑자기 큰 불나면 무방비
어선에서 큰 불은 기관실에서 날 가능성 커
수온 고려할때 20일 오전 4시가 생사 관건

통영선적 29t급 연승어선인 대성호. 이 배가 화염에 휩싸인 것이 처음 목격된 건 19일 오전 7시 5분쯤이다. 제주 차귀도 서쪽 76km 인근 해역에서 대성호가 불길에 휩싸인 것을 지나가던 창성호가 발견해 신고하면서다. 신고를 받은 제주해경은 7시20분 초동대응반 비상소집 후 오전 7시 34분 B513 헬기가 제주공항을 이륙해 오전 8시 10분쯤 이 배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에도 이 배는 활활 타고 있었다. 
 
19일 오전 7시쯤 제주 차귀도 서쪽 76㎞ 해상에서 통영선적 연승어선 D호(29t?승선원 12명)에서 화재가 발생해 승선원 12명이 실종됐다. [사진 제주해양경찰서]

19일 오전 7시쯤 제주 차귀도 서쪽 76㎞ 해상에서 통영선적 연승어선 D호(29t?승선원 12명)에서 화재가 발생해 승선원 12명이 실종됐다. [사진 제주해양경찰서]

대성호는 수천개의 바늘에 미끼를 끼워 고기를 잡는 연승어선이다. 전문가들은 이 배에서 불이 났어도 따로 신고할 수 없었던 이유를 연승어선 특유의 ‘쉬는 시간’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동근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일반적으로 연승어선은 새벽 3시쯤 낚싯줄에 미끼를 걸고 바다에 흘려보낸 뒤 해가 뜰 때까지 휴식을 취한다. 이때 기관실이나 조리실 등에서 불이 나면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문기 통영근해 연승협회장도 “어구 등을 투망하고 2~3시간 선장과 선원이 잠시 잠을 자는 동안 불이 나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큰 화재는 보통 기관실에서 나는 만큼 자는 사이 기관실에서 어떤 발화물질에 의해 순식간에 화재가 번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구조된 사망자 김모(58)씨가 작업복이 아닌 간편한 운동복 차림이었고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 않았던 점도 이런 추정을 가능케 한다. 또 그의 얼굴과 상반신이 불에 댄 화상 자국이 많았던 점도 불이 크게나 화상을 입고 급박하게 바다로 뛰어내린 흔적으로 보고 있다. 
 
미끼 작업 후 피곤함이 몰려온 선장과 선원들이 잠시 눈을 붙여 잠을 청하고 있는 도중 갑자기 화마가 닥치자 구조 버튼 등을 누를 겨를도 없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성호의 자동선박식별장치(AIS) 신호는 이날 오전 4시 15분까지 잡혔다가 사라진 것으로 확인된 점도 이런 이유에 힘을 실어준다. 이에 해경도 오전 4시쯤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으며, 당시 화재 신고와 구조 요청은 물론 구명조끼를 입고 대피할 틈도 없을 정도로 매우 급박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일 오전 제주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12명을 태운 29t급 갈치잡이 어선에서 불이 나 해경 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목포해양경찰서]

19일 오전 제주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12명을 태운 29t급 갈치잡이 어선에서 불이 나 해경 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목포해양경찰서]

 
대성호와 같은 크기인 29t급 어선인 303진영호 선장 이광형(49)씨는 “보통 29t급 어선의 소재가 화재에 취약한 섬유강화플라스틱(FRP)인 만큼 화재에는 항상 긴장하고 있다”며 “어선통신만(SSB)로 무전을 해 화재신고를 하거나 자동선박식별장치(AIS) 비상 버튼을 누르면 인근 외항선에까지 자동으로 조난신호가 간다. 12명 중 아무도 구조 신호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보아 갑자기 불이 커졌거나 정말 특별한 상황이 일어난 것으로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성호가 지난 8일 오전 10시 38분 경남 통영항에서 출항해 조업한 뒤 지난 18일 입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9일 오전 7시 5분 불이 난 채 발견된 점도 앞으로 규명이 돼야 할 부분이다.
 
해경에 따르면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사고 현장에는 3m의 높은 파도와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 또 선체 절반이 이미 침몰해 있어 수중 수색도 난항을 겪고 있다. 해경은 세 차례에 걸쳐 선체 진입을 위한 수중작업을 벌였고, 두 차례 선체 내부 수색을 했다. 도면상으로는 선미 부분에 승선원들의 침실이 있지만, 불에 탄 흔적이 심해 별다른 수색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사고 해역의 수온이 19도에서 20도로 형성돼 있어 승선원의 생존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해경의 해상수색구조 지침에는 수온 20도 이상일 경우 24시간 이상 생존 가능성이 50%라고 돼 있어서다. 따라서 생존자가 있을 경우 사고 발생시간으로 추정되는 자동선박식별장치(AIS) 신호가 끊어진 이 날 오전 4시 15분부터 24시간이 되는 20일 오전 4시를 전후한 시간이 생존자 구조가 가능한 '골든타임'으로 예상된다. 
 
해경은 사고 해역을 구역별로 나눠 야간에도 함선과 헬기 등의 수색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해경은 화재 발생 시기와 화재 원인 등에 대한 정밀조사는 수색작업이 완료되는 직후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제주·통영=최충일·진창일·위성욱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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