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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남의 영화몽상] 배우 윤정희를 기억하는 방식

이후남 문화에디터

이후남 문화에디터

운 좋게도, 스크린 밖에서 영화배우 윤정희씨를 만나 몇 차례 인터뷰하는 기회를 누렸다. 시작은 그의 데뷔 40주년이던 2007년, 어느 팬 덕분이었다. 1967년 개봉한 ‘청춘극장’의 주연 공모에 뽑혀 연기를 시작한 이래 300여편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한 이 대스타의 특별전이 열린다고 했다. 40주년을 기려 특별전을 마련한 것도 팬들이요, 생면부지 기자에게 소식을 알려준 것도 팬이란 점이 인상 깊었다.
 
그런 팬심에 감화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로 16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배우는 눈부셨다. 나이도 비슷하고, 이름도 본명과 같은 60대 할머니 ‘미자’가 되어 힘든 일상에서 시를 쓰려는 모습으로, 지독히 윤리적인 결단을 내리는 모습으로 묵직한 감동을 안겼다.
 
배우 윤정희씨. 지난해 인터뷰 때 모습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배우 윤정희씨. 지난해 인터뷰 때 모습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미자도 살짝 그렇지만, 인터뷰 때마다 윤정희씨는 소녀처럼 경쾌했다. 귀부인처럼 우아하기만 할 것이란 지레짐작과 달랐다. 세속적, 물질적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사진 촬영 때면, 오랜 손때가 묻은 손거울을 꺼내 직접 하고 온 화장을 매만지는 게 전부였다.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이 드는 모습이 자연스럽죠. 감출 필요 없어요. 그러면 고통이죠.” “나는 영화를, 영화배우라는 직업을 화려하다고 생각 안 해요. 인생을 그리는 일이죠.” “영화가 인생을, 인간을 그리는 것인데 어떻게 젊음만 있나요.”
 
지금 그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이를 세상에 공개한 가족의 용기는 이 배우가 받은 사랑에 대한 또 다른 응답인 듯싶다. “좋은 배우는 좋은 영화를 남겨야 하는데 윤 선생님처럼 좋은 작품을 많이 남긴 배우도 드뭅니다.” 지금도 그를 ‘윤 선생님’이라 부르는 팬 안규찬씨가 했던 말이다. 열정적 팬덤 이상으로, 한국영화사는 ‘배우 윤정희’를 오래 기억할 것이다.
 
이후남 문화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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