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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차 골목길로 피해도…사대문 진입 10초 만에 딱 걸린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내 TOPIS 종합상황실에서 서울시 관계자가 녹색교통지역 내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사진 왕준열]

지난 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내 TOPIS 종합상황실에서 서울시 관계자가 녹색교통지역 내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사진 왕준열]

지난 12일 서울시청 지하 3층에 있는 교통정보센터(TOPIS·토피스). 센터 내부에 들어가자 대형 모니터가 눈에 들어왔다.
 

대기오염과 전쟁 ⑦대한민국 서울 <끝>

모니터에는 사대문 안으로 들어오는 차들이 도로에 설치된 영상수집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감시되고 있었다.
모니터 한가운데 지도에는 남산 1~3호 터널에서부터 서소문의 좁은 골목길까지, 사대문으로 통하는 모든 도로가 파란 점으로 표시돼 있었다.
 

“사대문에 진입할 수 있는 도로를 모두 파악해 45개 지점에 119대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여기 표시된 도로를 통하지 않고서는 도심으로 진입할 수 없죠.”

한동준 서울시 교통정보과 주무관이 모니터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서울시가 이렇게 사대문으로 들어오는 도로에 물샐틈없는 감시망을 구축한 건 다음 달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녹색교통지역(한양도성 내부) 진입을 상시 단속하기 때문이다. 적발되면 '지속가능 교통물류 발전법'에 따라 25만 원의 적지 않은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가 지금까지 내놓은 가장 강력한 교통 대책이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내 TOPIS 종합상황실에서 서울시 관계자가 녹색교통지역 내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사진 왕준열]

지난 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내 TOPIS 종합상황실에서 서울시 관계자가 녹색교통지역 내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사진 왕준열]

서울시는 이를 위해 7월부터 노후 차의 한양도성 내 진입을 시범 단속해 왔다.
이날 서울시 담당자와 시스템 관리자 등은 본격 단속을 열흘가량 앞두고 시스템에 오류가 없는지 최종 점검하고 있었다.
 

10초 안에 단속 메시지 보내

녹색교통지역 단속 시스템. [서울시 제공]

녹색교통지역 단속 시스템. [서울시 제공]

단속 방식은 이렇다. 우선, 운행제한 대상 차량이 단속 지점을 통과하면 카메라가 번호판을 인식하고 DB와 연계해 차량 정보를 얻는다.
 
단속 대상인 5등급 차로 확인되면 운전자 사진 같은 개인정보를 삭제한 뒤 차주에게 단속 메시지를 보낸다. 지금은 시범 운영 기간이라 위반 사실과 과태료 부과를 안내하는 메시지만 전송된다.
 
한 주무관은 “보통은 종이 고지서를 통해 시간이 지난 이후에 단속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이제는 실시간으로 10초 이내에 내가 단속됐다는 걸 바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단속 지역에는 종로구 청운효자동·사직동·삼청동·가회동·종로1~4가동·종로5~6가동·이화동·혜화동, 중구 소공동·회현동·명동·필동·장충동·광희동·을지로동이 포함됐다. 면적으로는 16.7㎢ 규모로 서울시 전체 면적의 2.8%에 해당한다.
운행 제한 시간은 오전 6시~오후 9시로, 주중은 물론 주말에도 단속한다. 

 
서울 도심,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지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 도심,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지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25만8000여 대의 차량이 도심에 진입했는데, 4443대가 단속 대상인 5등급 차량이었다. 12월이었다면 반나절 만에 11억 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셈이다.
 
다만 동일 차량은 하루에 한 번만 단속하기 때문에 실제 과태료를 부과하는 차량 대수는 더 줄어든다.
45개 지점 중에서는 경부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남산 1호 터널이 노후차 진입이 가장 많았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 7월부터 시범 운영한 결과, 하루 평균 2500여대의 단속 대상 차량이 도심에 진입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종선 서울시 도로정보팀장은 “저감장치를 부착 신청한 차량이나 부착이 불가능한 차량 등은 내년까지 유예하기로 했다”며 “내달 단속이 시작되면 실제 단속량은 좀 더 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 좁은 골목길에 노후경유차의 진입을 단속하는 실시간 영상수집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서울시는 한양도성 내 구역을 진입하는 45개 지점에 119대 카메라를 설치해 단속하고 있다. [사진 왕준열]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 좁은 골목길에 노후경유차의 진입을 단속하는 실시간 영상수집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서울시는 한양도성 내 구역을 진입하는 45개 지점에 119대 카메라를 설치해 단속하고 있다. [사진 왕준열]

서울시는 이와 함께 올해 처음으로 미세먼지 시즌제(계절관리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미세먼지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즌제가 시행되면 미세먼지 고농도 기간인 겨울철과 봄철에는 서울 시내에서 5등급 차량의 운행이 전면 제한된다.
 
한국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 따르면 서울시 전역에서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하면 차량 때문에 생기는 초미세먼지의 16.3%를 줄일 수 있다.
 

미세먼지 농도 제자리…베이징과 격차 줄어

서울·베이징 미세먼지(PM2.5) 농도 변화.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서울·베이징 미세먼지(PM2.5) 농도 변화.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0년대 초반까지 줄어들던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2012년 이후부터 정체하거나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고농도 일수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23㎍/㎥(2015년)→26㎍/㎥(2016년)→25㎍/㎥(2017년)→23㎍/㎥(2018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해도 10월까지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5㎍/㎥로 지난해보다 더 나빠졌다.
 
반면 베이징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2013년 89.5㎍/㎥에서 지난해 51㎍/㎥로 43%가량 줄면서 서울과 격차를 점점 좁히고 있다.
 

느려진 바람, 고농도 미세먼지 원인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가 파란 하늘 아래 미세먼지로 인해 뿌옇게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가 파란 하늘 아래 미세먼지로 인해 뿌옇게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대기오염 규제를 강화하는데도 서울의 미세먼지가 개선되지 않은 이유는 기상요인 탓이 크다. 미세먼지를 날려버릴 수 있는 바람이 점점 약해지면서 대기정체가 잦아져 고농도의 미세먼지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상청 서울관측소의 풍속 값을 분석한 결과, 서울의 평균 풍속은 2015년 이후부터 점점 감소하고 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지난해 서울의 평균 풍속은 초당 1.7m로 1918년 관측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100년 만에 서울에 가장 잔잔한 바람이 분 것이다. 평년값(2.3m)과 비교해도 74% 수준에 그쳤다. 올해도 서울의 평균 풍속은 초당 1.9m로 평년보다 낮다.
  
구아미 서울시 대기기획관은 “바람의 강도가 초속 2.5m에서 1.7~1.8m 정도까지 줄었고, 겨울철 눈·비도 과거보다 더 적게 오고 있다”며 “이런 기상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립기상과학원 재해기상연구센터 연구진이 전국 61개 지점의 바람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초속 14m 이상의 강풍과 20m 이상의 돌풍의 발생 빈도가 뚜렷하게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미세먼지 고농도 시즌인 겨울에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김백조 재해기상연구센터장은 “기온이 상승하면 지표 부근의 풍속은 줄어드는데, 온난화의 영향으로 겨울철이 짧아지면서 강풍이 줄어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여기에 동아시아 지역의 대기 안정도가 강화된 것도 풍속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유입 많은데…따로 노는 지자체 대책

서울 송파구 일대가 뿌연 먼지로 뒤덮여 있다.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일대가 뿌연 먼지로 뒤덮여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등 서울 외곽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도 문제다. 
 
KEI에 따르면, 중국 등 국외발 미세먼지를 제외하고 국내 오염물질만 고려했을 때 서울에서 자체 배출한 초미세먼지는 전체의 41%였다. 나머지 30%는 인근 경기도에서, 11%는 충남에서, 7%는 인천에서 유입된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의 대책만으로 서울 공기가 좋아지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겨울 고농도 미세먼지 대책을 놓고도 서울과 인천, 경기는 여전히 엇박자를 내고 있다. 
 
서울시가 올해부터 도입하려는 노후차 상시 운행 제한 등 시즌제에 대해 경기도와 인천시는 당장은 시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렇다 보니 시즌제를 하더라도 반쪽 대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최용석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대기질모델링팀장은 “서울시에서 완벽하게 제어를 해 미세먼지 농도를 줄인다고 해도 몇 시간 내로 외부 공기가 유입되기 때문에 경기도·인천 등 주변에서 함께 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수도권 대기질 개선을 위한 공동연구 협의체’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인프라가 다른 상황이라 더 많은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권필·박해리 기자 feeling@joongang.co.kr

대기오염과의 전쟁 - 도시 이야기

 
◇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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