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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무기 팔때 쓰는 단어 2번 썼다···동맹을 거래로 바꾼 美

제11차 한ㆍ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3차 협상이 18일부터 1박 2일 동안 서울에서 개최된다. 정은보 한국 대표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SMA 대표는 이달 초 드하트 대표의 방한 이후 열흘 만에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다. 3차 협상 부터는 미국이 1ㆍ2차 협상에서 요구한 50억 달러 상당의 총액을 놓고 양측이 본격적인 줄다리기를 할 예정이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고위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 국방부 공동취재단]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고위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 국방부 공동취재단]

 

18~19일 서울서 한미 방위비 3차 협상 개시
로비스트 출신 트럼프 측근 에스퍼 국방장관,
'기여' 표현 대신 '비용 상쇄(offset)' 공개 거론
방위비 분담금, 거래로 보는 트럼프식 사고

협상에 나선 미국의 속내는 협상을 사흘 앞두고 방한했던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의 발언 속에 있었다. 지난 15일 한ㆍ미 국방장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다. 한ㆍ미 안보연례협의회의를 하기 위해 왔던 에스퍼 장관은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자세한 입장을 밝혔다. “한국은 부자 나라고, (미국의 한반도)방어 비용을 상쇄(offset the cost of defense)하기 위해 더 내야한다”는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이틀 전 인도태평양사령부를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똑같은 용어를 썼다. “(전세계에) 전진 배치된 미국의 비용을 어떻게 상쇄(offset U.S. costs)할 수 있을지”라고 했다. 비용 '상쇄'라는 말은 전에 없던 표현이다. 전직 협상팀 관계자는 “그 전까지는 '기여(contribution)'라는 완곡한 표현을 썼는데 완전히 생소한 단어가 나왔다”고 말했다.  

포인트① 미국에 주는 돈, 기여 아닌 거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그간 미국의 수사적 표현이던 '기여'는 동맹의 개념이 전제다. 같은 목표를 위해 한·미가 함께 가는 만큼 한국도 미국의 군사적 노력에 기여하라는 논리다. 그런데 ‘상쇄’는 철저하게 계산형 표현이다. ‘상쇄’는 무기계약에서 많이 쓴다. 돈이 아닌 현물제공이나 기술이전으로 비용을 보전해주는 거래 용어다. 에스퍼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그 자신이 방산업체 로비스트 출신이다. 그런 그가 방위비를 거론하며 이 용어를 쓴 건 방위비 분담금을 동맹 차원의 부담 분담이 아니라, 거래 내지는 계약으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이 충실히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2차 협상에서 드하트 대표는 “한국 방어를 위해 미국이 이만큼 쓰니 방위비의 상당한 증액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고 한다. “한국 방어에 미국이 50억 달러를 쓴다”며 이를 상쇄하라는 주장은 전액 현금 대체는 아니더라도 한국이 현물이든 인력이든 그 정도를 채우라는 의미가 된다.

포인트② 상쇄엔 주한미군 바깥의 비용 포함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협정 역사로 보면 ‘상쇄’는 서독 사례에서 등장했다. 2013년 국회예산정책처 연구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서독에 미군이 주둔을 했는데, 미국은 1961년부터 75년까지 ‘상쇄 협정(offset agreement)’을 통해 서독으로부터 112억 3000만 달러를 받아갔다. 연평균 8억 달러를 받아간 셈이다. 이는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협정의 시초가 됐다. 해당 액수엔 미국산 무기구입과 국채 매입, 미군 숙소 건설, 미국의 제3세계 지원금 인수 등이 포함됐다. 주독미군 유지비가 아니라 그야말로 독일 방어에 드는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경제·무역·외교 분야에서까지 온갖 비용을 서독이 충당했다. 당시 미국은 한창 소련과의 냉전으로 국방비 지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 8%에 육박할 때였다. 여기다 베트남 전쟁까지 벌이면서 재정이 부족하자 동맹국들에게 비용 분담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상쇄해 준 서독, 美 국채까지 매입 

지금까지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이 쓰는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라는 세 가지의 항목 중에서 일부를 한국이 분담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분담금이 기여가 아닌 상쇄가 되면 이같은 틀이 사라진다. 서독의 사례처럼 미국이 한국 바깥에서 쓰는 각종 안보 비용까지 한국이 부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상쇄’라는 말 뒤에 숨어 있는 함의다.
세계은행이 추산한 주요국 GDP 대비 국방비 지출. 그래픽=신재민 기자

세계은행이 추산한 주요국 GDP 대비 국방비 지출. 그래픽=신재민 기자

 
에스퍼 장관은 13일 방위비 분담금을 설명하면서 “GDP 대비 2%가 기본”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2000년대 들어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미국의 유럽 우방국들의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은 1%대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 미국도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3%대다. 2001년 9.11 이후 중동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국방비 지출 압력이 커지면서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인트③“상쇄해 준 만큼만 주둔한다”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협상대표. [연합뉴스]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협상대표. [연합뉴스]

 
냉전 시기 미국은 자본주의 진영을 유지하기 위해 미군을 전진 배치하는 동시에 주둔국에 분담금을 요구했다. 당시는 소련의 군사적 위협 때문에 유럽에서 쉽게 미군을 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최소한 한반도에 관한 한 그런 '붙박이군' 개념이 점점 약화하고 있다. 21세기 '상쇄형 분담금'의 개념엔 상쇄해주는 돈 만큼 지켜주겠다는 숨은 함의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국이 50억 달러 중 10억 달러만 낸다면 10억 달러어치 만큼만 주둔하겠다는 식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연구센터장도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 패턴을 볼 때, 방위비 협상 결과가 원하는대로 나오지 않으면 순환배치 인력을 줄이는 등 어떻게든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의 경찰’이던 미국의 해외주둔 정책이 트럼프 정부 들어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로 전환되고 있다. 한국과의 이번 방위비 협상이 그 첫번째 신호탄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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