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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도 '50원'에 폭발···기름값 인상에 은행·주유소 불태웠다

정부의 휘발유 보조금 삭감 방침에 반발한 이란 시위대가 16일 수도 테헤란에서 거리에서 불을 지르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연합뉴스]

정부의 휘발유 보조금 삭감 방침에 반발한 이란 시위대가 16일 수도 테헤란에서 거리에서 불을 지르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연합뉴스]

칠레에 이어 이란에서도 ‘50원 인상’ 때문에 시민 분노가 폭발했다. 이란 정부가 휘발유 가격을 50%나 인상하는 조치를 기습 발표했기 때문이다. 경제적 궁핍을 참아 온 이란 시민들이 시위에 나섰다. 정부 주도 행사 외의 단체행동을 엄격히 통제하는 이란에서 시민들이 대규모로 시위에 참여하는 이례적인 일이 나타난 것이다.
 

휘발유 보조금 삭감 결정 반발
테헤란 등 10개 도시서 시위
유가 50원↑…사실상 3배 인상

이란 시위대들이 16일 이란의 중부 도시 이스파한의 한 거리에서 오토바이를 불태우면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연합뉴스]

이란 시위대들이 16일 이란의 중부 도시 이스파한의 한 거리에서 오토바이를 불태우면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AP통신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15~16일 수도 테헤란과 이스파한 등 이란 주요 도시 10여 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차량을 세워 고속도로를 점거하거나 공공 기물을 훼손하고 주유소를 파괴했다. 16일 테헤란 전역 주요 도로에서는 시민들이 길 위에 차량을 세워 통행을 차단했다. 덤프트럭은 도로 위에 벽돌을 쏟아붓기도 했다.

이란 정보부는 15~16일 이틀간 이란 전역에서 은행 100곳과 상점 57곳이 시위대의 방화로 소실됐다고 17일 밝혔다.

차로 길 막고…오토바이 불태워

16일 휘발유 가격 인상에 항의해 이란 테헤란 이맘 알리 자동차전용도로를 점거한 이란 시민들.[로이터=연합뉴스]

16일 휘발유 가격 인상에 항의해 이란 테헤란 이맘 알리 자동차전용도로를 점거한 이란 시민들.[로이터=연합뉴스]

이란 IRNA통신에 따르면 중부도시 야즈드에서 시위대와 충돌로 총상을 입은 경찰관이 17일 숨졌다. 앞서 테헤란 남동쪽에 위치한 도시 시르잔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총격전을 벌이다 여러 명이 다치고 1명이 숨졌다. 시르잔에선 석유 저장고에 불을 지르려던 시위대가 경찰에 저지를 당했다. 쿠제스탄주 코람샤르에서도 최루탄이 난무하고 총성도 들렸다.

지하철 요금 인상 반발 칠레와 유사

이란 시위는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칠레시위와 발생 원인이 비슷하다. 칠레에선 지난달 수도 산티아고의 지하철 요금을 30페소(약 50원) 올린다는 방침에 반발해 시민들이 시위를 시작했다. 이어 시위는 높은 공공요금과 사회 불평등 전반에 항의하는 것으로 확대됐다.
지난 15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주유소에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주유를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5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주유소에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주유를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이란에서도 기름값이 50원 오른 것에 반발해 시위가 일어났다. 이란 정부는 지난 14일 자정 빈곤층을 위해 지원되던 휘발유 보조금을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15일부터 보통 휘발유 가격이 1ℓ당 1만 리알(약 100원)에서 1만5000리알(약 150원)로 올랐다. 약 150원 정도의 기름값은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의 가격이지만, 국가 경제 파탄으로 대부분 무허가 택시를 운영해 생계를 유지하는 이란 서민들에겐 치명적 조치다. 더구나 인상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휘발유도 한 달에 60ℓ밖에 안 된다. 60ℓ를 초과하면 1ℓ당 3만 리알(약 300원)을 주고 휘발유를 사야 한다. 사실상 휘발유 가격이 3배나 오른 셈이다.
 
지난 16일 이란 아바단에서 시위대가 벌인 방화로 거리가 불에 타는 모습을 찍은 이란 방송사의 화면.[AP=연합뉴스]

지난 16일 이란 아바단에서 시위대가 벌인 방화로 거리가 불에 타는 모습을 찍은 이란 방송사의 화면.[AP=연합뉴스]

이란 시민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선 오바마 정부가 이란과 한 핵 합의를 파기한 후 생긴 경제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이란 정부가 화폐개혁을 단행해 저축액이 증발하는 것도 목격했다. 이런 가운데 기름값까지 오르면서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15일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늘어날 재정수입은 정부에 귀속하지 않고 오로지 저소득층과 제재로 피해를 본 분야에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시위가 들불같이 번진 이유다.

뜻 안 굽히는 정부…시민 1000명 체포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17일 국영TV 방송에 출연해 정부의 휘발유값 인상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AP=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17일 국영TV 방송에 출연해 정부의 휘발유값 인상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AP=연합뉴스]

하지만 이란 정부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정부의 결정에 지지를 표명했다. 하메네이는 17일 국영TV 방송을 통해 “(휘발유값 인상은) 각 부 수장들이 전문가 의견을 근거로 결정을 내렸고, 당연히 이는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사람들은 이런 결정에 분명 화가 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재산에 피해를 주고 불을 놓는 것은 (정상적인) 사람들이 하는 일이 아니고, 훌리건(폭력 성향 대중)이나 하는 짓”이라고 강조했다.
 
치안 당국은 시위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란 정보부는 17일(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여러 도시에서 15~16일 사회 불안을 일으킨 자들의 신원을 모두 확인했다”라며 “이란 사회의 안전을 책임지는 부서로서 이들에 대해 적절히 조처하고 결과를 곧 발표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란 경찰은 폭력 행위나 시위를 선동한 혐의로 1000명을 체포했다. 이란 당국은 또 시위가 추가로 확산하지 않도록 16일 밤부터 인터넷을 전면 차단했다. 그럼에도 기름값 인상에 대한 이란 시민들의 분노가 사그라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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