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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엄재식 위원장의 입법 농단 사건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엄재식)는 한국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점검하는 기관이다. 요새 하는 일을 보면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원전 가동을 중지시키거나 없애는 데 혈안이 된 듯하다. 원전안전위가 아니라 원전파괴위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정권이 바뀌기라도 하면 죄를 어떻게 감당하려나. 7000억원의 혈세를 들여 2022년까지 아무 문제 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내부 수리를 깨끗이 마친 경주 월성1호기의 영구정지 안건을 엄재식이 회의에 들이민 건 한 달 전이었다.
 

월성1호 원전 폐기안 다시 올려
김오수의 ‘위법 시행령’과 닮아
문 정권, 지금 시행령 독재 하나

10월 11일 엄 위원장은 월성1호기 원전 폐기안을 원안위 회의에 상정시켰다가 위원회의 유일한 원자력 전문가인 이병령 박사의 반발에 부닥쳐 의결하지 못했다. 엄재식으로선 뜻하지 않은 사태였다. 그런 엄 위원장이 오는 22일로 예정된 회의에 월성1호기 폐기안을 또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원안위 측은 결론 못 낸 안건을 재상정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내가 보기엔 동일한 안건을 사정 변경이 없는데도 동일한 회의에 다시 올려 수의 힘으로 통과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관료 출신인 엄재식으로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외압을 받았으리라 의심도 생긴다. 예민한 내외의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압이 있었다면 청와대일 것이라고 지목했고, 이는 탈핵 미신을 무슨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문재인 대통령의 비현실적인 인식과 집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전 폐기 안건을 엄 위원장이 자의로 다시 꺼낸 건지, 청와대가 대통령의 직접지시 혹은 그의 마음을 알아서 헤아려 외압을 행사한 건지 궁금하다.
 
이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애초에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월성1호기 폐기안을 결정할 때부터 회사와 국민에게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제성 분석에서 의도적인 조작과 왜곡 논란까지 벌어져 그대로 넘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국회는 지난 9월 본회의에서 감사원 조사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감사가 착수됐다. 결국 엄재식의 원안위는 입법권 발동에 의해 원전 폐기안의 적법성 조사가 진행 중인 시점에서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자기들이 영구폐기를 결정해야겠다고 나선 셈이다. 만일 원안위가 영구폐기를 의결한 뒤 감사원이 영구폐기안이 위법이라는 결론을 내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저러나. 행정부는 국회의 의결 범위 안에서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이번 원안위의 월권은 행정부처에 의한 전형적인 입법 농단 사건이다. 3권분립을 파괴하는 위헌 사건이다. 그러고 보니 원안위의 국회 우습게 알기는 요즘 청와대가 수도 없이 저지르고 있는 시행령으로 법률 농단하기와 닮았다.
 
실례로 법무부의 김오수 장관 직무대리는 법무부가 검찰로부터 일반적인 사건의 수사 조치를 사전에 단계별로 보고받는 시행령 개정안을 작성해 문 대통령을 만나 승인받았다. 그러나 김오수의 안은 검찰청법 8조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만을 지휘, 감독한다’는 내용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문 대통령이 승인한 시행령안이 이번 주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 윤석열 총장은 조국씨와 그 부인에 대한 수사 실태를 법무부에 보고할 수밖에 없다. 그 보고가 시시콜콜 문 대통령의 청와대에 직보될 것은 불 보듯 환하다. 문 대통령이 바라는 검찰 개혁이 고작 위법적인 시행령을 만들어 조국의 수사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니 서글프다.
 
한국을 졸지에 북한에 사법 협조나 하는 나라로 전락시킨 선원 2명 강제 북송 사건 또한 정부조직법상 처분권 없는 청와대 안보실이 내부 관행으로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의 처분권을 대신 행사한 것으로 천정배 의원에 의해 밝혀졌다. 이상의 모든 사례가 하위의 것으로 상위의 것을 농단하고, 비공식적인 것으로 공식적인 것을 대체하는 문재인 정권에서나 보는 그림들이다. 어떤 이는 법치 파괴, 시행령 독재라며 근심하고, 또 다른 이는 상태가 안 좋다며 정권의 정신건강을 의심한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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