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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논설위원이 간다] “윤지오 배후 세력에 대한 수사도 이뤄질 것”

법치를 유린했던 윤지오 사건

고(故) 장자연씨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를 자처했던 윤지오씨가 국내로 들어오는 과정에 정치권력이 개입했는지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사진은 올 3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진상규명 촉구대회에서 눈물을 흘리는 윤씨. [뉴스1]

고(故) 장자연씨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를 자처했던 윤지오씨가 국내로 들어오는 과정에 정치권력이 개입했는지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사진은 올 3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진상규명 촉구대회에서 눈물을 흘리는 윤씨. [뉴스1]

윤지오(본명 윤애영) 사건은 대한민국 법치의 유린이자 주권자에 대한 조롱이다. 그녀의 어설픈 사기 행각에 국가 최고의 수사기관과 정치권, 언론이 놀아나며 국격은 훼손됐다. 특정 세력에 대한 보복에 눈멀어 절차적 공정성과 결과적 정의는 안중에도 없었다. 고(故)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라며 느닷없이 나타난 윤씨가 한 달 이상 우리 사회를 휘젓고 다닌 뒤의 생채기와 후유증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강조했던 법치와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의 의지는 어디로 간 건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통치권자의 다짐은 “이게 제대로 된 나라고 정부냐”는 항변에 소멸되고 있다.
 

인터폴 적색수배 강제적 의미 없어
국내 송환 위한 많은 방법 강구 중
귀국 과정에 전문가 도움 받은 듯
정치인 개입과 예산 투입 조사 대상

윤씨의 ‘찍어내기성 진술’로 기소된 조모씨. 그녀가 벌인 난장(亂場)의 최대 피해자인 그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윤지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검찰이 항소를 했다는 이유로 인터뷰엔 난색을 보였다. 할 말은 많지만 재판에 영향을 줄 것이 우려된다는 취지였다. 대신 조씨를 변호했던 이우룡 변호사는 “검찰이 윤씨에 대한 추가 조사도 없이 조씨를 기소한 것은 엉터리 수사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10년 전인 2009년 3월에 이뤄진 뒤죽박죽의 진술을 바탕으로 조씨에게 불리한 부분만을 발췌해 기소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세 가지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 검찰이 정권을 위해 사건의 프레임을 짠 뒤 목표만을 위한 수사를 벌였다. 둘째, 목적과 목표에 부합하는 진술만 끌어내는 방법으로 증거 위주의 수사를 등한시했다. 셋째,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인권보호보다는 시민의 인권을 철저히 파괴했다. 그는 “수사기관이 자기 가족들에게도 이같이 수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만약 조씨가 특정 언론사에 근무하지 않았고, 이 정부 지지세력이었더라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윤씨와 검찰은 조씨와 그 가족들에게 모멸감과 고통은 물론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현재 윤씨는 후원금 사기와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의 수사 대상이다. 조씨에 대한 위증 혐의는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4월 어머니 병환을 이유로 캐나다로 달아난 윤씨는 인터폴의 적색 수배 대상이지만 강제로 소환하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한국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것도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 관계자는 “윤씨가 인터폴 적색 수배가 됐다고 강제소환이 금방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적색 수배는 인터폴이 공고하는 8가지 종류의 하나에 불과한 것으로, 사람에 대한 소재지 파악 등을 의미한다. 엄밀히 말하면 적색 공고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표 참조>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이 관계자는 “지난 4월 윤씨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뤄진 이후 법적 절차에 따라 윤씨를 상대로 한 수사 방법을 찾고 있다. 해외에 있는 피의자의 경우 대부분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데 윤씨는 연락망이 확보된 특이한 케이스여서 수사가 잘되는 것처럼 비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터폴의 윤씨에 대한 적색 공고가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윤씨가 자진해서 귀국하지 않거나 범죄인 인도 청구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낼 경우 수사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월호 사건 때 프랑스에 있던 고 유병언씨의 딸 섬나씨의 경우도 범죄인 인도 청구에 따라 현지에서 체포됐지만 3년 만에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수사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 사건인 데다 사람들마다 요구사항이 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정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사건을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여권 무효화 조치 등에 따라 강제송환의 방법도 열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윤씨의 국내 송환을 벼르는 것은 검찰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는 경찰이 수사를 맡고 있지만 귀국 이후는 검찰이 개입할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법조인들이 윤씨를 둘러싼 사건에 의문을 갖고 있는 쟁점은 10여 가지다.
 
먼저 고인에 대한 추측성 발언으로 생긴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과 이에 대한 형사책임 문제이다. 자신에 대한 경호 등을 이유로 후원금을 받는 과정에서의 사기죄, 허위 및 과장 증언과 일부 정치인들에 대한 명예훼손과 모욕 등도 조사의 대상이다.
 
특히 윤씨의 배후 세력에 대한 조사는 향후 정국에도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증인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윤씨가 국내로 들어오게 된 배경은 이번 사건의 최대 의문점 중 하나다. 윤씨가 장자연 사건을 핑계로 개인적 이익을 챙겼다고만 보기에는 석연찮은 대목이 많기 때문이다.  
 
과거사 진상조사위원회가 윤씨 귀국에 개입했는지, 윤씨에게 들어간 여성가족부 등의 예산이 적절했는지, 여당 국회의원 등 친정부 세력들의 개입이 있었는지 등은 반드시 풀어야 할 부분이다. 검찰 관계자는 “윤씨가 귀국해 수사가 이뤄지면 정치권 인사 등 윤씨를 위해 소위 병풍을 쳤던 사람들도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씨 진술로 기소된 조씨 사건을 바라보는 법원 관계자도 의혹을 제기했다. 10년 전에 일관되지 않던 말을 하던 윤씨가 시간이 지나면서 구체적이고 정확한 진술을 하는 것은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한 판사는 “장자연씨 사건과 관련된 과거의 판결문만 제대로 봤어도 윤씨의 진술이 엉터리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며 정치적 배후 세력을 의심했다.
 
윤씨는 지금도 캐나다에서 온갖 변명과 거짓말로 사건의 진실을 감추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녀는 심리적 치료가 우선돼야 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런 사람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했던 정치권력, 수사권력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권의 정당성과 과거 정부에 대한 단죄를 명분으로 자행된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는 어영부영 끝날 일이 아니다. 윤씨와 배후세력의 장단에 같이 놀아난 시민단체와 언론 관계자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윤씨를 감싸며 감성팔이로 얼굴을 내밀던 사람들의 침묵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끝까지 국민을 기만한 윤지오와 조국 사건
윤지오 사건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사건과 닮은 점이 많다. 구체적 사건 내용은 다르지만 수사를 대하는 방식이나 국민을 우롱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사회 공동체의 존립 기반인 법치주의를 우습게 본 것이다. 국민들의 불쾌지수도 그만큼 상승했다. 법조인들이 지적하는 두 사건의 유사점은 다음과 같다.
 
1. 정의를 앞세웠다. 하지만 그 정의에는 가식과 거짓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들에게 우호적인 인터넷 매체와 언론을 철저히 이용했다.
 
2. 정당한 사법심사 절차에 응하지 않는다. 윤씨는 캐나다로 도망간 뒤 온갖 핑계로 수사를 피하고 있으며, 조 전 장관 측은 가족들의 칭병에 이어 본인은 진술 거부로 일관하고 있다.
 
3. 눈물을 흘리며 대중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방법을 썼다. 윤씨는 각종 집회와 언론 인터뷰 등에서 눈물을 쏟았고, 조씨는 국회 청문회 등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4. 자기 잘못을 다른 사람의 책임으로 돌린다. 후원금 사기는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는 윤씨 주장과 나는 법적 책임이 없다는 조씨의 항변이 오버랩된다.
 
5. 가족을 핑계로 빠져나간다. 윤씨는 아프지도 않은 어머니의 병환을 이유로 달아났다. 조씨는 부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박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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