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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흥의 과학 판도라상자] 포항지진을 기억하십니까?

김기흥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

김기흥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

가끔 서울에 올라가 학회에서 또는 다른 모임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 항상 반은 자조적으로 “지진의 도시” 포항에서 왔다고 나를 소개한다. 사실 “지진의 도시”를 강조하는 이유는 그 악몽 같은 사건이 사람들에게서 잊히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2017년 11월 15일, 단 5초 동안의 흔들림은 그 공간에 함께 있던 사람에게는 악몽과 같은 생채기로 남아있다.
 
보통 지진은 인간에게 통제 불능의 자연재난이었다. 지하 수십 킬로미터의 지층 심연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언제 지각이 꿈틀거리는지 예측도 할 수 없는 것이 지진의 속성이다. 하지만 2016년 경주지진과 2017년 포항지진은 ‘지진 청정지대 한반도’라는 상식을 깨어버렸다. 지진학적 기준으로 볼 때 포항지진은 매우 특이하다. 깊이 15㎞에서 일어난 경주지진과 비교하더라도 포항지진은 훨씬 얕은 4㎞의 깊이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현대적인 측정이 시작된 1979년 이후 포항에서는 한 번도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었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지열발전소가 작동을 시작한 후부터 끊임없이 미세한 지진이 발생했다. 지하 4㎞ 지점까지 관정을 뚫어 물을 주입하면 그곳의 열을 흡수하여 뜨거워진 물을 다시 끌어올려 전력을 생산하는 신기술이었다. 문제는 물은 항상 지층이 미끄러지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2017년 11월 15일 지진으로 무너진 포항시 북구의 건물들 모습. [연합뉴스]

2017년 11월 15일 지진으로 무너진 포항시 북구의 건물들 모습. [연합뉴스]

위험의 전조는 2017년 4월 15일에 나타났다. 지열발전소 근처에서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규모 3.1 정도의 지진은 미소지진이라 하기에는 규모가 컸다. 지난 15일 열린 국제학회에서는 지진 발생 직후 지열발전소의 작동을 멈추었다면 지진 발생 가능성을 훨씬 줄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스터리 같은 지진의 원인을 찾기 위해 과학자들은 치열한 논쟁을 거쳐 결론에 이르렀다. 지난 3월 지진연구조사단은 포항지진이 한반도 동남부 지역에 임계수준을 넘어 축적된 스트레스 상태에 강한 수압의 물을 주입하면서 지진을 “촉발”했다고 결론 내렸다.
 
물컵의 비유를 들어보자. 물이 가득 차 넘치기 직전의 컵에 물을 약간 떨어뜨리면 물은 넘칠 수밖에 없다. 지층에 축적된 에너지는 컵 안에 담긴 물과 같다. 포항지진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인재에 가깝다. 하지만 지진의 예측은 불확실성이 가득한 영역이다. 지층에서 일어나는 일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현재로써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질학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과학의 이름으로 정의된 ‘포항촉발지진’은 인간의 활동이 재난을 촉발한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책임 소재를 찾아야 하는 사회적 문제로 전환되었다. 포항지진은 시민들의 재산과 안락한 삶을 앗아가면서 사회적 재난이 되었다. 2년의 세월은 문제를 해결하고도 남을 법한데 아직도 난항을 겪고 있다. 1년에 거친 논쟁 끝에 얻은 과학적 판단은 쉽게 사회적 해결 방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아직도 92세대 208명의 주민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흥해실내체육관의 임시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포항지진 특별법은 국회 어딘가에서 표류하고 있다. 물론 이 특별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황금 방망이는 아니지만 적어도 체육관에 모여 있는 피해자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터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통에 대한 기억과 공감일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들이 다시 제대로 된 공동체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과감한 정치적 뒷받침과 미래의 안전을 위한 정책적 해법이 필요하다.
 
김기흥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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