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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의 유레카, 유럽] 유럽은 선거 또 선거…출구 안 보이고 극우·극좌만 커진다

96년 만에 12월 조기 총선을 제안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지역구에서 그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96년 만에 12월 조기 총선을 제안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지역구에서 그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영국 의회가 이미 무너졌으니 선거를 하긴 해야겠죠. 하지만 총선을 치른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습니다.”
 

영국 96년만에 12월 '크리스마스 조기 총선'
"선거한다고 브렉시트 해결되겠나" 시큰둥
스페인 올해만 총선 두번…극우 정당 약진
"정치 실패…불평등 완화 등 해결책 찾아야"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도심 옥스퍼드 거리. 성우인 데릭(41)은 다음 달 12일 열리는 총선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영국이 12월에 총선을 치르는 것은 1923년 이후 96년 만이다. 일찍부터 크리스마스 연휴 준비에 들어가기 때문에 12월에 총선을 치른 적은 드물다. 선거일까지 한 달도 안 남았지만, 런던 거리에서 선거 열기를 찾기 어렵다. 유세 차량도 눈에 띄지 않는다. 보수당 보리스 존슨 총리와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 등의 선거운동 모습이 뉴스에 자주 비치는 정도다.
 
런던 도심 거리에서 만난 데릭은 "12월 조기 총선이 치러지더라도 브렉시트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것 같다"며 "새 의회에서 변화를 가져올 리더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런던 도심 거리에서 만난 데릭은 "12월 조기 총선이 치러지더라도 브렉시트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것 같다"며 "새 의회에서 변화를 가져올 리더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합의안의 하원 처리가 불발되자 존슨 총리가 요청했다. 당초 2022년 치러질 예정이었는데 앞당겼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도 2020년 예정이던 총선을 2017년 6월에 당겨 치렀다. 5년마다 하는 총선을 영국은 2015년 이후 2년마다 실시하고 있다.
 
 보수당과 노동당은 브렉시트 외에 이민과 성별 임금 격차,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무상 제공 등을 놓고 경쟁 중이다. 16일 공개된 여론조사는 보수당이 노동당을 10~17%포인트 차이로 앞설 것으로 예측했지만, 단독 과반 정당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전 선거에선 보수당과 노동당은 쪼그라들고 이민에 반대하는 극우 브렉시트당과 EU 잔류파인 자유민주당(LibDem)의 지지가 늘었다.   
 
올해 74세인 마리아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자신의 길만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총선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74세인 마리아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자신의 길만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총선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국가적 사안을 국민투표 가결 이후 3년이 넘도록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권에 불신을 드러냈다. 데릭은 “브렉시트 때문에 선거를 한다지만, 지금 국민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주는 사람이 없다”며 “새 의회가 꾸려지더라도 변화를 끌어낼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에리카(31ㆍ배우)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밝힐 수 있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기대하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브렉시트를 취소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투표에 관심을 보였다. 교사인 아나(36)는 “이번에 보수당을 몰아내 브렉시트를 막아야 한다. 런던 사람들은 브렉시트를 대부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했으나, 자신이 EU 측과 맺은 합의안도 하원에서 통과시키지 못했다. 12월 총선을 앞두고 '나의 총리가 아니다'는 문구를 든 집회 참가자의 모습. [AF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했으나, 자신이 EU 측과 맺은 합의안도 하원에서 통과시키지 못했다. 12월 총선을 앞두고 '나의 총리가 아니다'는 문구를 든 집회 참가자의 모습. [AFP=연합뉴스]

 
 유럽 다른 나라에서도 선거가 잦은데, 중도 좌우 정당이 쇠퇴하고 극우나 극좌 등 '정치 양극화'가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스페인은 올해만 두 차례, 최근 4년 동안 네 차례 총선을 치렀다. 기존 좌우 정당이 번갈아 다수당이 되긴 했지만, 과반에 한참 못 미치는 사이 극우 정당만 약진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난 4월 스페인 총선에서 중도좌파 사회노동당(PSOE)이 중도우파 국민당을 누르고 1당에 올랐다. 과반(175석)에 모자라 다른 야당과 정부 구성 협상을 벌였지만 실패했다. 그래서 지난 10일 또 총선을 했다. 이번에도 사회당이 하원 350석 중 120석을 차지해 1당이지만, 단독 집권은 어림없어 급진좌파 포데모스와 집권 연정을 꾸리기로 잠정 합의했다. 그런데도 과반에 모자라 소수 정당과 추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극우 정당인 복스(Vox)가 4월 총선보다 의석을 두 배 이상 늘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96년만에 12월에 실시되는 총선을 앞두고 '브렉시트를 시행하자'는 문구가 적힌 유세 버스 앞에 서 있다. [A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96년만에 12월에 실시되는 총선을 앞두고 '브렉시트를 시행하자'는 문구가 적힌 유세 버스 앞에 서 있다. [AP=연합뉴스]

 
 벨기에는 지난 5월 총선을 치렀지만, 과반 정당이 없어 아직도 연정을 꾸리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총선을 치른 네덜란드에서는 정당 난립으로 208일간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기도 했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킹스칼리지 교수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유럽의 잦은 선거는 정치권의 실패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정치권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처리하지 못한 데다 국민을 설득하려는 용기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메이 전 총리 시절 보수당이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자체 내분에 빠진 것을 ‘정치적 무능’의 결정판으로 꼽았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킹스칼리지 교수 [파르도 교수 제공]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킹스칼리지 교수 [파르도 교수 제공]

 파르도 교수는 “스페인에서는 사회노동당과 국민당의 양대 정당 구도가 사라진 지 오래인데도 두 당이 여전히 스스로 통치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해 왔다”고 꼬집었다. 연정이 '새로운 표준(뉴노멀)'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잦은 선거는 극우, 극좌 정당이 힘을 얻으면서 더 빈번해지고 있다. 파르도 교수는 “극우, 극좌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주류 정당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느낀다"며 “대부분 유럽 국가가 이민 정책을 강화하고 더 많은 정부 지출을 승인하거나, 경제 개입에 적극 나서는데 각각 극우, 극좌파가 지지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자신들의 선호 정책이 실행되게 하려면 계속 극우, 극좌 정당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얘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가 극우 마린 르펜의 공세에 밀려 ‘이민 쿼터제’ 도입을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오른쪽). [AP=연합뉴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오른쪽). [AP=연합뉴스]

 
 유럽의 정치 불안이 줄어들려면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낮은 실업률, 좋은 일자리와 불평등 감소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부분 유럽 국가의 정치적 불안정이 이민 유입보다 유로존 국가 부채 위기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 정치권이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아무리 자주 해도 해법은 찾아지지 않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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