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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경찰 음향대포 동원···맞으면 고막 찢어지는 고통의 위력

신경진 특파원, 홍콩 시위 현장을 가다

17일 홍콩 폴리테크닉대 인근 육교에 있던 홍콩 경찰 장갑차가 시위대의 화염병 공격에 불타고 있다. [AP=연합뉴스]

17일 홍콩 폴리테크닉대 인근 육교에 있던 홍콩 경찰 장갑차가 시위대의 화염병 공격에 불타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위가 아니라 전쟁이었다. 경찰은 시위대를 조준 사격했고, 시위대는 경찰을 겨냥해 화살을 쐈다.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음향대포도 첫 등장했다.
 

폴리테크닉대 앞 전쟁터 방불
경찰, 장갑차량서 소총 들고 조준
시위대는 화염병·투석기로 맞서

시작은 확성기 공방부터였다. 17일 오후 1시30분(현지시간, 한국시간 2시30분). 홍콩 폴리테크닉 대학 앞 채텀 로드 남부 교차로에서 바리케이드를 두고 경찰과 학생들이 확성기 공방전을 펼쳤다.
 
“이공대 앞의 자칭 대학생 시위자, 길가에 앉아 뭘 하나. 집에 돌아가 책이나 봐라”는 경찰의 조롱에 학생 시위대는 “대학은 시험쳐서 들어오는 곳이지 진격해 들어오는 곳이 아니다. 물대포를 마누라보다 더 끼고 지내는 걸 보니 물대포가 네 마누라냐!”라고 맞섰다.
 
오후 2시. 경찰의 물대포 2대와 검은색 장갑차가 무장 경찰과 함께 현장에 진입했다. 이어 푸른색 최루액이 시위대를 향해 발사되기 시작했다. 경찰의 최루탄이 하늘을 날았다.
  
음향대포 맞으면 고막 찢는 고통
 
이날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이 총검을 장착한 채 경비를 서는 모습. [AFP=연합뉴스]

이날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이 총검을 장착한 채 경비를 서는 모습. [AFP=연합뉴스]

진압 양상은 갈수록 격해졌다. 이번엔 장갑차 윗문이 열리며 검은 헬멧의 특공대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시위대 한명 한명을 겨냥해 탄환을 발사했다. 경찰이 들고 있는 소총은 AR-15였다. 시위대를 직접 겨눈 조준 사격 장면이 목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또 다른 장갑차에선 육각형 모양의 음향 대포가 올라왔다. 역시 홍콩 시위 6개월 만에 처음 등장한 신형 무기다. 홍콩 현지 언론은 최악의 경우 청력을 상실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무기라고 소개했다. 2009년 미국 피츠버그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시위대 해산 용도로 첫선을 보였고 이후 위력이 입증되자 미 전역의 시위 진압용 장비로 자리잡은 무기다. 최대 500m 거리에서 150㏈ 안팎의 음향를 쏘는 방식으로, 음향대포에 맞으면 고막이 찢어질 듯한 통증과 함께 구토와 어지러움을 동반하게 된다. 비판이 거세지자 홍콩경찰은 해당 장비는 장거리 음향기구로 무기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경찰의 초강경 진압에도 시위대는 밀리지 않았다. 화살과 자체 제작한 투석기로 돌과 화염병을 날리며 맞섰다. 홍콩 중문대 시위 당시 사용됐던 화살도 다시 등장했다.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화살을 발사했고 결국 경찰 한 명이 왼쪽 다리에 화살을 맞았다. 부상자는 경찰 공보관으로 알려졌으며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실제 경찰이 화살을 맞고 부상한 것은 처음이다.
 
17일 홍콩 폴리테크닉대에서 한 시위자가 경찰을 향해 화살을 쏘려 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7일 홍콩 폴리테크닉대에서 한 시위자가 경찰을 향해 화살을 쏘려 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공방전이 벌어지는 동안 채텀 로드 남쪽 폴리스 라인 주위에선 시민들이 연신 시위대를 응원했다. 신부복을 입은 한 외국인 남성은 “홍콩에 자유를, 자유·민주주의·인권을 응원한다”고 외쳐 시민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경찰은 최루탄 발사 경고 문구가 적힌 검은 깃발을 들고 시민들의 해산을 종용했다. 주변에선 100여 명의 내외신 기자가 현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타전하고 있었다.
 
이날 시위 현장에서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PLA)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채텀 로드 인근에 있는 주둔군 막사에서 총에 대검을 꽂은 채 경계를 서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이 현지 언론에 포착됐다. 평소 경계 근무 시 착검까지 하지 않는 전례로 미뤄 시위에 대비해 부대 경계를 강화한 것으로 풀이됐다. 시위대를 위협하려는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중국군 거리 청소 ‘시위대 청소 경고’
 
중국군이 16일 차량 통행을 막기 위해 설치해 놓은 보도블록 등을 치우는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군이 16일 차량 통행을 막기 위해 설치해 놓은 보도블록 등을 치우는 모습. [AFP=연합뉴스]

한편 시위대는 홍콩섬 에딘버러 광장에 모의 베를린 장벽을 세우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키스하는 그림을 그려 이들을 조롱하기도 했다. 홍콩 교육 당국은 전체 휴교령은 18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특수학교 등 홍콩 내 모든 학교 수업이 중단된 것이 지난 14일부터 벌써 닷새째다.
 
전날인 16일엔 홍콩에 주둔하는 인민해방군이 대학가 주변 거리를 청소하면서 주둔군법 위반 논란도 일었다. 전날 홍콩 중문대를 점령하고 있던 학생 시위대가 철수한 뒤인 이날 오후 4시28분(현지시간)쯤 60여 명의 중국 인민해방군이 주룽탕(九龍塘) 주둔 막사에서 나와 침례대학 앞길의 장애물을 제거했다.  
 
군인 일부는 카키색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이었고 나머지는 등에 중국군 최강 대테러 특공대인 ‘쉐펑 특전대’와  ‘특전 8연대’ 글자가 새겨진 조끼를 입었다. 청소 작업을 촬영하는 군인도 목격됐다. 지휘관은 큰소리로 “홍콩 사람 모두 폭동을 진압할 책임이 있다”며 “비번 군인들이 자발적으로 도로 소통과 홍콩의 안전, 안정을 위해 나왔다”고 외쳤다.
 
“막사 외출이 주둔군법 위반 아니냐” “홍콩 정부의 요청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민의 박수가 가장 좋은 이미지”라고 엉뚱하게 대답했다. 이후 다시 40여 명의 군인이 청소 현장에 투입됐으며 소방대원과 경찰관도 동참했다. 45분여 만에 렌르류 로드 장애물 제거를 마친 병사들은 도열해 구호를 외치며 막사로 돌아갔다.
 
시사 평론가 윌리람은 “홍콩 시민의 반응을 시험하려는 행위로 만일 반대가 없거나 긍정적일 경우 해방군 혹은 광둥 경찰이 시위자를 청소할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경고했다. 주둔군법 9조는 “홍콩 주둔군은 홍콩 특별행정구의 지방 사무에 간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폭동 진압” 발언 이후 해방군을 동원한 ‘협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홍콩=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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