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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임종석 용퇴…인적쇄신 신호탄인가, 양화의 구축인가

자유한국당 3선 김세연 의원이 17일 오전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한 뒤 국회 정론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3선 김세연 의원이 17일 오전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한 뒤 국회 정론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11시 30분, 국회 정론관이 술렁였다. 단상엔 김세연(3선·부산 금정) 자유한국당 의원이 섰다. 당 지도부에도 알리지 않은 깜짝회견이었다.
“저는 오늘 제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합니다.” 
 
김 의원은 이날 “정파 간의 극단적인 대립 구조 속에 있으면서 ‘실망-좌절-혐오-경멸’로 이어지는 정치 혐오증에 끊임없이 시달려왔음을 고백한다”면서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런 뒤 한국당의 '완전 해체'를 주장하고,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에겐  "다같이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창조를 위해서는 먼저 파괴가 필요하다”며 소속 의원 전원 불출마도 촉구했다.
 
‘무대’는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오후 12시 10분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의 불출마 기자회견이 끝난 뒤 40분 뒤였다. 임 전 실장은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 먹은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며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7일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며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7일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며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연합뉴스]

임 전 실장 역시 여권 지도부와 논의를 거치지 않고 불출마를 발표했다. 임 전 실장은 여권의 주요한 전략자원으로 꼽히던 핵심인사다. 내년 총선에선 서울 종로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동작을 투입설이 돌던 터였다. 그 래서 그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 큰 파장이 일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임 전 실장의 불출마 결정과 관련해 “학생운동 할 때도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더니…”라면서 당혹해 했다.
 
임 전실장과 김 의원이 갖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이들의 '용퇴'는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란 분석이다. 친문ㆍ86 그룹(민주당)과 친박·영남(한국당)에 용퇴 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①왜 불출마 선언했나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21대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세연 의원은 "자유한국당은 수명을 다했다"며, "존재자체가 역사의 민폐"라고 얘기했다. 또, "당을 공식적으로 완전하게 해체하자"고 주장했다.[뉴스1]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21대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세연 의원은 "자유한국당은 수명을 다했다"며, "존재자체가 역사의 민폐"라고 얘기했다. 또, "당을 공식적으로 완전하게 해체하자"고 주장했다.[뉴스1]

두 사람의 메시지는 온도차가 있다. 김 의원은  '지도부 용퇴', '의원 전원사퇴', '당 해체' 같은 고강도 쇄신요구를 담았다. 실제로 의원 전원 사태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은 미지수지만 김 의원이 영남권 3선이기 때문에 최소 영남권으로 물갈이론이 확산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영남권 출마를 추진중인 홍준표 전 대표나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김태호 전 의원 등의 수도권 험지출마론으로 파장이 이어질 수도 있다.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보수통합'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그가 촉구한 '당 해체론'은 바른미래당 유승민계의 요구와도 맥락이 닿아 있다.
 
반면 임 전 실장은 정치적 메시지를 담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내 86 그룹의 상징적 인사라는 점에서 본인 뜻과는 상관없이 세대교체론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에서 불출마 ‘트리거’를 당긴 이철희 의원도 이미 “86세대가 2000년쯤부터 국회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니 얼추 20년은 했다. 이제 물러나면 좋겠다”고 세대교체론을 촉발한 상태다.
 

②물갈이 폭, 어디까지 갈까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7일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며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의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는 언급을 함에 따라 이번 언급은 불출마를 시사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7일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며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의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는 언급을 함에 따라 이번 언급은 불출마를 시사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역대 선거에서 ‘현역 불출마’ 및 '세대교체'는 승리 방정식 중 하나였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이해찬·유인태 의원 같은 중진과 정청래·김현 전 의원 등의 친문계를 다수 공천에서 물갈이하곤 빈 자리엔 신진 인사를 영입해 채웠다. 결과적으로 선거는 민주당이 123석을 얻어 승리했다. 반면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은 물갈이 대상 의원이 유승민·이재오 의원 등 당내 비주류인 비박계에 집중돼 공천파동을 촉발시키는 바람에 선거에서 졌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마치 경쟁하듯 용퇴 인사가 한날 동시에 나오면서 물갈이 경쟁도 막이 올랐다는 평가다. 민주당엔 이미 불출마 그룹이 상당수다. 7선의 이해찬 대표와 초선 비례대표 이철희ㆍ표창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입각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불출마가 사실상 확정적이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개각요인을 피해 불출마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당에선 본다. 초선 김성수ㆍ서형수ㆍ이용득ㆍ제윤경ㆍ최운열 의원도 주변에 불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불출마를 고민중인 5선 원혜영 의원이나 "정기국회 후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전한 3선 백재현 의원이 가세할 경우 규모가 10명을 넘는다.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오수 법무부 차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오수 법무부 차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반면 한국당엔 김세연 의원과 일찌감치 불출마 의사를 밝힌 부산 6선 김무성 의원, 초선 비례대표인 유민봉 의원, 경남 재선 김성찬 의원 등 네명뿐이다. 김세연 의원은 회견에서 “‘물러나라, 물러나라’ 서로 손가락질은 하는데 막상 그 손가락이 자기를 향하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이 자기는 예외이고 남 보고만 용퇴하라, 험지에 나가라고 한다”면서 본인의 불출마 결단이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③인적쇄신인가, 양화가 구축당하나

김성찬 자유한국당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성찬 자유한국당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한국당의 수도권 한 의원은 “무소속으로 나와도 당선이 된다는 김세연 의원이 저런 선택을 했는데 과연 다른 영남권 중진들이 모두 자리를 펼 수 있겠냐”며 “전원은 아니더라도 일부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불출마 선언 대부분이 중진 대신 기득권 이미지와 거리가 있는, 경쟁력 있다고 꼽히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터져나오면서 ‘악화(惡貨)가 아닌 양화(良貨)만 구축(驅逐)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대체로 불출마 선언 의원이 비문 진영과 초선 그룹, 그리고 수도권 지역구에 몰려있다. 한국당도 영남 친박계 등이 아닌 비박계에서 총대를 맸다. 김세연 의원은 정치권에서 차세대로 꼽히는 70년대생으로, 비박계로 분류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여권에서는 86 운동권 및 중진 그룹에, 야권에선 60대ㆍ법조인ㆍ관료 그룹에 쇄신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며 “양측 모두 청년세대 수혈에 힘을 기울여야 ‘악화’만 남는 꼴을 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ㆍ윤성민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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