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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통합에 대한 실망이 결정타? 김세연 불출마 막전막후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21대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21대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금시초문이다. 황교안 대표도 모르는 사안이다.”

17일 오전 10시 30분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금정ㆍ3선)이 내년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할 것이란 소문이 퍼지자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핵심 측근이 한 말이다. 황 대표뿐 아니라 같은 PK 지역구 의원 중에서도 소식을 들은 이를 손에 꼽았다. 부산의 한 중진 의원은 “지역에 가서 불출마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다”면서도 “자세한 건 모른다”고 했다.
 
통상 당 공보실에서 미리 배포하는 회견문도 이날은 김 의원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야 나왔다. 당 지도부에게도, 주변 의원들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깜짝 기자회견을 계획한 셈이다. 그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황 대표와 사전에 상의했냐’는 질문에 “없었다. 오늘 제 요구의 속성상 협의를 폭넓게 할 사항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부산시당 관계자들조차 “핵심 관계자 몇 명에게만 알렸다. 우리도 오늘 문자를 받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3선 김세연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3선 김세연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김 의원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가장 큰 원인은 한국당에 대한 실망과 정치환경에 대한 환멸이라는 분석이 많다. 즉, 발표는 전격적으로 이뤄졌지만 이에 대한 결심은 그간 누적되어 온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로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중앙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언제쯤 불출마를 결심했냐’는 질문에 “언제라고 딱 잘라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오래 전부터 해온 생각”이라며 “이제 맞는 길을 가는 것”이라며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보수 통합에 대해서도 “지금으로서는 잘 안 될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정작 중요한 문제는 보수통합을 하고 안 하고의 차원이 아닌 것 같다”며 자신의 거취가 보수 정당의 통합에 대한 기대나 실망 수준을 넘어섰음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도 “정치권에서 ‘만성화’를 넘어 이미 ‘화석화’되어 버린 정파 간의 극단적인 대립 구조 속에 있으면서 ‘실망-좌절-혐오-경멸’로 이어지는 정치 혐오증에 끊임없이 시달려왔음을 고백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당을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고 칭하며 “완전히 새로운 기반에서, 새로운 기풍으로, 새로운 정신으로, 새로운 열정으로, 새로운 사람들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3선 김세연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3선 김세연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은 일문일답.  
 
오늘 결단을 내리게 된 이유는.
어느 한두 건의 특별한 이유가 아니고 문제의식이 계속 누적돼 왔다. 사실 예산이 처리되고 완전히 총선 국면으로 넘어가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올 거라 경종을 울려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것은 총선 불출마냐 당장 사퇴하라는 거냐
지도부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건 아니다. 구심점이 있어야 하고 의사결정 하는 분들이 있어야 하기에 현재 직무에서 물러나란 건 아니다. 다 함께 희생하는 데 앞장서 주시란 거다.
 
108명 모두 불출마하라는 것인가.
누구도 현재 상황에 오기까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
 
최근 유승민계와의 통합이 지지부진한 것이 영향을 미친 건가.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이야기하진 못하겠지만, 통합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깜짝 회견이었지만 김 의원이 총선 불출마의 뜻을 완전히 숨겨온 것은 아니다. 2주 전쯤 김 의원은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당명 개정이 간판만 바꾸는 것이라면 이젠 철거 후 재건축이 필요하다. 그라운드 제로 수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역 의원 전부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뒤 이어진 식사자리에서 “지난주 몇 차례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고 토로했는데 한국당의 한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통합추진단장 선정 등 황 대표의 보수통합 추진 과정을 보고 실망감이 큰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사흘 전쯤 기자회견 원고를 작성했고 전날 자신의 지역구에 내려가 관계자 몇몇 사람에게 불출마 뜻을 전하고 밤늦게 서울로 올라왔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북핵외교안보특위-국가안보위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북핵외교안보특위-국가안보위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새누리당 시절 당내 대표적 ‘유승민계’ 인사로 분류됐던 김 의원은 2016년 탄핵 정국 땐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에 힘썼다. 그러다 지난해 1월 한국당에 복당했고 지난 5월부터는 당내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후 당 외교안보특위-국가안보위원회 연석회의에 참석한 황 대표는 백브리핑에서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관련해 “당을 위한 충성된 뜻, 충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도부를 향해 불출마에 앞장서달라고 요구한 것과 관련해선 “다양한 의견을 잘 들어서 당을 살리는 길, 이기는 길로 가겠다”며 말을 줄였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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