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동맹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문제로 시계제로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는 15일 일본이 바뀌어야 지소미아 종료를 변경할 여지가 있다는 뜻을 알렸는데 이날까지도 일본은 바꿀 생각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만 득을 본다”며 종료 결정 재고를 요구했다. 한·미·일의 이같은 관계가 계속될 경우 오는 22일 자정을 기점으로 지소미아가 종료될 수밖에 없어 한ㆍ미 관계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변곡점이 다가오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고위회담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16/03afc160-effc-4696-b1e6-15c849b7bd70.jpg)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고위회담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안보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과 군사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ㆍ미ㆍ일 간 안보 협력도 중요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고 고민정 대변인이 전했다. 미국이 강조하는 3국의 안보 협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공동성명서 핵심 문구 놓고 한·미 이견"
국방부 관계자는 “공동 성명서 문구는 이미 만들어졌는데 에스퍼 장관이 결재하지 못해 늦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역대 SCM 가운데 회의 시작 이전까지 양국 국방장관이 공동성명서를 승인하지 않은 적은 거의 없다”며 “아무리 늦어도 SCM 회의가 끝나면서 나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소식통은 “한ㆍ미간 핵심 문구를 놓고 이견이 있어 에스퍼 장관이 서명하지 않았다”며 “지소미아 관련”이라고 귀띔했다.
에스퍼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 후 전쟁기념관에 들렀다. 오후 4시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한 뒤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만났다. 공동성명서 발표가 늦어진 이유를 놓고 공동성명서를 확정하기 이전에 미국 측이 국방부가 아닌 청와대를 상대해야 할 사안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한ㆍ미동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미국이 한국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등을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16/fe8eeaae-358d-4c08-9b74-29b7858a57c8.jpg)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등을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나란히 서서 다른 얘기한 한·미 국방
에스퍼 "지소미아 방치 안 돼"
![지난해 6월 포항시 독석리 해안에서 한·미 해병 8000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상륙훈련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16/dbb6772e-86da-417d-bf40-2597c2d3f7d3.jpg)
지난해 6월 포항시 독석리 해안에서 한·미 해병 8000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상륙훈련 [중앙포토]
정경두 "공평한 수준서 방위비 결정"
하지만 앞서 정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방위비 분담금은 공평하고 상호 동의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해야 하며, 제10차 SMA 만료(다음달 31일) 이전에 타결해야 한다는 것에 양국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공평’과 ‘상호 동의’를 강조했는데, 에스퍼 장관은 ‘인상’으로 평행선을 달린 것이다. 두 장관은 ‘올해 안 타결’이라는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정부는 미국이 요구한 50억 달러 분담금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무하다.
양국 국방장관이 공감한 건 이달 한ㆍ미 공군이 실시하는 연합훈련을 재조정하는 정도였다. 에스퍼 장관은 “외교적 문이 닫히지 않도록 지원한다”고 말했고, 정 장관은 “비핵화를 위해 최적의 결심을 할 것”이라고 했다. 에스퍼 장관이 기내에서 “연합훈련을 다소 조정할 것”이라고 말하자, 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14일 심야에 “긍정적인 노력으로 평가한다”고 반응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현재까지 (연합훈련 계획이) 바뀐 것은 없지만, 미국 측과 계속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ㆍ미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 지난 8월 미래연합군사령부의 기본운용능력(IOC) 검증 결과를 승인한 뒤 이를 토대로 2020년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정 장관과 에스퍼 장관은 19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6일 함께 한국을 떠난다.
미 합참의장, 서울서 한·미·일 화상회의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