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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문제 정치적으로 접근…탁상공론에 그쳐 진전 안 돼

김재한 교수는 ’숲 사진으로 정교한 나무 사진을 만들 수 없지만, 나무 사진을 모아 정교한 숲의 모습을 그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게 숲은 남북 관계에 대한 거대담론, 나무는 로컬 중심의 세부적인 해석이다. 김현동 기자

김재한 교수는 ’숲 사진으로 정교한 나무 사진을 만들 수 없지만, 나무 사진을 모아 정교한 숲의 모습을 그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게 숲은 남북 관계에 대한 거대담론, 나무는 로컬 중심의 세부적인 해석이다. 김현동 기자

안석주 작사, 안병권 작곡의 노래 ‘우리의 소원’(1947).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나라가 가난할 때도 통일은 지상과제였다. 살만해진 지금, 통일은 시야에서 가물가물해졌다.
 

김재한 한림대 교수
보수든 진보든 통일 비전 제시
거대담론 일삼아 달라진게 없어

성과보다 유권자 표에 더 관심
정파 초월해 실용적으로 다뤄야

최근 『통일·북한의 공간적 이해: 로컬 공간으로 조망하는 새로운 통일 담론』을 편저한 김재한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를 인터뷰했다. 이 책은 정치학·역사학·사회학·심리학·도시공학 등 분야 전문가들이 고심한 역작이다.
 
김 교수는 남남갈등의 상당 부분이 로컬(local)을 무시한 거대담론과 탁상공론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정치 스펙트럼의 연구자들이 로컬 차원에서 남북문제를 다루면 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재한 교수는 한림대에서 선거의 이해, 조사방법, 외교안보 통일의 이해 등을 가르치고 있다. 저술도 힘들지만, 편저는 더 힘들다. 그가 『통일·북한의 공간적 이해』를 기획한 이유가 궁금해 인터뷰했다. 그는 수백 편의 학술 논문을 썼다. 중앙SUNDAY에도 글을 연재하며 정치·국제정치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고 있다.
 
남북통일에 대한 회의나 무관심이 심화하면 적대감 표출을 낳는다.
“예전에는 ‘통일을 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해야 한다’는 답이 많았다. 그런데 과거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들과 지금 ‘그렇다’는 사람들의 성향이 좀 다르다. 이전에는 보수층에서 ‘통일을 해야 한다’는 답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오늘날에는 진보층에서 북한과 화해 협력을 통해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냉전 시대에는 흡수통일이나 분단·전쟁책임론이 보수의 화두였다. 오늘날 보수층에서는 ‘북한과는 따로 사는 게 더 낫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반면 진보는 ‘북한을 함께 끌고 가야 한다’고 한다. 탈북자가 생기고 북한 인권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통일 당위성의 시대적 배경이 달라졌다. 전통적으로 인권 문제는 진보의 가치인데 북한 문제 맥락에서는 인권이 보수의 가치가 됐다.”
 
통일은 소수파의 의견이 된 것인가.
“다수의 사람이 통일의 당위성을 몸소 체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이든 세대는 이산가족 문제나 개인적인 체험을 통해서 통일의 당위성을 생각했다. 오늘은 그런 사람들이 아주 적다. 접경지역에서는 북한과 통일하면 지역발전이 있다는 관점이 선거나 투표에 영향을 준다. 이를 정치권에서는 이를 이용하고 동원하려는 현상이 있다.”
 
남북문제는 전형적인 ‘내로남불’ 문제인가. 박근혜 정부에서 ‘통일 대박론’이 나왔다. 현 야당이 집권한다면 통일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 될 것인가.
“통일은 보수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비전을 제시한다. 구체적인 쟁점으로 들어가, 비무장지대 문제를 살펴보면, 역대 정부는 특히 인수위원회 단계에서 통일을 아주 중요한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너무 정치적인 목적만 가지고 통일을 바라보니, 이뤄진 게 하나도 없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 비무장지대를 매개로 북한과의 협력과 또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까지 모두 비무장지대 통일문제를 이슈화시켰다. 역대 정부가 전부 통일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임기 내에 뭔가 성과를 거두겠다는 생각은 사실은 애초부터 대부분 없었던 것 같다. 오로지 정치화된 비전을 제시해서 유권자나 국민으로부터 좀 더 많은 지지를 받는 목적이 더 강했던 것 같다.”
 
이전에는 유엔 감시하 선거나 한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 연방제와 국가연합 사이의 타협점이 통일안으로 제시됐다. 현 정부의 통일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저도 잘 모른다. 문재인 정부에서 누가 계획을 짜는지 잘 모르겠다. 레드 콤플렉스 탈피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이전 정부에서는 누가 통일 정책을 입안하고 주도하는지 알고 있었는가.
“장관이건 청와대 비서관이건… 인터뷰도 하고 학계에 의견을 구하기도 했는데… 지금 정부는 누가 남북문제를 총괄하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비록 욕도 많이 먹었지만, 실무자가 누구고 어떤 사람이 낸 아이디어인지 직간접적으로 알았다. 지금 정부의 통일정책은 어떤 그림 속에서 누가 기획하는지 알려지지 않다. 그 점이 아쉽다. ‘아마추어’라는 혹평의 느낌의 원인이기도 하다. 현 정부의 남북 정책을 음모론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저는 음모론보다는, 좀 아마추어적인 작업이 원인이라는 그런 느낌을 더 받는다.”
 
음모론으로 보나, 아마추어 관점으로 보나 문제가 있다.
“모든 전문가는 인과관계에 의해서 역사적 경험에서 A가 되면 B가 된다는 관념 속에서 정책도 구상하고 예측도 한다. 그런데 우리 문재인 정부는 그런 전문가적인 사회현상의 법칙을 전제로 하고 설정하는 것이 좀 약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한다.”
 
책의 서론에서 기존 통일·북한 담론의 3대 문제점을 참신성·실용성 부족과 정파성 문제로 정리했다. 또 로컬(local)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정부는 평화경제를 내세워 큰 효과를 봤다. 언론에서 ‘보수 벨트가 무너졌다’는 식으로 평가했지만, 본래 접경지역이 그렇게 천편일률적인 보수지역은 아니다. 접경지역에서 지금 여당의 득표율을 가장 잘 설명하는 변수는 집값·땅값이다. 평화경제라는 담론이 로컬 정치에서 효과를 봤다. 남북문제와 관련해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북한도 로컬로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강조할 게 있다면.
“대북정책도 연구 안 된 것이 많다. 정부가 엄청난 양의 프로젝트를 발주되지만, 새로운 내용이 없는 경우 많다. 정말 아무도 연구 안 한 것, 기초 체력을 튼튼하게 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김환영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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