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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의 여행, 영감도 얻지만 더 큰 소득은 소통

문화예술 지원이 경영이다 <3> 하나투어 COA프로젝트

삽교호 놀이공원의 대관람차. [사진 이상진]

삽교호 놀이공원의 대관람차. [사진 이상진]

#1 오래된 놀이동산에서 일몰 시간에 맞춰 대관람차에 오른다. 정상에 다다를수록 노을은 짙어지지만 해는 구름에 가렸다. 내려오니 더 아름다운 게 보인다. 보랏빛으로 물든 하늘, 어느새 총천연색 조명을 켜고 도는 대관람차에서 문득 로맨스 영화가 시작될 것 같다.  -삽교호 놀이공원에서

하나투어와 충남문화재단의 협업
충남과 팔라완 탐방하며 교감 나눠
개인주의적 예술가 네트워킹 촉매
12월 ‘색, 빛과 어둠의 이중주’ 전시

  
#2 반쪽짜리 달이 거짓말처럼 밝은 해변에서 통통배를 타고 검은 물 위를 한참 달리면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점에 울창한 맹그로브숲이 나타난다. 숲 사이를 지나며 큰 소리로 “반딧불!”하고 부르면, 잠에서 깨어난 반딧불이들이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짝반짝 화답한다.  -팔라완 맹그로브숲에서

  
이상원 작가가 팔라완의 추억을 수채로 그렸다.

이상원 작가가 팔라완의 추억을 수채로 그렸다.

여행을 가면 남들이 좋다는 장소를 똑같이 훑고 돌아온다. 하지만 같은 풍경에도 각자 감상은 다를 터. 하물며 예술가들은 어떨까. 흔한 여행 풍경이 어떻게 고유의 예술언어가 되는지 궁금해 예술가들과 함께 길을 떠났다. 하나투어가 충남문화재단과 함께 기획한 ‘2019 문화예술희망여행 COA프로젝트’다.

 
충남 일대 명소와 ‘세계에서 둘째로 멋진 섬’이라는 필리핀 팔라완을 일주일 동안 거니는 코스다. 다양한 작품세계를 가진 예술가들이 같은 시공간을 흡수해 색색깔로 펼쳐내는 감각의 무지개는 ‘색, 빛과 어둠의 이중주’란 제목으로 12월 18일부터 일주일 동안 인사동 인영갤러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COA프로젝트’는 여행을 통해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전시를 통해 대중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공헌 사업이다. 2015년부터 인천·제주·충남 등 지역문화재단과 네트워크를 맺고 각 지방 도시와 다낭·발리·치앙마이 등 해외 여행지를 탐방하고 연말에 전시를 열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예술협력네트워크 지원 사업’에 4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좋은 작품은 영감보다 힐링이 먼저

 
추연만 작가의 파도사진.

추연만 작가의 파도사진.

이번에는 충남 작가 5명을 포함해 15명의 예술가들이 함께했다. ‘영감여행’이라더니 힐링의 성격이 강했다. 수학여행 온 고등학생들처럼 마냥 즐겁다. 팔라완 호핑투어에 동행한 현지 가이드 ‘황부장’도 “가이드 역사상 가장 재미있게 놀고 가신 분들”이란다. 작품 고민은 안 하냐 물으니 ‘벨벳 수영복의 그녀’ 김가을 작가는 “힐링을 해야 영감을 얻는다”며 윙크를 보낸다. 하나투어문화재단 이상진 디렉터도 “그게 바로 기획 의도”라고 거든다. “아티스트들은 방학이 필요해요. 쉼도 없이 일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초기엔 전시 걱정을 하길래 제발 집중해서 쉬라고 했죠. 그래야 좋은 작품이 나오거든요.”

 
자유로운 영혼들을 대동단결시키는 건 여행지의 공기다. 핑크빛 석양이 아름다운 간월암에서 일몰을 보겠다고 뛰어다니던 열정은 팔라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태풍은 노을을 꽁꽁 숨겨버렸고, 팔라완 최고의 풍광이라는 지하강 투어도 좌절시켜버렸다.

 
명소 탐방 계획이 취소되고 방황하면서 보이는 것도 있었다. 다른 유명 휴양지에 비해 개발이 뒤져 원시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이곳에서 ‘오래된 미래’를 만난 것이다. 반딧불 투어 가이드가 웬만한 한국어를 말하고, 이와힉 교도소 재소자들이 ‘강남스타일’에 맞춰 환영댄스를 출 만큼 빠르게 산업화되고 있지만,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청정자연 속에 반짝이는 반딧불과 수만평 대지에 울타리도 없이 펼쳐진 대자연과도 같은 교도소, 즉 ‘진짜 팔라완’이었으니.

 
팔라완 현지 작가들과도 교류

 
전병삼 작가가 팔라완 룰리섬 해변을 세로로 파노라마 촬영했다.

전병삼 작가가 팔라완 룰리섬 해변을 세로로 파노라마 촬영했다.

어차피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던가. 전시를 위해 동행한 백남주 큐레이터도 “계획대로 되지 않았기에 아티스트들이 더 끈끈해졌다”고 했다. “일몰, 자연, 바다색 등 기대가 컸는데 날씨 때문에 구름, 비, 바람만 많이 봤다. 작업소재가 임팩트 없어 걱정하면서 차선을 찾다보니 스킨십으로 뭉쳐졌다”는 것이다.

 
이 여행의 숨은 목적도 ‘예술가들의 소통’이다. 특히 폐쇄적인 측면이 강한 지역 예술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넓은 세상과의 교류가 갈급하다. 동양화가부터 시인, 그래피티 작가, 음악 프로듀서, 사진작가, 단편영화감독까지 참여 예술가들의 출신성분이 제각각인 이유다.

 
충남문화재단 김선욱 문화사업팀장은 “프로젝트가 끝나도 작가들끼리 협업을 이어가며 서로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했다. “충남은 전국에서 대학이 가장 많아 신진 예술가들이 많이 배출되지만 지역 예술계의 폐쇄성 때문에 젊은 창작자들이 다 떠나가죠. 예술가들이 지역에 잘 정착할수 있도록 재단이 역할을 하려는 겁니다.”

 
충남에서 활동하는 정희도 작가는 이번 여행이 2번째다. 단순히 여행이 즐거워 연거푸 참여한 건 아니다. 다른 예술가, 기획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활동의 차원이 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전에는 전시하고 그림 팔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사업을 통해 단순히 작품 제작 차원을 떠나 예술로 어떤 것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알게 됐죠. 작은 단체를 운영하면서 후배들이 고향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사업도 시작했습니다.”

 
오브제 아티스트로 유명한 린케이 작가도 “새로운 호흡을 위해서 왔다”고 했다. “작가들은 개인주의적이고 늘 만나는 사람이 뻔하죠.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새로운 생각을 얻고 싶었어요.”

 
여행의 대미는 현지 예술가들과의 소통이었다. 팔라완의 원주민 작가팀 ‘아트온더무브’와의 워크숍에서 전통문화와 자연을 소재로 작업하는 엘로디 메사크는 “사라져가는 전통을 작품을 통해 다음 세대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 팔라완에는 예술가가 많지만 아직 갤러리 하나 없고, 지원 시스템도 없단다. 저들이 고충을 털어놓자 참여 예술가들이 예정에 없던 경매를 진행해 ‘아트온더무브’의 작품을 대량 구매하는 훈훈한 풍경도 펼쳐졌다. 저들은 “당장이라도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싶다”며 지속적인 교류에 대한 소망을 전했다.

 
일정을 마치고 비행기를 탄 예술가들의 마음도 비슷했다. “멀리서 손짓하던 별 하나가 떨어지듯 날아와/ 웅크린 나를 온몸으로 안아준다/ 사실 우리는 저마다의 자리에서 반짝이고 있다고/ 그렇게 우린 하나의 우주가 될 수 있다고.”(11월 10일 비행기 안에서. 고우리 시인)
 
“COA프로젝트를 작가들과 공동브랜드로 키울 것”
하나투어문화재단 이상진 디렉터

 
이상진 디렉터

이상진 디렉터

COA프로젝트는 하나투어가 사회공헌사업을 문화예술영역으로 확장시킨 케이스로, 이번에 9회째를 맞았다. 5년간 100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여행과 전시 기회를 얻었고, 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8회차 프로젝트 ‘초록과 황금의 나라’ 전시 오프닝과 함께 그간의 성과를 기념한 ‘아티스트 데이’를 연다. COA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상진 디렉터(사진)는 “시작할 땐 여행과 전시만 기대했는데 진행하면서 예상외의 시너지를 얻었다. 작가들의 네트워킹을 통한 융합 컨버전스의 가능성을 계속 키워가고 싶다”고 했다.

 
지역문화재단과 협업모델이다.
“여행만 보내는 거라면 혼자해도 되지만 진정성 있는 전시를 위한 공공성 담보 차원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협력 네트워크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그 사업 자체가 지역 비영리기관과 함께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지역마다 색깔을 살려 보고 싶었다. 섬과 섬을 잇는 제주와 발리, 태국의 옛수도 치앙마이와 백제의 옛수도 부여 등을 연결해 왔다.”
 
주로 동남아로 가는데.
“적당한 인원 규모와 일주일 스케줄로 국내외를 아우르기 좋은 게 동남아다. 한 포털 업체에서 유명 아티스트 몇명과 함께 유럽에 가자고 제안했지만 우리 취지와 맞지 않아 거절했다. 한 번의 전시 기회가 귀한 사람들을 지원하려는 것이다. 미래사회는 덕후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 믿고 그런 사람들을 돕고 싶다. 시각예술가가 아니라도 조향사, 작가, 뮤지션 등 한 가지 일을 오래 한 사람들을 초대하는 이유다.”
 
기대하는 피드백이라면.
“예술이 삶으로 들어온 시대인 만큼, 다음 스텝은 산업 형성도 기대할 만 하다. 이번에 제작한 단체 티셔츠도 참여작가 박진순의 그림으로 내가 디자인해 콜라보한 형태인데, COA프로젝트 자체를 작가들과 공동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COA굿즈’를 만들어 우리도 쓰고 판매도 하고, 수익금을 배분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싶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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