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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에게 매달 60만원 지급…20대 힘으로 세상 바꿀 것”

[배명복의 사람속으로] 용혜인 기본소득당 창당준비위 대표

용혜인 대표는 ’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우파 정치인 도 많다“며 기본소득제는 좌파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시각을 반박했다. 신인섭 기자

용혜인 대표는 ’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우파 정치인 도 많다“며 기본소득제는 좌파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시각을 반박했다. 신인섭 기자

기성 정치에 실망한 20대가 기본소득이라는 단일 이슈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창당 작업이 한창인 기본소득당이다. 이달 말 서울시당을 시작으로 중앙선관위 등록 요건인 5개 시도당 창립대회를 마치면 내년 1월 19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현재까지 전국에서 약 7000명의 당원을 확보했고, 매일 200~300명씩 당원이 늘고 있다. 당원들의 평균연령은 22세로, 6 대 4 비율로 여성이 더 많다. 학생과 취업준비생, 무직자와 비정규직 종사자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20대의 단합된 힘으로 한국 사회를 바꾸겠다는 용혜인(29) 기본소득당 창당준비위원회 상임대표를 서울 동교동에 있는 허름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기본소득, 좌우 진영 뛰어넘는 문제
‘그들만의 리그’ 기성 정치권에 실망
내년 창당 앞두고 벌써 당원 7000명

인간다운 삶 꿈꾸는 디딤돌 기대
3% 비례득표로 원내 진출이 목표”

연간 360조원 드는데 재원은?
토지보유세 등으로 충당한다지만…

창당을 추진하는 배경은?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과 경제 구조가 급속히 변하면서 사회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변화에 맞춰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어야 하지만, 기성 정당들은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다. 정치혐오를 불러올 정도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사회의 변화에 대응해 어떤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야 하는지를 얘기하는 정당이 필요하다고 보고 창당을 추진하게 됐다.”
  
“선별 따른 비효율 커 무조건 지급이 낫다”
 
왜 하필 기본소득당인가.
“기본소득을 얘기하다 보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기본소득은 헌법 34조 1항이 규정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실천적 방안이기도 하다. 기본소득이란 화두를 통해 사회 전반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단일 이슈 정당으로 기본소득당을 만들려는 것이다.”
 
핵심 정책 공약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모든 국민에게 매월 60만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한다는 것이 우리 당의 핵심 공약이다. 내년 총선을 통해 원내에 진출하면 ‘온 국민 기본소득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60만원의 근거가 뭔가.
“기초생활수급제도에 따라 정부가 책정한 1인 생계급여가 내년 기준으로 월 52만원이다. 최소한 이보다는 많아야 한다고 보고 60만원으로 책정했다.”
 
그걸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가능할까.
“물론 어렵다. 그렇지만 빈곤에 빠져 아무런 희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금액이다. 전에는 생각도 못 했던 새로운 꿈을 꾸는 디딤돌이나 도약대가 될 수 있고, 삶의 방식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
 
극빈자부터 재벌 총수까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60만원씩 준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최소한의 선별은 필요한 것 아닌가.
“선별에 따른 부작용과 비효율, 누수와 낭비가 심각하다. 가난을 죄악시하는 낙인 효과와 함께 송파구 세 모녀나 성북구 네 모녀 자살 사건에서 보듯 복지 사각지대 문제도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일을 할 수 있는데도 실업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선별에 드는 행정 비용도 엄청나다. 부작용과 낭비를 막고, 기본소득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에게 무조건 일정액을 지급하는 게 낫다고 본다.”
 
5000만 명에게 매월 60만원씩 주려면 연간 360조원이 필요하다. 올해 국가 예산 500조원의 70%가 넘는 돈이다. 재원 마련 대책이 있나.
“기본소득 도입을 통해 국민이 받게 되는 돈과 새로 부담해야 하는 돈을 따져보면 실제 순증세 부담은 약 120조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3년간 늘어난 정부 예산만 113조원이다. 전 국민에게 매월 20만원의 기본소득을 줄 수 있는 돈이다. 발상을 바꿔 정치권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정부가 정책적 의지를 갖고 추진하면 큰 추가 부담 없이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본다.”
 
용혜인 대표는 ’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우파 정치인 도 많다“며 기본소득제는 좌파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시각을 반박했다. 신인섭 기자

용혜인 대표는 ’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우파 정치인 도 많다“며 기본소득제는 좌파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시각을 반박했다. 신인섭 기자

기본소득당 창당준비위가 만든 기본소득 설계안에 따르면 월 60만원의 기본소득은 시민배당(30만원), 탄소배당(10만원), 토지배당(20만원)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시민배당은 모든 국민의 종합소득에 15%를 일률적으로 과세해 마련한다.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탄소배출량 1t당 10만원의 탄소세를 부과해 이를 탄소배당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삼는다. 토지배당은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부동산이며 토지는 개인의 소유이지만, 사실은 이 땅에 사는 모두의 ‘공통부(共通富)’라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토지 소유자들에게 매년 1.5~2%의 보유세를 부과해 거둔 돈이 토지배당분 기본소득의 재원이 된다.
 
데이터 배당도 논의 중이라고 들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사용자들이 만들어내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창출한 이윤을 독점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 귀속될 수 없는 공통부이기 때문에 이윤의 일부를 데이터를 만드는 데 기여한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좀 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당장은 기본소득의 구성 요소에 포함하지 않았다.”
 
기본소득을 도입하게 되면 기존의 복지제도는 어떻게 되나.
“기초생활수급제도에 따라 지급되는 생계급여는 물론이고, 영유아·아동수당이나 청년기본소득 등 연령별로 지급되는 현금성 급여는 당연히 기본소득으로 통합된다. 여기서 줄어드는 돈만으로 수십조원의 기본소득 재원이 마련된다.”
 
기본소득으로 최소한의 인간적 삶이 가능하다면 누가 일을 할까.
“60만원이라는 돈이 일을 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의 충분한 금액은 아니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실업 상태에 머물러 있는 빈곤 계층을 노동으로 유인하는 효과가 클 것이다.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일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앞으로는 기본소득에 더해 일하는 만큼 더 벌 수 있다. 실제로 기본소득 실험을 한 핀란드의 경우 노동 유인이 약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소득은 신성한 노동을 통한 개인의 자아실현을 저해한다는 반론이 있다.
“노동이 신성한 게 아니라 노동을 하는 인간이 존엄한 것이다. 편의점에서 종일 바코드를 찍거나 톨게이트에서 매연과 미세먼지를 마시며 동전을 거슬러주는 일로 자아실현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기본소득을 통해 좀 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도록 우리 사회를 바꿔야 한다.”
  
대학 강의실 불 끄기 같은 일자리가 웬말
 
기본소득제는 좌파 포퓰리즘 정책이란 시각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우파 정치인 중에도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 기본소득은 이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과 그 대안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좌우를 뛰어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20대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부정적이다. 왜 그렇다고 보나.
“문재인 정부만 아니라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이 매우 크다. 기성 정치권은 20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관심을 갖기보다 자신들만의 리그 속에서 기득권 강화에 몰두해 왔다. 문재인 정부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높은 수준의 경제 성장이나 일자리 창출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냐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질 때가 됐다. 더 이상 민간 영역에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 예산을 들여 국립대 강의실 불 끄기나 라돈 침대 방사능 측정 같은 초단기 알바 일자리나 만들고 있다. 산업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이나 소득주도성장에 매달리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정책이란 생각이 든다.”
 
내년 총선 참가 목적과 목표는?
“목표는 3%의 비례득표로 원내에 진출하는 것이다. 10여 곳의 지역구 출마도 검토하고 있다. 다른 당에도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후보들이 국회에 많이 진출하도록 기본소득을 이슈화하는 것이 우리의 내년 총선 참가 목적이다.”
 
하루 15시간 알바, 세월호 겪으며 정치에 관심
“알바를 하면서 대학에 다닐 때 최저시급 3800원을 받고 하루 15시간씩 일했던 적이 있다. 종일 일하는 것 말고는 다른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사업을 하시다가 망했을 때 누구보다 열심히 사셨던 아버지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고민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도 용혜인 대표가 정치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그는 “진보·보수 성향을 떠나 내 또래들이 갖는 공통적 트라우마 중 하나가 세월호 참사”라며 “기성 정치권이 참사에 대처하는 방식이나 태도를 보면서 느낀 실망감이 직업정치인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겼던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용 대표는 세월호 사건 직후 ‘가만히 있으라’는 침묵시위를 주동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을 거쳐 2년째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1990년 경기도 부천에서 태어나 안산에서 자란 그는 경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2016년 총선에 노동당 비례대표로 출마했고, 노동당 공동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노동당 당명을 기본소득당으로 바꾸는 시도가 무산된 후 노동당에서 탈당했다.
 
배명복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bae.myungb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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