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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팀장

땅 없이 아파트사업…‘묻지마’ 지역주택조합 주의보

서울 동작구 내 주택가에 붙어 있는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모집 반대 플래카드. 별다른 토지 확보 기준이 없는 조합원 모집에 대한 우려가 많다.

서울 동작구 내 주택가에 붙어 있는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모집 반대 플래카드. 별다른 토지 확보 기준이 없는 조합원 모집에 대한 우려가 많다.

‘토지 확보 하나 없이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모집 속지 마세요.’
 

지역주택조합 토지 확보 관건
조합 설립, 사업 승인에 기준 엄격
초기 조합원 모집엔 제한 없어
조합원 모집 난립, 주민 피해 부작용

서울 동작구 내 주택지에 붙어 있는 플래카드다. A업무대행사가 조합원을 모집하는 데 대한 반발이다.  
 
이 지역에서는 업체간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A사 외에 다른 업체도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위한 주민 동의를 받고 있다. A사가 먼저 조합원 모집 신고서를 제출하는 바람에 다른 업체가 모집을 할 수 없게 됐다. 현행 법에 조합원 모집에 별다른 제한이 없다.  
 
주민들은 “땅을 팔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조합원 신청을 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한다.  
 
무주택자가 저렴하게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사업인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첫 단추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자기 땅에 집을 다시 짓는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조합과 달리 지역주택조합은 땅이 없는 사람들이 벌이는 주택사업이다. 땅이 필요 없고 규제가 덜해 재건축·재개발 못지 않게 사업이 활발하다. 
 
국토부에 따르면 집값이 많이 오른 2015~2018년 수도권에서 설립한 지역주택조합이 89건이다. 같은 기간 조합설립 인가 받은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합쳐서 100여곳이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한제가 주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을 겨냥하고 있어 지역주택조합은 규제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땅을 매입해 아파트를 짓는 것으로 토지 확보가 관건이다. 토지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부정과 비리, 사업 좌초나 지연이 문제가 돼 그동안 조합 설립과 사업 승인에 토지 확보 요건이 강화됐다. 대지 80% 이상의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야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할 수 있고 사업계획 승인을 받는 데 대지 95% 이상 소유권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사업 초기 조합원 모집 단계에서 토지 확보에 대해 별다른 제한이 없다. 토지 소유권뿐 아니라 사용 승낙서를 전혀 확보하지 못하고서도 조합원을 모집할 수 있다. 조합원 모집 신고와 공개모집만 의무화돼 있다. 정보 공개 차원에서 조합원 모집 신고 때 토지 소유권이나 사용 승낙서 확보 비율을 공개하게 돼 있다.  
 
본지가 동작구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지난해 모집신고 3건을 조사한 결과 토지 소유권 확보 비율이 0%이고 사용 승낙 비율이 0.11%였다. 10% 정도만 땅 주인에게 지역주택조합 사업 부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승낙을 받고 조합원을 모집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용 승낙은 정식 매매계약이 아니어서 땅 주인이 팔지 않을 수도 있다.  
 
부실한 토지 확보로 시작한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2007년 6월 조합원 모집을 시작한 동작구 B조합 업무대행사는 예정대로 라면 진작 착공했어야 한다. 당시 모집공고에 그해 말 조합설립 인가 신청, 지난해 6월 사업계획 승인 신청, 지난해 10월 착공으로 사업일정을 제시했다. 이곳은 아직 조합설립도 하지 못했다.    
절차

절차

지난해 3월 16.7%의 토지 사용 승낙을 받고 조합원 모집공고를 낸 C조합도 모집공고엔 올해 하반기 착공예정으로 명시했지만 마찬가지로 조합 설립 전이다.  
 
조합원 모집 때 높은 토지 확보율을 보인 사업장은 사업 속도가 빠르다. 서울 구로구 내 D조합은 90%의 토지 사용 승낙을 받아 지난해 10월 조합원 모집을 시작해 6개월 만인 지난 4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조합설립을 하려면 건립예정 가구 수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조합원을 모집해야 한다.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모집 요건은 국회에까지 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조합원 모집 때 50% 이상의 토지 사용 승낙을 의무화한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조합원 모집 단계에서 제대로 토지 사용 승낙도 받지 않고 과장 광고를 통해 모집하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개정안은 별다른 반대가 없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관련 법 개정에 앞서 자치단체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조합원 모집 요건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제도 개선이 추진 중인데 아직 법이 바뀌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금 논란이 되는 기존 기준대로 모집을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은평구는 지난 5월 조합원 모집 신고 때 50% 이상 토지 사용 승낙을 받도록 하는 행정 방침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구청은 "조합원 모집 난립에 따른 주민 피해, 민원 등을 예방하기 위해 관련 법령 개정에 앞서 행정방침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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