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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직격인터뷰] 시장 기능 무시하는 경제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명예이사장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명예이사장은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경륜 있는 각계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이번에 펴낸 책에도 많은 제언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명예이사장은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경륜 있는 각계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이번에 펴낸 책에도 많은 제언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한국 경제의 지속 번영을 위한 우리의 선택

한국 경제의 지속 번영을 위한 우리의 선택

한국 경제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나라 경제의 기둥인 30·40세대 일자리가 끝없이 줄어들고, 소비와 투자가 말라 들면서 올해 경제 성장률은 급기야 1%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가 가라앉으면서 세금 부족 사태까지 불거졌다. 정부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일으켜가면서 513조5000억원의 내년 수퍼예산을 편성했지만, 앞으로도 저성장 국가에서 탈출할 가능성은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가 이런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마침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명예이사장이 한국경제의 나침반이 될 만한 책 『한국경제의 지속번영을 위한 우리의 선택』을 펴냈다. 그를 만나 수렁에 빠진 한국 경제를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들어봤다.
 

소주성 고집하면 경제 더 어려워져
부동산 가격 억제하면 건설 부실화
하향 평준화 교육 정책은 시대 역행
한·미 틈새 생기면 경제 먼저 충격

시대적 사명 갖고 개혁하지 않으면
경제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힘들어
대통령 주재 ‘규제 개혁회의’ 열고
청와대에 규제개혁 상황판 세워야

책을 읽어보니 지금 한국 경제에 꼭 필요한 핵심 제언들이 담겨 있다.
“나는 경제 정책을 연구하는 학자 출신(서울대 상대, 미국 UCLA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에서 일했다. 경제수석, 재무부 장관 두 번, 대통령 경제 특보로서 G20 정상회의도 주도했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도 했다. 특히 4년에 걸친 최장수 대통령 경제수석은 국정 전반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기회였다. 이런 값진 경험과 지식에 기반해 정부에 유용한 건의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고 쭉 이런 일을 해왔다.”
 
문재인 정부에는 어떤 제언을 했나.
“처음부터 문재인 정부의 ‘시대적 사명’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 확충을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에도 건의했지만, 이것을 국정의 우선순위에 두고 모든 경제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특히 지금까지 빠른 속도로 추락해 온 성장 잠재력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혁신성장을 통해 달성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라고 제언해왔다.”
 
그런데 혁신성장이 잘 안 되고 있다.
“지금 이 정부가 들어서 ‘혁신 성장’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정책 수단을 보면 오히려 혁신 성장에 배치되는 것들이 많다. 기업가 정신을 통한 혁신이 일어나게 하려면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얘기한 기업가들의 동물적 감각(animal spirit)이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이 동물적 감각은 기업가들의 즉흥적 낙관(spontaneous optimism)에서 나온다. 즉 ‘투자하면 위험부담 대가를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 우리 정치·경제·사회 여건은 오히려 그 반대 아닌가.”
 
구체적인 정책 사례를 든다면.
“대다수 영세 중소기업과 취약한 자영업자들의 현실에 맞지 않게 최저임금을 너무 급속하게 올리거나 주 52시간제를 일률적으로 강요하는 것들이 대표적이다. 무조건적 반(反)대기업 정서 또한 문제다. 그 결과 투자가 부진하고 일자리가 안 생기는 거다. 그리고 기업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실제 기업의 투자 의욕을 북돋우는 규제 개혁보다 오히려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정말 안타깝다. 예컨대 혁신성장을 내건 정부가 AI 관련 인재 육성을 가로막고 있는 기존의 대학 정원 규제를 고집하고 있다. 며칠 전 보도된 대로 미 스탠퍼드대에서는 컴퓨터 공학하는 학생을 1년에 745명을 뽑는데, 서울대는 지난 15년간 규제에 막혀서 1년에 55명밖에 못 뽑는다. 그러니까 혁신성장이라는 기치를 아무리 내세워도 실제로 정부가 이에 역행하는 기존 규제와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럼 구체적으로 규제 개혁은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대통령 주재로 규제 개혁 특별회의를 매달 정규적으로 개최하고 관련 부처장들이 그 자리에서 직접 대통령께 보고하도록 해서 다음 회의에서 추진 상황과 애로 사항 등을 대통령이 직접 점검해야 한다. 이렇게 규제 개혁에 국정의 최우선을 두고 꾸준히 남은 2년 반 동안 추진한다면 지금까지 못한 많은 규제 개혁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규제 개혁을 단순히 대통령 위원회 몇 개 만들고 한두 차례 ‘끝장토론’으로 될 일이 아니다. 청와대에 규제개혁 상황판을 걸어놓고 대통령이 직접 점검해야 한다. 일자리는 규제 개혁 결과에 따라 더 생기게 돼 있다.”
 
재정중독도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은 “곳간에 작물을 쌓아두기만 하면 썩는다”는 얘기도 했다.
“물론 케인스적 단기 수요 진작을 위해서 재정은 쓸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공급 측면의 경제성장 잠재력과 생산 능력 자체를 저해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일할 의욕을 저해한다든지, 민간기업이 투자를 덜 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나라의 곳간이 비고, 부실해지면 우선 국제 금융시장에서도 돈 빌리기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에도 정부가 정책 기조를 바꿀 의사가 없다는 게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아직 절반이 남았으니 지금부터라도 경륜 있는 사람들의 지혜와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 경제 운용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안보·국방 모든 면에서 그렇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계속 고집한다면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경제발전사에 어떤 평가를 받게 될 것인지 심각히 고려해 정책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
 
최저임금에 이어 내년에는 50인 이상 사업장에도 52시간제가 적용된다. 중소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생산성을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급히 올리면 실업자가 늘어나게 돼 있다. 특히 도와줘야 할 미숙련 근로자, 학력이 낮은 근로자들부터 피해를 보게 돼 있다. 그리고 가장 영세하고 취약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가장 먼저 파산하게 돼 있다. 52시간제의 일률적 강요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경제 전체의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
 
교육이 성장의 근간인데 혼란이 크다. 자사고·특목고를 모두 폐지해 완전 평준화를 추진한다고 한다.
“교육의 하향 평준화는 특히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의 미래를 망치게 하는 지름길이다. 영재 교육제도는 필요한 것이다. 국가 대표선수와 일반 아마추어 선수 수천 명이 함께 참가하는 마라톤 대회를 생각해보자. 이들 참가자 모두를 섞여 출발하게 한다면 국가 대표 선수들의 기록이 제대로 나올 수 있겠는가. 시대가 필요로 하는 영재와 특수 인재교육을 위한 패스트 트랙(fast track)은 필요하다. 동시에 뒤처지는 학생을 위한 공교육 강화는 물론 필요한 것이다.”
 
부동산도 대책도 17번 내놨고 지금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혼란이 극심하다. 대책이 나올 때마다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물가 지수 관리한다고 자장면 가격 제한하면 우선 자장면의 양과 질이 떨어질 것 아닌가. 분양가 상한제는 아파트 공급을 줄이고 아파트 공사 부실을 부를 수밖에 없다. 개인이 입주해서 계속 수리하고 내장 공사 전부 새로 다 해야 한다면 국가적으로 큰 손해다. 시장 기능을 무시한  정책은  어디서나 성공할 수 없다.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사회 안전망 차원에서도 도와주되 시장 원리 자체를 무시한 정책은 양쪽 다 망치게 된다.” 
 
외교 안보 여건도 불안하다. 일각의 주장이지만 미군 철수 얘기도 나온다.
“한·미동맹에 틈새가 생기고 국가 안보가 흔들리면 경제부터 문제가 생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올라가면 국제금융 시장이 민감히 즉각 반응한다. 국가와 기업 신용도에 당장 부정적 영향이 나타난다. ‘동맹의 중요성은 산소의 고마움처럼 없어져 봐야 그 가치를 알게 된다’는 말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한다. 안보 따로 경제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김동호 논설위원
 
※이 기사에는 장서윤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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