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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용의 한반도평화워치] 정부 주도 남북경협은 한계…민간·청년 목소리 반영해야

지속가능한 남북 경협

한국 기업 철수 전인 2013년 9월 개성공단 내 한국 의류업체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 남북 경협 논의에서 민간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아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포토]

한국 기업 철수 전인 2013년 9월 개성공단 내 한국 의류업체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 남북 경협 논의에서 민간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아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포토]

북·미가 스웨덴에서 실무회담을 했지만, 구체적 성과 없이 끝났다. 연말까지 한 달 반의 시간이 남았다. 북한 비핵화 논의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북한은 실질적으로 국제경제 시스템에 편입되고 개혁과 개방을 통하여 경제 발전을 이루기 위해 국제사회와 논의를 진행할 것이다. 남한은 현시점에서 남북 경제 협력과 북한 개발에 관해 심도있고 다양하게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볼 시점이다. 남한이 북한과의 경제 협력을 통하여 우리가 지불하는 비용과 얻는 이득이 무엇이고,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 개발에 참여하기 위하여 얼마나 잘 준비하고 있는지 물어본다면 답은 ‘아니다’ 일 것 같다.
 

정부가 경제 협력 등 남북 문제 논의 주도하며
비생산적 결과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 많아
경협사업 발굴은 민간 주도로 조건 등 검토하고
통일 책임질 미래 세대와의 소통도 강화해야

남북한의 문제는 경제 협력을 포함해 많은 이슈가 늘 총론에서 논의되다 정치적으로 쟁점화됐다는 점이다. 북한 관련한 문제는 분야와 관계없이 가장 민감한 국내 정치 문제 중 하나이고, 정치적 입장에 따라 기본 인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진보적 정부인지 보수적 정부인지에 따라 경제 협력, 민간 교류 등에 관한 기본 원칙, 접근 방법 등이 매우 다르다.
  
통일 비용 부담하는 미래 세대
 
더욱이 민감한 국가 안보의 문제를 포함해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와의 외교 문제 등을 이유로 남북한 문제에 관해서는 늘 정보가 부족하고 제한적이다. 현실적으로 국가 안보와 관련된 민감한 모든 정보와 자료를 공개할 수도 없다. 민감한 문제이고 국민 관심도 많고, 북한에 대한 정보도 극히 제한적이다 보니 확인되지 않은 소위 ‘카더라’ 통신이 많다. 이러한 현상은 진보정부든 보수정부든 국민과의 소통 부재라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소통이 부족하니 이 문제에 관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다. 특히 남한 내에서 젊은 세대와의 소통 부재가 제일 심각하다.
 
젊은 세대가 과연 통일이나 북한 문제, 남북 경제 협력 등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정부 의사 결정권자들은 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부가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남·북한 관련 프로그램들은 다음 세대와의 소통의 수단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미래의 한국을 책임지는 젊은 세대와 현재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지금 세대 간에 북한 문제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보다 크고 다양하게 열린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
 
몇 주 전 지속가능한 발전과 통일 문제에 관한 회의에서 좌장을 맡은 적이 있다. 토론자였던 대학생 두 명의 논점이 인상적이었다. 통일은 한 세대 이상 걸리고 통일 비용의 부담은 미래 세대가 더 지게 되는데도 이와 관련된 논의에서 미래 세대는 잘 참여하지 못한다는 취지였다. 정부가 주도할 필요는 없지만, 젊은 세대와 남북한 문제에 대해 좀 더 자유롭고 다양한 형태의 ‘소통의 장’이 생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의 의견과 생각에 관심을 갖고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남·북한 문제와 현안을 다음 세대에게 잘 알려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그 시스템이 무엇인지는 다음 세대와 협의해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정부 주도 경협은 성과에 한계
 
남북 문제는 그동안 경제 협력을 포함해 모든 논의를 정부가 주도해 왔다. 늘 국내외 정치 문제나 북한 상황과 결부돼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되기보다는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북한이라는 상대가 있어 정부 주도로 논의가 진행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남북한 사이의 경제 협력은 많은 이해 관계자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이해 관계자가 정부뿐 아니라 민간 부문, 예를 들어 언론, 관련 학계 및 전문가, NGO, 탈북자 등 매우 다양하다. 국제적으로도 북한에서 다양한 사업을 위해서는 국제 금융기관, 국제기구와 원조기관, 국제 NGO, 해외 전문가와 언론 등 이해관계자가 많다.
 
남북 경제 협력은 결국 사업단위로 구체화해 실현된다면 정부보다는 사업을 구상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을 민간이 주도하는 시스템을 구성해 보는 것이 어떨까? 정부 주도로 무슨 새로운 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민간 주도로 다양한 남북한 협력 사업을 발굴하고 구체적인 조건을 검토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필요하면 정부나 관련 공적 기관도 참여는 하지만 지원하고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민간 기업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는 데 한계와 제약 조건이 무엇인지를 민간 주도로 논의하고 계획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민간 중심의 남북 경협 체제 만들어야
 
남한에서 익숙한 시스템은 아니지만, 상향식(Bottom-up) 접근 방법을 추진하는 것이다. 스타트업과 같은 실험적인 사업 구상에서 대규모 인프라 사업까지 사업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다양한 논의를 창의적으로 하는 민간 중심의 ‘소통의 장’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어떤 틀에 맞추어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고 가상의 공간이든 실제 모여서든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계획을 현실로 구현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뒤에서 이러한 활동을 지원하고 도와준다. 정부로서도 익숙하지 않은 실험이고 불편할 수도 있지만, 구체적 사업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것은 민간이 주도하도록 정부는 여건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북한 핵 문제가 남한의 안보 위협이 되지 않도록 남북 대화와 외교적 노력을 다하는 것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상황이 개선돼 북한의 개방과 경제 개발이 시작될 때, 남한 입장에서 우리가 북한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국제사회와 협력과 경쟁을 함으로써 얻을 기회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잘 계산하고 준비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이 과정을 통하여 다음 세대가 북한 문제에 대한 부담을 적게 갖고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지금부터 서둘러 해야 하는 일임이 분명하다.
 
한국은 북한에 경제 발전 노하우 전수할 수 있어
남한은 국제사회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활동한 기간이 다른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짧아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가 충분하지 못하다. 그러나 원조 수혜국에서 경제 발전을 통해 원조 공여국이 된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이 경험을 북한에 전수하는 것은 남한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남한의 원조액은 24억4000만 달러 정도다. 같은 해 세계 전체 원조액은 2072억 달러로, 남한의 기여는 전체의 1.18% 정도에 불과하다. 2017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1조2300억 달러 중 원조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0.15% 정도다.  
 
남한이 그동안 개도국 지원 사업을 통하여 얻은 경험과 지식을 잘 축적하여 북한에 활용하고 적용할 준비를 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되고 국제사회와 협력을 하는 단계가 된다면 남한은 ▶북한과 양자 협력의 형태나 ▶인프라 개발 경험이 많은 세계은행(WB) 혹은 인도적 지원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많은 해외 기관과 경쟁과 협력을 통하여 북한의 경제 발전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남한은 가장 기본적인 법 제도 정비를 포함한 각 분야의 능력 배양 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만드는 것이 전략적으로 우선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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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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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제 협력
남한과 북한의 주민(법인·단체 포함)이 공동으로 행하는 경제 교류. 북한과 단순 물자 교역, 위탁·가공무역 등을 하는 교역 사업과 북한 현지에 투자하는 협력 사업(혹은 대북 투자)이 있다.
 

통일 비용
통일된 한국이 통일로 인해 부담해야 할 모든 경제적·비경제적 비용. 통일 비용은 산출과 관련한 가정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주요 북한 전문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이 추정한 통일 비용은 50조∼3000조원이다.
 

남북협력기금
남북한의 상호 신뢰와 동질성 회복을 위한 인적 교류 및 경제 협력을 촉진할 목적으로 설치된 기금. 정부·민간의 출연금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 인적 교류사업에 대한 무상 지원과 경제적 교류 사업에 대한 손실 보조 융자 등을 한다.
 
정태용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리셋 코리아 통일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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