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런던시 4시간 주차비…전기차 1200원, 노후 경유차 6만원

지난 9월 22일(현지시간) '차 없는 거리의 날' 행사가 열린 런던 대표 쇼핑가 리젠트거리에서 시민들이 의자에 앉아 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월 22일(현지시간) '차 없는 거리의 날' 행사가 열린 런던 대표 쇼핑가 리젠트거리에서 시민들이 의자에 앉아 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월 2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는 ‘차 없는 거리의 날' 행사가 열렸다.
런던시는 도심 27㎞가량 도로에서 차량 통행을 막았다. 거리로 치면 축구장 204개에 달하는 구간이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대기오염과 전쟁 - 도시 이야기 ⑤영국 런던

1952년 대형 스모그로 1만2000명 사망
런던시 60년이상 공기 오염과의 전쟁 중
칸 시장, 초저배출구역 2021년 대폭 확대
4시간 주차료 노후경유차는 전기차 50배

 
시민들은 명소 타워브리지를 자전거를 타고 건넜다. 도로에 임시로 놓은 의자에서 휴식을 취하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생겼다.
자전거 묘기 공연장을 비롯해 곳곳에서 음악 공연이 열리기도 했다.
차량 통행이 금지되자 시민들이 런던 타워브리지를 걸어서 건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차량 통행이 금지되자 시민들이 런던 타워브리지를 걸어서 건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천식 예방 운동가인 로사먼드 키시 데브라는 “사람들은 깨끗한 공기를 마셔보며 차이를 느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더러운 공기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런던시는 60년 이상 공해와 전쟁을 벌여오고 있다.
1952년 12월 ‘런던 대형 스모그' 사건으로 1만2000명가량이 목숨을 잃은 참사를 겪었기 때문이다.
당시 추운 날씨에 석탄 난방이 급증했는데 바람이 불지 않자 아황산가스가 스모그와 결합한 황산 안개가 자욱했다. 닷새 동안 스모그가 이어지면서 4000명가량이 숨졌다. 호흡기 질환자 위주로 이듬해까지 8000명 정도가 추가 사망했다.
 
이 참사 이후 영국은 1956년 ‘깨끗한 공기법'을 제정했다.
석탄 연료 사용을 금지하는 지역을 마을마다 지정하고, 가정 연료를 전기나 가스로 바꿨다.
 
2025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정책을 시작했다. 전기를 생산하는 데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23%에서 2017년 7%가량으로 줄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 [AFP=연합뉴스]

사디크 칸 런던 시장 [AFP=연합뉴스]

런던시는 공기 질 개선을 위해 강력한 정책을 쓰고 있다. 2003년 도심 혼잡통행료를 도입해, 월~금요일 오전 7시~오후 6시 도심 진입 차량에 하루 11.5파운드(약 1만7000원)를 받는다.
 
2017년 10월 ‘유독성 부가세'를 추가해 2006년 이전 등록한 노후 차량이 혼잡통행구역에 들어오면 10파운드를 더 물렸다.
유럽연합(EU)이 정한 유로 4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차량도 마찬가지다.
혼잡통행료 구간을 알리는 표지판(왼쪽) 옆에 사디크 칸 시장이 지난 4월 도입한 초저배출구역(가운데) 구간이라는 표지판이 추가로 설치돼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혼잡통행료 구간을 알리는 표지판(왼쪽) 옆에 사디크 칸 시장이 지난 4월 도입한 초저배출구역(가운데) 구간이라는 표지판이 추가로 설치돼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지난 4월 8일부터 더 강력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초저배출구역(ULEZ) 제도다.
 
올해 기준으로 13년 이상 된 휘발유 차량과 4년 이상 된 경유 차량이 도심에 들어오면 유독성 부과세를 올려 12.5파운드를 받는다.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한다고 분류된 차량이 런던 도심에 들어오면 하루 24파운드(약 3만5000원)를 내야 한다.
 
더욱이 런던시는 도심에만 적용하는 초저배출구역을 2021년 외곽으로까지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서울로 치면 서울 내부순환도로와 남부순환도로 안쪽 지역이 모두 해당되는 정도로 넓다.

런던시는 2017년 노후 차량이 도심에 들어오면 '유독성 부가세'를 내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AP=연합뉴스]

런던시는 2017년 노후 차량이 도심에 들어오면 '유독성 부가세'를 내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일 런던 중심가 옥스퍼드거리에서 자전거를 탄 시아만드(42)를 만났다.
그는 “매일 20분 정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가장 짧은 교통수단"이라며 "교통비를 아끼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런던시가 공해를 줄이려고 다양한 정책을 쓰고 있지만, 아직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는 도심에 자동차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런던시 교통정책 담당 부서는 본지에 초저배출구역 적용 효과에 대한 보고서의 내용을 e메일로 보내왔다.
이에 따르면 제도 시행 전인 지난 3월에 비해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분류된 차량이 매일 1만2500대가량 적게 도심에 들어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후 차량의 도심 진입이 30%가량 줄어들었다고 해당 부서는 설명했다.  
런던 도심 주차공간에 전기차들이 세워져 있다. 전기차는 4시간 요금이 1200원이지만 노후 경유차는 같은 시간 동안 주차하려면 6만4000원을 내야 한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런던 도심 주차공간에 전기차들이 세워져 있다. 전기차는 4시간 요금이 1200원이지만 노후 경유차는 같은 시간 동안 주차하려면 6만4000원을 내야 한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런던시는 주차요금도 차별화했다. 옥스퍼드거리 인근 도로의 주차 공간에는 4시간 동안 주차할 수 있는데, 요금은 시간당 4.9파운드(약 7200원)다.
 
하지만 경유차는 7.35파운드(약 1만1000원)로 비싸고, 특히 2015년 이전 경유차는 50% 할증이 붙어 시간당 1만6000원 정도를 내야 한다.
반면 전기차는 10분 가격만 내면 된다. 4시간 주차 시 전기차는 1200원, 노후 경유차는 6만4000원이 들 정도 차이가 크다.  
 
이런 가격 차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이 거리에 전기차를 주차한 다니엘(53)은 “혼잡통행료는 물론이고 도심 주차요금도 할인해주는 등 금전적 인센티브가 커서 전기차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런던 외곽에 사는데 도심 방문 때는 전기차를 쓴다"며 "아내가 쓰는 디젤 자동차가 있는데, 초저배출구역 제도가 우리 집까지 확대되는 2021년에는 운전대를 잡으면 무조건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니엘은 “장기적으로 전기차로 가야겠지만, 당장 멀쩡한 차를 폐기할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런던시는 대중교통도 바꾸는 중이다. 지난해부터 경유를 쓰는 택시와 이층버스에 면허를 내주지 않는다.
 
런던에는 유럽 최초로 전기로 달리는 버스 노선이 있다. 도심과 공기 오염 정도가 높은 일부 지역을 ‘저공해자동차 구역'으로 지정해 유로6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버스만 다니도록 했다.
경유와 전기를 동시에 쓰는 하이브리드 버스가 런던에만 2600대가량인데, 총 버스의 30%에 달한다.
 
경유 대신 천연가스나 전기를 쓰는 택시로 바꾸면 지원금을 주고, 노후 택시 면허를 반납하면 최대 1만 파운드를 지급한다.
런던의 명물 블랙캡의 전기 모델도 개발해 보조금을 주며 변화를 유도 중이다. 전기 블랙캡으로 바꾼 택시운전사 트레버는 “경유 택시보다 유지비가 20%가량 적게 든다"고 흡족해했다.
런던 주택가 왕복 2차선 도로 옆에 오래된 나무들이 심어진 녹지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영국은 도로를 넓히기 위해 녹지를 훼손하는 일을 하지 않는 편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런던 주택가 왕복 2차선 도로 옆에 오래된 나무들이 심어진 녹지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영국은 도로를 넓히기 위해 녹지를 훼손하는 일을 하지 않는 편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칸 시장은 2050년까지 런던의 50%를 녹지로 바꿔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는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며 “그동안 200개 녹지 공간을 개선했고 17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으며 그린벨트를 보전했다"고 소개했다.
 
칸 시장은 “런던의 모든 구에서도 더 많은 사람이 차에서 벗어나 자전거를 타는 등 활동을 함으로써 건강을 지키도록 하는 정책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관련기사

 
◇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다른 기자들의 연재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