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이 첫 검찰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진술 거부와는 상관없이 예정된 조사를 모두 할 방침이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추가 소환도 예정돼있다. 혐의 입증은 객관적인 증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조 전 장관이 진술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바뀔 건 없다는 뜻이다.
14일 조 전 장관은 조서열람까지 포함해 8시간 만에 끝난 검사의 피의자 신문에 어떤 답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조 전 장관 소환을 앞두고 방대한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15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와 상당수 혐의를 공유한다고 보고 있다. 조 전 장관에게 물을 내용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 전 장관이 진술을 거부한다고 해서 조사를 담당하는 검사는 여러 차례에 걸쳐 같은 내용을 캐묻거나 하진 않았다. 이날 조 전 장관에 대한 조사는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사전에 작성한 질문지에 따라 이뤄졌다고 한다. 조 전 장관이 모든 질문에 진술을 거부하면서 조서에는 질문과 함께 진술거부권 행사에 대한 기록만 남겼다고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한 14일 서울중앙지검 청사의 모습. [뉴스1]
조서는 재판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다. 재판부는 질문이 정리된 조서를 통해 쟁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판사가 모든 기록을 다 보지 못 하기 때문에 진술 내용이 없더라도 질문이 들어가는 조서로서 정리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법상 모든 피의자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 진술거부권은 흔히 말하는 묵비권과 같은 의미다.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간주한다. 법적으로 진술을 거부했더라도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법학 교수인 조 전 장관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조사 방법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혐의를 부인하는 진술을 했다가 객관적 증거에 비춰봤을 때 거짓으로 밝혀지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진술거부는 이를 사전에 차단하는 행위다.
조 전 장관은 조사가 끝난 오후 5시 35분쯤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일일이 답변하는 것이 구차하고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혐의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분명히 부인하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수사팀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면 법정에서 모든 것에 대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검찰은 이미 조 전 장관이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분위기다.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변호인단이 겹치기 때문에 조 전 장관은 검찰이 제시하는 증거와 법리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검찰의 논리에 대해 파악하려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점이 조 전 장관의 진술거부 행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진호‧김기정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