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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필 최초 한국인 “함께 앉아만 있어도 배우게 되네요"

베를린필의 정단원이 된 비올리스트 박경민. [사진 박경민 제공]

베를린필의 정단원이 된 비올리스트 박경민. [사진 박경민 제공]

 
비올라 연주자 박경민(29)은 “본토에서 배우겠다”며 13세에 혼자 오스트리아로 떠났다. 18세에 교수의 추천으로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객원 연주를 했다. 이 오케스트라의 소리에 반해 입단을 꿈꾼 것도 이때부터다.

비올리스트 박경민 인터뷰
한국인 최초 베를린필 정단원 승격


 
박경민은 이달 1일 베를린필의 정식 단원이 됐다. 한국인으로는 최초다. 한국 연주자 중 수습 단원으로 들어간 경우는 있었지만 단원 투표를 통과해 정단원이 된 경우는 없었다. 박경민은 단원 전원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받았다. 수습 단원 입단은 지난해 3월, 원래 정해진 수습 기간은 2년이었다. 하지만 박경민은 이를 4개월 앞당겨 정단원 승격 통보를 받았다. 현재는 지휘자 주빈 메타와 함께 일본 공연 중이다.  
 
오사카에서 전화를 받은 박경민은 “베를린필 수습 기간이 정말 까다롭다고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즐겁고 행복했다”고 했다. 그에게 베를린필 단원이 된 소감과 비결을 물었다.
 
정단원이 됐다. 소감은.
“기분이 너무 좋다 보니 멍해지는 경험을 해봤다. (웃음) 연주가 많아서 바쁘게 지냈는데 순간순간 이게 꿈인가 진짜인가 생각해봤을 정도다.”
 
정단원 투표가 4개월 당겨졌는데.
“갑자기 투표가 열린다고 해서 나도 깜짝 놀랐다. 가까운 단원이 슬쩍 귀띔을 해줬다. 그때 투표 결과를 기다리는데 정말 많이 떨렸다.“
 
수습 단원으로 1년 8개월 연주하는 동안 긴장되지 않았나.
“아니다. 의외로 정말 즐기면서 행복하게 연주할 수 있었다. 워낙 이 과정이 너무나 까다롭다고 얘기를 많이 들었다. 특히 비올라가 제일 까다롭다고 들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쉽지 않겠구나 생각했는데, 그래서인지 의외로 다 내려놓고 즐길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꿈꿨던 일생의 기회인데 부담은 적었던 것처럼 보인다.
“단원들이 까다롭게 군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신경을 써준다는 뜻 아닌가. 그래서 나를 신경 써주고 의식하는 자체를 즐겼다. 관심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리고 나를 테스트하려 하는 사람들에게서 뭐라도 더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적으로 괴롭히는 것도 아니고, 음악적으로 까다롭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으니까.”
 
무엇을 배우게 됐나.
“오케스트라에서 원하는 사운드가 뭔지를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 옆자리, 그 옆자리에도 엄청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앉아있으니 그냥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많이 배웠다.”
 
베를린필이 원하는 사운드는 무엇인가.
“곡마다 다르지만…. 브람스나 브루크너처럼 독일ㆍ오스트리아 작곡가들의 곡을 연주할 때 베를린필만이 낼 수 있는 어둡고 적당한 분위기의 소리가 나온다. 작곡가의 삶과 심리에 대해서도 단원 한명 한명의 지식이 엄청나다. 그게 다 쌓여서 베를린필 소리가 된다고 보면 된다.”
13세에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했던 박경민은 18세에 베를린필의 객원 단원으로 첫 연주를 했다. [사진 박경민 제공]

13세에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했던 박경민은 18세에 베를린필의 객원 단원으로 첫 연주를 했다. [사진 박경민 제공]

 
어떤 무대와 연주가 가장 기억에 남나.
“마침 8월에 새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가 취임했다.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취임 연주를 했는데 사람들이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들어찼다. 2만 5000명이었다.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음악적으로는 사실 최근에 연주한 브루크너 8번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정단원이 되자마자 한 곡이었는데 하늘에 바치는 곡 같았고 인간 세상을 떠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수습 때보다 훨씬 신경 써서 열심히 했다.”
 
새로 취임한 페트렌코는 오케스트라와 연습을 어떤 식으로 하나.
“화음과 소리에 신경을 정말 많이 쓰는 사람이다. 예민하고 똑똑하다. 원하는 소리가 안 나오면 나올 때까지 리허설하는 스타일이다. 쉽진 않다.”
 
주변에서 베를린필 입단 비결을 많이 물어볼 텐데 뭐라고 조언해주나.
“정말 많이 물어본다. 단원들과 인간관계가 좋아야 하는지도 궁금해하는데 사실 나는 쓸데없는 말을 하는 성격도 아니고,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적당히 지냈다. 연주 준비를 많이 했나 생각해보면, 당연히 악보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연습했지만, 더 중요한 건 연주할 때 얼마나 좋은 소리를 들려주느냐였던 것 같다. 그리고 언어는 정말 중요하다. 오케스트라에 발을 들이고 싶다면 그 지역의 언어를 완벽하게 익히는 것이 예의다. 결국엔 의지, 노력, 운, 개인의 역량 모든 것이 중요하다 할 수밖에 없다.”
 
꿈을 이뤘는데 이젠 무엇을 하고 싶은가.
“실력을 계속 키우는 것밖에는 없다. 내가 제일 걱정하는 게 입단했다고 해서 안주하고 가만히 있다가 내리막길밖에 못 만나는 거다. 그 생각을 하면 정말 끔찍하다. 계속 배우고 계속 늘고 싶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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