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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의 시선] 정경심이 새삼 일깨워준 인생의 교훈

안혜리 논설위원

안혜리 논설위원

지겹지만, 그래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얘기를 한 번 더 해야겠습니다. 검찰은 지난 11일 그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입시 비리 등 모두 14개 혐의로 구속기소 하면서 딸도 함께 기소했습니다. 단순히 입시 비리의 수혜자가 아니라 각종 공문서·사문서 위조로 입시용 스펙 부풀리기에 가담한 공범자로 적시한 겁니다. 검사 출신 빼고 10명 남은 변호인단이 법정에서 혐의를 다투겠다고 했으니 국민들은 이제 조용히 결과를 지켜보면 됩니다.
 

검찰, 입시 비리 공범으로 딸 적시
여당 “딸 만신창이” 억지 궤변 속
수능 날 반면교사 돼줘 고맙다

이 얘기를 다시 꺼낸 건 36일짜리 장관직에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당사자와 이 정권 사람들이 반성 대신 여전한 궤변으로 국민들, 특히 오늘(14일) 수능을 보는 수험생과 학부모 가슴을 후벼 파고 있어서입니다.
 
조 전 장관은 아내 기소 직후 페이스북에 ‘전방위적 수사 앞에서 가족 안위를 챙기기 위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며 ‘명예 회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송구하다’고 한마디 걸쳤지만 ‘기억하지 못 하는 일로 곤욕을 치르고…외롭고 힘들어도 오롯이 감당하겠다’는 자기연민에 빠진 이 변명을 사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위법은 차치하고 딸의 고려대와 서울대 대학원, 부산대 의전원 입시 과정에서 드러난 편법과 반칙으로 이미 수많은 국민에게 박탈감과 좌절감을 안긴 사실만으로도 고위 공직에 몸담았던 그가 사과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칩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가 “합법적 불공정” 운운하며 조 전 장관 가족의 개인 비리를 구조적 문제로 물타기 하느라 엉뚱한 교육개혁을 들고나오는 통에 가뜩이나 힘든 학생과 학부모에게 불확실성이라는 불안감까지 떠안겼으니 본인의 연루 여부와 무관하게 일단 사죄부터 하는 게 아버지로서, 또 남편으로서의 도리가 아닐까요. 그런데도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은커녕 입시 비리의 주범과 공범인 아내와 딸이 오히려 피해자라는 식이니 조국 장관 사퇴로 겨우 진정했던 분노와 봉합했던 상처가 다시 터져 나온다는 수험생과 학부모가 적지 않습니다.
 
조 전 장관 본인의 이 나르시시스트 적인 SNS로도 모자라 정 교수 구속 후 잠시 잠잠하던 여당까지 가세해 궤변을 늘어놓는 걸 보니 이 나라 국민 노릇 하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소 소식에 “(조 전 장관 딸이) 만신창이가 됐다”며 대놓고 비리를 옹호하는 여당 대변인(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언까지 꾹 참고 들어야 하니 말입니다. 한심한 야당과 맹목적 지지자들만 상대하다 보니 국민 무서운 줄은 모르는 모양입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모두가 선망하는 대학과 대학원, 의전원까지 삼 종 세트를 거머쥐었다가 늦게나마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걸 “만신창이”라고 옹호하고 측은해 한다면 정당하게 대학 가려고 밤낮없이 노력해 오늘 수능에 임하는 학생들을 아무 생각 없는 개·돼지로 여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조국 가족만 걱정하는 이 정부 사람들은 평범한 수험생이 느낄 박탈감은 안중에도 없나 봅니다.
 
어디 수험생뿐인가요. 조국 사태를 거치며 학부모들 역시 허탈해했습니다. 오죽하면 SNS에 “내가 조국이 아니어서 미안하다”는 ‘고해성사’가 지난 몇 달간 줄을 이었을까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 가득하지 몸은 직장에 매여있는 자칭 ‘불량 엄마’나 집안일 하느라 아이 스펙 만들어줄 사회적 인맥을 만들지 못한 전업주부 할 것 없이 조 전 장관 가족의 대담한 문서 위조와 거짓 스펙 쌓기 신공 앞에 다들 죄인 아닌 죄인이 됐습니다. 아이가 지레 좌절하고 상처받지 않을까 발만 동동 구르면서도 달리해줄 게 없어 마음만 졸였죠.
 
이렇듯 상식을 지키며 살아온 부모들에게 자괴감이 들게 한 정 교수에게 화가 나면서도 한편으론 고맙기도 합니다. 훌륭한 반면교사가 되어줬기 때문입니다. 정경심은 실패했습니다. 남편의 무리한 장관 욕심으로 완전범죄인 줄로만 알았던 입시 비리가 드러나 본인은 구속되고 딸 의사 만들기 계획에 차질을 빚어서가 아닙니다. 부모가 대신 학벌 만들어주느라 아이가 절박한 마음으로 스스로 노력할 기회, 그리고 그 과정에서 키웠어야 할 실력까지 빼앗은 순간 이미 실패한 겁니다. 그땐 그걸 모르고 부러워했을지 몰라도 이젠 압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는 떠먹여 주는 것조차 받아먹지 못한다는 걸 똑똑히 목격했으니까요.
 
오늘 수능 보느라 고생한 아이들에게 “해 준 게 없어 미안하다”는 얘기 대신 “부모에 기대지 않고 이렇게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또 오늘 점수와 무관하게 앞으로 뭐든 할 수 있다고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응원합니다.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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