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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벼락치기·깜깜이 예산 심사…국회도 재정만능 공범

재정 만능주의 그만 <하>

경기도 안성~구리(71㎞)를 잇는 고속도로(1단계). 2022년 개통 예정인 이 도로는 일대 주민에게 대형 ‘호재’다. 그런데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한 9월까지만 해도 2501억원이었던 1단계 예산이 5563억원으로 3062억원 훌쩍 뛰어 최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심사에 들어갔다.
 

정쟁 허송세월 막판 콩볶듯 처리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만 급급
미국선 상설 예산위서 8개월 심사

예산을 두 배 넘게 불린 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다. 국토위는 막대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주무르고, 지역구 예산을 끌어오는 데 유리해 ‘힘 있는’ 상임위로 통한다. 이번에도 정부 제출안보다 2조3193억원 더 키워 예결위 예산소위에 제출했다.
 
2020년 국회 예산안 심사 일정.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2020년 국회 예산안 심사 일정.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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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구리 고속도로와 이천~오산 구간 도로(1765억원 증액), 함양~울산 고속도로(720억원) 예산이 대표적이다. 각각 국토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호중(경기 구리) 의원과 자유한국당 송석준(경기 이천) 의원, 더불어민주당 서형수(경남 양산을) 의원의 지역구 현안 사업이다. 기획재정부 예산실 관계자는 “상임위에서 지역구 민원을 고려해 일단 증액시켜 예결위에 보내지만 정부 예산안보다 늘려서 통과시킬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재정 파수꾼’이 돼야 할 최후의 보루 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 513조원 규모 ‘수퍼 예산’에 브레이크를 걸기는커녕 예산을 지역구에 선심을 쓰거나 정쟁하는 도구로 활용하면서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매년 11월마다 반복되는 국회의 졸속·깜깜이 예산 심사가 정부의 ‘재정 만능주의’를 부추기는 적폐”라며 “국회가 좀 더 과감하게 예산을 ‘칼질’하고 감액·증액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에게 표로 심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에 따라 내년 정부 예산안은 12월 2일까지 의결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도 ‘졸속 심사’가 우려된다. 2000년 이후 국회에 제출한 19개 예산안 중 18개가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긴 과거 전력 때문이다. 특히 여야가 예산을 다른 정치 현안과 결부시켜 적당한 선에서 절충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부실 심사가 정례화했다.
 
‘깜깜이’ 심사도 고질병이다. 예결위 소위 내 일명 ‘소(小)소위’가 막판에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소소위는 예결위원장과 예결위 여야 간사, 기획재정부 책임자가 비공개로 진행하는 심사를 뜻한다. 논의 과정이 기자들에게 공개되고 속기록이 남는 소위와 달리 기록이 남지 않는다. 예산의 타당성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잦다.
 
특히 올해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쪽지예산(국회의원의 개인적인 민원 예산)’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사업에 예산을 늘려 달라고 다른 의원에게 쪽지를 건넨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최근에는 메시지 전송 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카톡예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예산 관련 위원회를 상설위원회 체제로 가동한다. 심의 기간도 4~5개월(영국·독일·프랑스)에서 8개월(미국)에 이른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기국회 때 실시하는 국정감사부터 다른 시기로 옮겨 11월 예산 정국을 밀도 있게 끌어가야 한다”며 “특정 기간을 정해 비상설 기구로 운영하는 예결위는 상설위 체제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 의장은 “경기 침체에 따른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예산 낭비를 둔 채로 무작정 재정부터 늘리면 미래 세대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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