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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심사·쪽지예산… 11월 연례행사 ‘예산 정국’이 적폐다

김재원 국회 예결위원장(왼쪽 두번째)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소위에 참석해 여야 의원과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예결위 간사, 김 위원장, 이종배 자유한국당 간사, 신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현동 기자

김재원 국회 예결위원장(왼쪽 두번째)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소위에 참석해 여야 의원과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예결위 간사, 김 위원장, 이종배 자유한국당 간사, 신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현동 기자

경기도 안성~구리(71㎞)를 잇는 고속도로(1단계). 2022년 개통 예정인 이 도로는 일대 주민에게 대형 ‘호재’다. 안성~세종(58㎞) 고속도로(2단계)가 2025년 개통하면 ‘제2 경부고속도로’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다. 그런데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한 9월까지만 해도 2501억원이었던 1단계 예산이 5563억원으로 3062억원 훌쩍 뛰어 최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심사에 들어갔다.
 

재정 만능주의 그만<하>

예산을 두 배 넘게 불린 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다. 국토위는 막대한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주무르고, 지역구 예산을 끌어오는 데 유리해 ‘힘 있는’ 상임위로 통한다. 이번 예산 정국에서도 여지없이 힘을 발휘했다. 정부 제출안보다 2조3193억원 더 키워 예결위 예산소위에 제출했다. 안성~구리 고속도로와 이천~오산 구간 도로(1765억원), 함양~울산 고속도로(720억원) 예산이 대표적이다. 각각 국토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호중(경기 구리) 의원과 자유한국당 송석준(경기 이천) 의원, 더불어민주당 서형수(경남 양산을) 의원의 지역구 현안 사업이다. 기획재정부 예산실 관계자는 “상임위에서 지역구 민원을 고려해 일단 증액시켜 예결위에 보내지만, 정부 예산안보다 늘려서 통과시키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재정 파수꾼’이 돼야 할 최후의 보루, 국회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내년 513조원 규모 ‘슈퍼 예산’에 브레이크를 걸기는커녕 예산을 지역구에 선심을 쓰거나 정쟁하는 도구로 활용하면서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부 예산안 곳곳에 방만한 요소가 있지만, 예산을 꼼꼼하게 검증할 의무는 국회에 있다”며 “매년 11월마다 반복되는 국회의 졸속ㆍ깜깜이 예산 심사가 정부의 ‘재정 만능주의’를 부추기는 적폐”라고 지적했다.
 
헌법에 따르면 9월3일 국회에 제출한 내년 정부 예산안은 새 회계연도 시작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의결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도 ‘졸속 심사’가 우려된다. 과거 전력이 있어서다. 2000년 이후 국회에 제출한 19개 예산안 중 18개가 법정 처리시한을 넘겼다. 기간도 촉박하지만, 여야가 예산을 정쟁의 도구로 삼으면서 부실 심사가 정례화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위 소속 한 의원은 “예산을 번갯불에 콩 볶듯 심사하다 보니 여당은 정부 원안 통과를 주장하고 야당은 시장에서 흥정하듯 정치 현안과 연계해 삭감하려다 적당한 선에서 절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깜깜이’ 심사도 고질병이다. 예결위 소위 내 일명 ‘소(小)소위’가 막판에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소소위는 예결위원장과 예결위 여야 간사, 기획재정부 책임자가 비공개로 진행하는 심사를 뜻한다. 논의 과정이 기자들에게 공개되고 속기록이 남는 소위와 달리, 기록이 남지 않는다. 예산의 타당성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잦다.
 
특히 올해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쪽지예산(국회의원의 개인적인 민원 예산)’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사업에 예산을 늘려달라고 다른 의원에게 쪽지를 건넨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최근에는 메시지 전송 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카톡예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은 예산 관련 위원회를 상설위원회 체제로 가동한다. 심의 기간도 4~5개월(영국ㆍ독일ㆍ프랑스)에서 8개월(미국)에 이른다. 영국ㆍ캐나다는 예산안 편성 단계부터 국회ㆍ행정부가 협의한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기국회 때 실시하는 국정감사부터 다른 시기로 옮겨 11월 예산 정국을 밀도 있게 끌어가야 한다”며 “특정 기간을 정해 비상설 기구로 운영하는 예결위는 상설위 체제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 의장은 “경기 침체에 따른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예산 낭비를 둔 채로 무작정 재정부터 늘리면 미래 세대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며 “낭비 예산 10조원을 찾아내 국민 혈세를 아끼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형준 교수는 “미국 의회는 정부 안과 완전히 다른 예산안이 나올 정도로 의회가 예산 심의를 광범위하고 깊이 있게 진행한다”며“그 과정에서 정부 예산안을 과감하게 삭감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좀 더 과감하게 예산을 ‘칼질’하고 감액ㆍ증액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에게 표로 심판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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