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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받는 택배가 누군가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면

기자
임종한 사진 임종한

[더,오래] 임종한의 디톡스(35)

정신질환은 국민 4명 중 1명이 겪을 만큼 흔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여전하다. 지난 10월 26일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깨기 위해 정신질환자들이 거리로 나왔다. 제1회 ‘서울 매드 프라이드’ 행사가 진행된 것이다. 환자복을 입은 정신질환자와 참가자들이 침대를 따라 행진을 했다. “자유가 치유다.”
 
1993년 캐나다에서 시작된 정신질환자들의 축제인 ‘매드프라이드’ 같은 편견과 차별을 깨는 문화 운동이 지속해서 전개되었으면 좋겠다. 소득이 높아지고 민주주의가 성숙한 국가일수록 국민의 정신 보건시스템을 병원 중심에서 지역으로 바꾸어 나아가고 있다. 정신질환의 예방에 우선 힘쓰고, 정신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직업을 갖고, 주치의나 정신보건전문가를 통해 일상적인 건강관리 상담과 조언을 받을 수 있게 시스템을 갖추어 나갔으면 한다.
 
과중한 업무로 자살이나 과로사가 발생한 사업장인 경우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고려가 되어야 하나, 현장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잘 반영되고 있지 못하다. [사진 pxhere]

과중한 업무로 자살이나 과로사가 발생한 사업장인 경우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고려가 되어야 하나, 현장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잘 반영되고 있지 못하다. [사진 pxhere]

 
우리 사회에서 정신보건에 유해한 영향을 주는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올해 집배원 사망자 수가 10명이 넘어 집배원의 과로사가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2017년 9월 한 집배원이 자살했다. 우편물 배송 중 중앙선을 침범한 승용차 때문에 오토바이와 차 사이에 왼쪽 다리가 깔리는 교통사고를 당한 한 집배원은 평소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왔다고 한다.
 
우편물 배송 중 교통사고로 출근하기 어려워 쉬려고 했지만, 우체국의 어이없는 ‘무사고 1000일’이라는 고작 그 명칭 때문에 출근을 강요하는 바람에 변을 당한 것이다. 교통사고로 발생한 사고를 산재로 인정해주지 않아 휴가란 휴가는 모조리 썼는데 우체국에서는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출근하라고 반협박성 문자를 날리고 사망한 다음 날에는 무단결근 처리하겠다고 경고문자까지 했다고 한다.
 
과중한 업무로 자살이나 과로사가 발생한 사업장인 경우,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최우선으로 고려가 되어야 하나, 현장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잘 반영되고 있지 못하다.
 
우정사업본부는 예산 핑계로 정규집배원을 늘리지 않았다. 이도 모자라 인력증원 없이 주간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려다 보니 현장에서는 각종 무료노동과 노동강도만 늘어났다. 우정사업본부와 정부가 기존 노사합의 사안인 정규인력 증원과 토요택배 폐지를 이행했으면 한다. 반복되는 사망 사고 사과와 적극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자살 생각과 직무스트레스가 늘어나는 현 사회 상황도 우리 사회가 성찰해야 할 부분이다. 직무 스트레스가 많은 임상 간호사의 자살 빈도수가 늘고 있어 역시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간호사들의 자살 생각을 분석하니 직무가 불안정할수록 하위 점수군이 상위 점수군에 비해 자살 생각의 교차위험비가 2.4배가 증가했다. 보상이 부적절할수록 역시 5.5배 자살 생각 위험이 증가했다. 권위주의적 직종문화가 자살 생각 위험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자살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일반적 특성은 근무형태와 근무경력이었다. 근무형태는 3교대 근무에서 자살 생각 점수가 높았고, 근무 기간이 길수록 자살 생각의 점수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대근무는 생체 리듬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통해 호르몬과 위산 분비, 기관지 반응, 혈압, 성욕, 불안, 일 수행 능력, 대사율, 단기 기억, 가족 간의 상호 작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해 집배원 사망자수가 10명이 넘어 집배원의 과로사가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예산 핑계로 정규집배원을 늘리지 않았다. 이도 모자라 인력증원 없이 주간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려다 보니 현장에서는 각종 무료노동과 노동강도만 늘어났다. [연합뉴스]

올해 집배원 사망자수가 10명이 넘어 집배원의 과로사가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예산 핑계로 정규집배원을 늘리지 않았다. 이도 모자라 인력증원 없이 주간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려다 보니 현장에서는 각종 무료노동과 노동강도만 늘어났다. [연합뉴스]

 
잠은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진 바로는 몸의 노폐물을 청소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뇌에서는 노인성치매를 유발하는 베타아밀로이드 등 노폐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교대근무는 수면장애를 가져다주기 쉬우며, 이는 암 발병위험을 높이거나 당뇨, 고혈압 등의 조절율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자살 생각을 높이는 등 정신보건에도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가능한 한 교대근무를 제한해야 한다.
 
자살 생각과 직무 스트레스는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업무량이 과중할수록, 대인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자살 생각점수가 높았다. 따라서 간호사는 개인의 노력과 조직 내 근무 환경 개선으로 직무스트레스를 줄여 자살 행동을 예방하도록 해야 한다. 자살 행위와 자살 생각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자살 생각의 기제를 이해하고 예방할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
 
우리 사회도 소득 3만 달러 시대로 들어섰으므로 무조건 경제의 효율성을 앞세우기보단 일하는 사람 노동자의 건강권과 인권을 고려하는 사회문화를 정착해 가야 한다. 주말에 택배를 받지 않더라도, 또 24시간 편의점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소비자는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 된다. 누군가 일을 해야 하는 것이 크게 건강위험을 가중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면, 이러한 일자리는 줄이고 가능하면 안정한 일자리로 전환해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어느 누구의 삶도 귀하지 않은 삶은 없기 때문이다.
 
수치상 소득만 높은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고, 모든 시민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 공정하고 민주주의가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대근무와 직무 스트레스를 줄여 일터도 건강한 일터로 바꾸어 나아가길 기대한다.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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