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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와 이승엽, 김경문호 4번타자 평행이론?

12일 대만과 프리미어12 수퍼라운드 2차전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박병호. [지바=뉴스1]

12일 대만과 프리미어12 수퍼라운드 2차전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박병호. [지바=뉴스1]

이승엽(43), 그리고 박병호(33·키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다. 두 선수에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김경문 호의 4번 타자'다. 김경문 감독의 강한 신뢰 속에 부진을 털어냈던 이승엽처럼 박병호가 살아나야 한다.
 
지난 8일 고척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조별리그 쿠바전. 김경문 감독은 3회 말 박병호의 안타가 나오자 김재현 타격코치를 불러 손바닥을 마주쳤다. 앞선 두 경기에서 침묵했던 박병호의 대회 첫 안타였기 때문이다. 더그아웃에 있던 동료들이 더 난리였다. 다양한 세리머니를 펼치며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대표팀 최고참이자 중심타자인 박병호의 존재감은 그만큼 크다. 박병호는 다음 타석에서 적시타까지 때려냈다. 김경문 감독도 "박병호가 살아나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하지만 수퍼 라운드가 열리는 일본으로 건너온 뒤, 박병호의 방망이가 잠잠하다. 11일 미국전 2타수 무안타 2사사구, 12일 대만전 4타수 1안타에 그쳤다. 특히 대만전 1회 1사 2, 3루에서 짧은 중견수 플라이에 그친 게 0-7 패배의 단초가 됐다. 박병호의 성적은 타율 0.167(18타수 3안타), 1타점. 안타 3개 모두 단타다. 득점권에서 10타수 1안타 1볼넷에 그치는 등 해결사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올해 포스트시즌 결정적인 홈런을 펑펑 때려냈던 박병호이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 일본전에서 8회 역전홈런을 친 이승엽(오른쪽)과 김경문 감독(가운데). 중앙포토

2008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 일본전에서 8회 역전홈런을 친 이승엽(오른쪽)과 김경문 감독(가운데). 중앙포토

박병호를 보면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이승엽이 떠오른다.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4번 타자였던 이승엽은 대표팀에서도 4번을 맡았다. 예선 7경기 23타수 3안타의 부진에 빠졌다. 그래도 김경문 감독은 뚝심 있게 이승엽을 계속해서 4번에 배치했다. '믿음의 야구'는 결국 성공을 거뒀다. 이승엽은 준결승 일본전 8회 이와세 히토키로부터 2점 홈런을 때려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승엽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후배들에게 미안했다. 마음의 빚을 갚았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승엽은 쿠바와 결승에서도 1회 선제 투런포를 날려 한국 야구 사상 첫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김경문 감독은 11년 만에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이번에도 4번 박병호에게 전폭적인 믿음을 보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승엽 SBS 해설위원은 이번 대회 중계를 맡아 후배들에게 격려와 조언을 하고 있다. 이승엽 위원은 "병호가 정말 괴로울 것이다. 나도 그 부담감을 알기 때문에 초반엔 눈인사만 했다"며 "괴롭겠지만 지금을 이겨내야 한다. 박병호는 할 수 있는 타자"라고 했다.
 
김경문 감독과 박병호. [연합뉴스]

김경문 감독과 박병호. [연합뉴스]

박병호는 책임감이 강한 선수다. 언제나 취재진의 질문에 "괜찮다"고 한다. 하지만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 정규시즌 막판엔 손목 통증 때문에 주사치료를 받았다. 소속팀 키움이 포스트시즌에서 11경기나 치르는 바람에 체력 소모도 컸다. “(조별리그에서)팀이 이겨 다행이지만 속상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을 만큼 압박감도 크다. 들쭉날쭉한 타격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훈련방법도 바꿨다. 그런 박병호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김경문 감독도 줄곧 4번에 배치하며 힘을 불어넣었다.
 
2승 1패로 일본과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는 대표팀은 15일 멕시코, 16일 일본을 상대한다. 현재 3승으로 선두인 멕시코, 홈팀 일본 모두 만만치 않다. 하지만 두 나라를 이기면 1위로 결승에 오른다. 김경문 감독은 "이틀간 쉴 수 있다. 타격코치와 상의해서 멕시코전 라인업을 짜겠다"고 했다. 대표팀을 위해 헌신한 박병호, 그리고 승리가 필요한 팀을 위해 변화를 줄 수도 있다는 뉘앙스다.
 
2015년 제1회 프리미어12에서 박병호는 도쿄돔에서 열린 미국과 결승에서 초대형 홈런을 터트렸다. 박병호는 "찾아보진 않았지만 이번 대회 중계 예고를 통해 그 장면을 다시 봤다"고 말했다. "만회하고 싶다"고 했던 박병호가 선배 이승엽처럼 반등하는 게 야구 대표팀에게 중요하다.
 
도쿄(일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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