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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투성이 영화 '똥파리' 왜 가슴에 와닿나 했더니

기자
송미옥 사진 송미옥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114)

신문에 올라온, 아버지를 증오한다는 글을 읽으며 분노와 증오에 대해 생각해 본다. 화가 쌓이고 쌓여 덩어리진 분노와 증오가 언어로 나오는 것이 욕설이다. 고전을 보니 한문으로 언어를 쓰던 옛날에도 욕이 있었다. 그 시절엔 욕 한마디가 단조로운 삶에 양념 같은 악센트를 주면서 어느 땐 해학과 풍자가 되어 웃음을 주기도 했다.
 
원수 같은 인간이나 미운 인간에게 분노의 표현으로 욕을 써서 보내면 가는데 며칠, 답장이 오는데 며칠 걸려 그 사이에 마음이 순화되어 오해가 이해되기도 했다. 지금은 악성 댓글이 화풀이 분노표출의 수단이다. 클릭 한 번으로 묻기도 해명하기도 전에 바로 심장을 쏘는 화살이 되었다.
 
추천을 받아 보게 된 영화 '똥파리'. 처음엔 뭐 이런 영화를 보라고 하나 했는데, 그 여운이 얼마나 오래 가던지 다시 한 번 더 보았다. 영화가 아니라 바로 내 이웃의 이야기였다. 영화 '똥파리'의 한 장면.

추천을 받아 보게 된 영화 '똥파리'. 처음엔 뭐 이런 영화를 보라고 하나 했는데, 그 여운이 얼마나 오래 가던지 다시 한 번 더 보았다. 영화가 아니라 바로 내 이웃의 이야기였다. 영화 '똥파리'의 한 장면.

 
요즘 시나리오 특강을 들으면서 감독님이 추천한 영화 중 ‘똥파리’를 보았다. 처음부터 욕설을 어찌나 해대던지 ‘뭐 이런 영화를 보라고 하나’ 하며 봤다. 아버지를 무자비하게 때리고, 욕하며 싸우고, 피를 흘리고 죽어야 끝난다. 그런데 그 여운이 얼마나 오래 가던지 오늘 다시 한 번 더 보았다. 내가 이 영화를 왜 감동 있게 보고 있나 생각해 보니 바로 내 이웃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내가 살던 이웃에도 지적장애가 심한 부부와 아버지가 살았다. 욕설이 난무하고 부자간의 폭력적인 행동은 일상사였다. 가족끼리 늘 패고 맞았다. 어느 날 폭력과 폭언으로 아버지와 치고받으며 싸우던 아들이 고함을 지르며 말했다. 이 말은 내게 섬뜩하게 오래도록 기억되었다. 그때는 부모에게 대하는 무례한 태도에 너무 놀라서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고 마음도 아팠다.
 
“당신 대가리 물 부으면 어디로 내려가는 줄 아나?” (더 심한 언어지만 이 정도로 써본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를 그리 해석 한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그때 그 사람들의 일상이 슬픈 기억으로 떠올랐다.
 
아랫동네에 사는 한 집도 아침부터 시끄럽다. 그 집도 부자간에 폭력과 고성은 기본이다. 아이는 내 손녀와 동갑인데 책가방을 울러 맨 채 길가에 서서 이쪽저쪽을 번갈아 보며 불안하고 초조해한다. 그 아이의 두려운 눈빛이 황량한 아침을 더 서글프게 했다.
 
 
퇴근해 대문을 닫으려는데 아침에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투덕거림에 몸을 떨며 당황하던 아랫동네 꼬마가 제 아비의 오토바이 뒤에 올라타 허리를 꼭 안고 까르르 웃으며 함께 달린다. 저 예쁜 미소는 아직 아버지를 크게 미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00아빠, 밭에 가세요?”라고 인사하니 “네”라고 웃으며 길게 답한다. 아침의 험한 말과 폭력을 휘두르던 헐크 같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딸을 태우고 달리는 모습은 그저 좋은 아버지의 모습이다. 그 아비도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의 진리는 바꿀 수 없지만, 물길을 돌려 새로운 길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그랬으면 좋겠다.
 
천탈관이득일점(天脫冠而得一點, 천자가 모자를 벗은 대신 점을 하나 얻었고)
내실장이황일대(乃失杖而橫一帶, 내자가 지팡이를 잃고 허리에 띠를 둘렀네)
 
김삿갓이 자기를 무시한 사람에게 엿 먹이는 욕이다. 이 뜻은 ‘개새끼’란다. 저리 품위 있게 욕을 하기엔 모든 게 너무 급한 시대라 우리가 그 시절의 방법으로 화풀이하고 분노를 표출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소리 지르던 바보 아들의 말처럼, 때 묻지 않은 우리의 아이들에게만은 욕설을 물려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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