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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황교안, 내 제안에 확답 안하면 통합팀 없다” 통첩

교착 상태, 보수통합 활로 찾을까

황교안(左), 유승민(右)

황교안(左), 유승민(右)

보수 통합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일 황교안(사진 왼쪽) 한국당 대표가 대통합 추진을 선언했고, 바른미래당 내 ‘변혁’(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인 유승민(오른쪽) 의원이 “의지가 있으면 대화하겠다”고 화답했지만 더는 진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신용호 논설위원이 간다]
유승민 “보수 위해 그냥 못 합친다”
황교안, 어떤 반응 내놓을지 관심
중재자 누군지 물밑 뒷얘기도 나와
발표도 2주 지연, 조국 국면 못살려

1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9층 유승민 의원실을 찾았다. 유 의원은 변혁의 신당추진기획단 공동단장인 유의동 의원과 얘기를 나누고 난 후 기자와 만났다. 그는 “굉장히 어려운 요구인 것이 사실이지만 보수가 다시 살기 위해서 3원칙에 대한 분명한 답이 있어야 한다”며 “황교안 대표가 아직 확답을 안 했다”고 말했다. 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유 의원이 황 대표의 조속한 확답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보수 재건의 3대 원칙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 보수로 나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고 제안했다. 유 의원은 이어 “(황 대표의 확답이 있을 때까지) 보수통합추진팀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확답 없이 팀을 만들어 통합 논의에 들어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제3지대 통합이나 탄핵 불문 등의 뜻을 밝히기는 했지만 유 의원의 3대 원칙에 대해 명시적으로 답하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한국당 내부에선 “황 대표의 지난 6일 선언문에 보수 재건 3원칙이 녹아있는 만큼 통합 논의를 빨리 시작하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미 원유철 의원을 단장으로 한 보수통합추진단을 꾸렸다. 유 의원 측 한 인사는 “황 대표가 밝힌 제3지대 통합 등이 유 대표의 원칙과 비슷한 것 같아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모양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기본적인 원칙에 대해 양쪽의 신뢰가 구축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가 의지만 확실히 보이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유 의원은 대화 말미에 “무조건 합치라는 목소리가 내게도 왜 안 들리겠느냐”며 “하지만 보수의 미래를 위해 그냥 합칠 수는 없다”고 했다. 유 의원과 뜻을 같이하는 변혁 내부에선 갈수록 황 대표의 태도에 대한 불만이 높아가는 것도 사실이다. 변혁 소속 한 의원은 “황 대표가 지지율이 떨어지자 보수통합 선언을 내놓은 것처럼 지지율이 올라가면 태도가 바뀌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황 대표가 기초를 튼튼히 하지 않고 통합 드라이브만 걸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논의 정체 속 베일 벗는 물밑 협상
 
황 대표는 지난 6일 대통합 추진을 선언했다. 하지만 당초 야권 통합 추진 선언의 D- 데이는 지난달 20일쯤이었다. 황교안·유승민 측의 물밑 공감대가 이뤄진 때가 그 무렵이었다. 하지만 황 대표는 그때가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주저하던 사이 시기를 놓쳤고 27일을 다시 D- 데이로 잡았다.
 
그런데 이 무렵 나경원 원내대표의 ‘표창장’ ‘패스트트랙 가산점’ 논란이 불거졌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날짜를 며칠 미뤄야 했다. 그랬더니 ‘박찬주 폭탄’이 터지면서 더 정신이 없어졌다. 황교안 리더십 비판이 봇물 터지듯 했고, 지지율이 조국 사태 이전으로 다시 돌아갔다. 급기야 김태흠 의원이 영남·강남 3구 3선 이상 물갈이론을 제기하면서 당이 급격히 흔들렸다. 황 대표는 이때 승부수로 통합 카드를 빼 든다. 그게 당초보다 2주 이상 늦은 6일이었다.
 
D- 데이가 2주 이상 늦춰지는 바람에 황 대표는 하나를 얻고 하나는 잃었다. 전략적 측면에선 조국 사퇴 후인 20일이 적기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조국 이슈에 이어 보수 통합 이슈가 이어진다면 한국당이 정국 주도권을 계속 쥐고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를 놓쳐 주도권 잡기가 물 건너갔고, 물밑 공감대를 가졌던 유승민계와는 신뢰에 금이 갔다. 변혁의 한 의원은 “그때 황 대표가 통합할 의향이 있기는 하냐고 진정성에 의심을 가졌었다”고 했다.
 
반면 얻은 것도 있다. 한국당 친박계 일부는 탄핵을 인정한 유승민 의원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당이 급격한 위기에 몰리자 오히려 공개적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평상시 발표가 나왔다면 ‘한국당 혼자 가자’는 주장이 나왔을 텐데 아직까지는 조용한 편”이라고 했다.
  
옛 ‘미래연대’ 안 보고 황교안 OK
 
황 대표는 통합 플랜만큼은 참모들의 보조를 받지 않고 직접 통화하며 챙긴다고 한다. 황 대표는 어떤 경로로 물밑 통합 논의를 이어왔을까. 지난 8월 김무성 의원이 ▶당명 변경 ▶공천은 국민여론방식 등이 담긴 방안을 유승민계에 전달한 게 통합 플랜의 물꼬였다.
 
옛 ‘미래연대’ 인사들도 나섰다. 미래연대는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내 개혁 성향의 인사들 모임이다. 미래연대 출신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 권영세 전 주중대사, 변혁 소속 정병국 의원 등이 보수 통합안을 만들었다.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도 함께 했다.
 
원유철(左), 정병국(右)

원유철(左), 정병국(右)

이들은 지난 9월 중순부터 정기적으로 모여 안을 다듬어 ▶헐고 짓는 신당 ▶공정한 공천 방식 등에 대한 원칙을 세웠다. 정병국 의원이 유승민계와 소통했고, 황 대표는 박형준 전 수석이 맡았다고 한다. 이들이 양쪽으로부터 OK를 받은 게 10월 중순이었다. 황 대표의 당초 발표 D- 데이(20일)가 그래서 나왔다. 여기에 원유철 한국당 의원이 힘을 보탰다. 그는 지난 8월 말 황 대표로부터 보수 통합에 역할을 해달라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그는 지난 10월 중순 유승민의 3원칙에 대해 황 대표에 설명했고 “내 생각과 큰 차이가 없다”는 답을 얻어냈다. 물밑 통합 논의 과정에서 역할을 한 정병국·원유철 의원을 11일 각각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정병국 “통합 못 하면 죄인”
 
정병국 의원은 “통합을 못 하면 역사적 죄인이 된다”며 “그런 각오로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연대 통합 프로세스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던데.
“뜻 있는 사람들이 모여 고민을 하고 의견을 냈다. 통합 실현을 위해 여러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왜 통합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섰나.
“저는 탄핵을 찬성한 사람이고, 정치 개혁을 위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는데 탄핵의 반대급부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행태를 보니 박근혜 시절보다 더하다. 그래서 진보 독재를 막는 게 우선 과제가 됐고 통합 논의를 시작하게 됐다.”
 
변혁 신당추진단이 “한국당과 통합 없다”고 했는데.
“신당추진단이 통합을 전제로 한다면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의 입장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황 대표의 의지를 어떻게 보나.
“의지는 있는 것 같다. 과연 의지가 선거를 위한 통합이냐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정치 세력을 위한 통합이냐에 관해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 명확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황 대표에 대한 당내 분위기는.
“황 대표에게 과연 진정성이 있느냐는 의문이 있다. 유승민 의원의 통합 원칙에 대해 분명한 답이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니 작은 사안들이 오해를 낳고 불신을 낳는다.”
 
공천 문제가 결국 핵심일 수 있지 않나.
“국민이 바라는 공천, 객관적 절차와 원칙을 정해서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게 중요하다.”
  
원유철 “황교안, 모든 걸 걸었다”
 
한국당 보수통합추진단 단장인 원 의원은 “새집 짓기를 위해 한국당 간판을 내릴 수 있다”며 통합에 ‘올인’하고 있다.
 
통합 논의에 진전이 없고 “한국당과 통합 없다”는 말도 나온다.
“신당추진단에선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다. 신당을 추진하면서 통합을 한다는 게 앞뒤가 안 맞지 않느냐. 저는 반드시 통합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게 국민이 가라는 길이다.”
 
황 대표의 의지는 어느 정도인가.
“확실하다. 이미 8월부터 해야 한다고 내게 말했다. 총선 승리에 실패하면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막는 게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모든 걸, 정치 승부를 여기다 걸었다.”
 
변혁 쪽 의원들이 황 대표의 태도에 대해 불만이 적지 않다.
“황 대표의 메시지가 없다, 뭐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안다. 지금은 체계가 안 잡힌 상태다. 내용을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어 불만이 나오게 돼 있다. 역시 무게 중심은 유승민 의원이다. 그 의중이 중요하다. 황 대표는 거기에 코드를 맞출 거다.”
 
다당제가 가능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합과는 상극인데 변수가 되지 않겠나.
“총선만 보고하나. 대선도 있고, 국민이 마음을 주는 데 바구니가 여러 개 있으면 주고 싶겠나.”
 
보수 재건 3원칙
바른미래당 내 ‘변혁’의 대표인 유승민 의원이 보수 통합을 위해 제안했다. 3대 원칙은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 보수로 나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다.

 
신용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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