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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적발 땐 아웃” 혈세 낭비 오명 버스 준공영제에 메스

서울시는 출근 시간대 등에 ‘다람쥐 버스’를 7개 노선에서 31대 운행 중이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는 출근 시간대 등에 ‘다람쥐 버스’를 7개 노선에서 31대 운행 중이다. [사진 서울시]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사는 20대 직장인 임모씨의 출근길은 지난해 3월부터 달라졌다. 출근 시간(오전 7~9시)만 운행하는 8221번 버스가 생기면서다. 서울시는 이 버스를 ‘다람쥐 버스’라고 부른다. 승객이 과밀한 구간(승차 인원 60명 이상) 약 10㎞를 쳇바퀴처럼 오간다. 이전까지 임씨의 동네에서 지하철 답십리역으로 가는 버스는 145번밖에 없어 혼잡했다. 임씨는 “승객이 다람쥐 버스와 145번 버스로 적절히 분산되면서 둘 다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버스 준공영제 덕분에 다람쥐 버스가 생겼다.
 

서울시가 인사·노무도 감사 맡고
표준원가제 시행, 인센티브 확대

전문가 “현 체계서 실효성 의문
협회 틀에선 경쟁력 제고 한계”

버스 준공영제란 지방자치단체가 시내버스 운영 회사의 손실(운송비용 대비 운송수입 부족분)을 세금으로 보전하는 제도다. 서비스 질을 높인 측면이 있다. 서울시가 준공영제를 도입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3조6693억원을 지원했다. 매년 약 2500억원을 지원한다. 지난해 운영비에다 누적 부채 지원금까지 5402억원이 나갔다.
 
시내버스 재정지원액.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시내버스 재정지원액.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장점이 있지만 세금으로 버스 회사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정도가 과해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서울 한 버스 회사의 노동조합 지부장 A씨는 서울시 등에 자신의 직무를 ‘운전직’이라고 속여 인건비를 청구했다. A씨가 이런 수법으로 5년간 부당 수령한 인건비는 1억6000만원에 이른다. 지난 9월 서울시는 점검을 통해 인건비를 부당하게 타낸 의혹이 있는 버스 회사 51개(전체 회사 65개의 79%)를 무더기로 적발했다.
 
서울시가 버스 준공영제를 대폭 손질한다. 회사의 경쟁력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우선 중대한 비리나 사고를 일으킨 회사는 준공영제에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한다. 세금을 한 푼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우선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은 “이런 강력한 조치는 처음”이라면서 “구체적인 퇴출 기준 등은 전문가·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들어 확정한 후 버스 업계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버스 운송수입금(버스 요금, 광고 수익 등)과 재정 지원액은 모두 ‘운송수입금 공동관리업체 협의회’(수공협)로 들어갔다가 버스 회사로 배분된다. 한 해 여기로 모이는 돈이 약 1조5000억원이다. 운송수입금 83%, 재정 지원액 17%를 차지한다. 버스 운영비는 표준운송원가(인건비·유류비·이윤 등)를 기준으로 업체별 대수 등을 정산해 지원한다.
 
서울시는 수공협 감시 기구로 전문가·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수공협 검증 소위원회’를 운영한다. 또 표준원가제를 시행한다. 지금까지 표준운송원가의 80%를 차지하는 인건비·연료비는 한도 내에서 버스 회사에서 쓴 만큼 정산해줬다. 하지만 앞으로는 정해진 표준원가를 기준으로 지급한다. 경영 성과가 좋은 회사에 인센티브를 늘린다. 서울시의 감사 범위를 인사·노무로도 확대한다.
 
버스 업계와 전문가들은 취지엔 공감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도군섭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 실장은 “운송수입금과 세금 모두 수공협에 들어갔다가 배분되는 구조에서 비리를 저지른 한 업체에 운송수입금만 정산해 주기란 어려울 것”이라면서 “환승할인 같은 준공영제의 책임은 다하는데, 세금 지원을 안 한다면 회사는 경영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준공영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과감한 개선안을 내놓은 건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경영 성과와는 무관하게 표준운송원가를 배분하는 수공협이란 틀 안에선 회사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다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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