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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병철 마지막 질문 24개, 그것에 답했던 차동엽 신부 선종

 베스트셀러 『무지개원리』의 저자인 차동엽(세례명 노르베르토) 신부가 12일 새벽 선종했다. 향년 61세.  
 
 
고인은 가톨릭계의 ‘스타 신부’였다. 저서 『무지개원리』는 100만부 이상 팔렸고, 단일 저서로는 가톨릭 출판물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그밖에도 『잊혀진 질문』『뿌리 깊은 희망』등 40여 권의 책을 집필했다.  
 
1958년생인 고인은 서울 관악산의 달동네 난곡에서 자랐다. 연탄과 쌀배달을 하며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다. 81년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가톨릭대에 들어가 91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이후 미국 보스턴 대학에서 수학하고,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성서신학으로 석사, 사목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천 가톨릭대 교수를 역임했고, 성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미래사목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했다.  
 
2006년에는 미래사목연구소의 후원 계좌로 100만원이 입금된 적이 있었다. 입금자 이름은 ‘김수환’이었다. 연구소 직원들은 다들 “동명이인이겠지”생각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김수환 추기경이 소리소문 없이 후원을 한 것이었다. 차 신부가 뒤늦게 인사를 하자 “차 신부님의 모든 일을 후원합니다”라며 응원의 한 마디도 잊지 않았다. 고인은 가톨릭계에서는 긍정적 의미의 ‘별종’이었다. 제도와 조직에 갇히지 않고 미래사목연구소를 따로 꾸려서 ‘가톨릭의 앞날’을 고민했다.  
 
 
건강은 썩 좋지 않았다. 간혹 바깥에서 점심약속을 할 때면 자신의 도시락을 따로 싸 가지고 다녔다. 간의 해독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다. 그런데도 치열한 집필과 강연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2009년 ‘다윈 탄생 200주년, 『종의 기원』150돌’을 맞아 중앙일보가 마련한 ‘물리학자-신부의 열린 대화’에서는 물리학계의 거두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창조와 진화’를 주제로 놓고 깊이 있으면서도 열려 있는 대화와 토론으로 독자들을 감동시켰다.  
 
차동엽 신부가 장회익 교수와 함께 명동성당 앞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차동엽 신부가 장회익 교수와 함께 명동성당 앞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당시 고인은 “우리는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 3차원에 살고 있다. 그런데 하느님은 3차원 너머에 계신 초월적인 존재다. 그러니 하느님의 창조는 3차원에서 이뤄진 게 아니다. 4차원이나 5차원, 아니면 6차원 너머에서 이뤄졌을지도 모른다. ‘하느님이 실제 진흙으로 인간을 빚었다’는 이해 방식은 3차원적 사고에 갇힌 거다. 그런 생각은 신앙적으로 더 큰 잘못이다. 초월적 존재의 하느님을 인간의 3차원적 사고 안에 가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그걸 떠나 계신 분이다”라며 “창조론과 진화론은 대립하지 않는다. 우리는 진화론 속에도 창조의 손길이 있다고 본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또 삼성의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이 타계하기 한 달 전에 천주교 신부에게 건넸던 24개의 종교적 물음에 대해 차 신부가 답하기도 했다. 20년 넘게 잠자던 질문지가 고(故) 박희봉 신부와 고인의 은사인 정의채 몬시뇰을 거쳐 차 신부에게 전해졌다. 고인은 질문에 대한 답을 모아서 『잊혀진 질문』이란 책으로도 출간했다.    
 
 
이병철 회장이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신은 왜 자신의 존재를 똑똑히 들어내 보이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고인은 “우리 눈에는 공기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공기는 있다. 소리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의 영역이 정해져 있다. 가청영역 밖의 소리는 인간이 못 듣는다. 그러나 가청영역 밖의 소리에도 음파가 있다. 소리를 못 듣는 것은 인간의 한계이고, 인간의 문제다. 신의 한계나 신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빈소는 인천교구청 보니파시오 대강당, 장례미사는 14일 오전 10시 답동주교좌 성당에서 거행된다. 장지는 인천 서구 백석하늘의 문 성직자 묘역이다. 032-765-6961.
 
글=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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