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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우리가 제일 전문가” 외부 조언에 귀막은 국토부

지난 4월 29일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밀집 지역 [연합뉴스]

지난 4월 29일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밀집 지역 [연합뉴스]

국책 연구기관에서 오랫동안 부동산을 담당해온 K연구원은 최근 기자에게 “정부가 전문가들 말을 좀 들었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정부가 외부 조언에 귀를 닫고 독선적으로 정책을 펴다 시장 불안, 서울 등의 집값 폭등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고위 관료들, 집값 폭등 지적 외면
공급위축 우려에도 ‘분상제’ 강행
정부 믿다 집 못 산 사람들 분통

지난 8일 국토교통부와 기자단의 간담회에서 이런 의견을 A고위 관료에게 전했다(K연구원이라고 밝히지는 않았다). 왜 국토부가 전문가 말을 안 듣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러자 A관료는 “지금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진짜 전문가인가”라며 “거의 모든 전문가가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를 채울 목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제일 전문가”라고 했다. B고위 관료도 거들었다. “기사에 자주 나오는 C교수, D교수는 기자들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 그때그때 말을 바꾼다.”
 
두 관료의 말은 일견 타당하다. 행정고시를 통과하고 주택 정책을 이끄는 국토부 관료들은 최고 전문가 집단 중 하나인 게 분명하다. 또한 일부 교수가 때때로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과장된 발언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국토부가 다른 전문가들을 무시하고 자신들을 최고로 내세우는 태도는 위험하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주위의 말을 듣지 않으면 판단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부가 제대로 판단하는지 의심되는 대목이 상당하다. 국토부는 경제 교과서에 나오는 기초적인 시장 원리마저 부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공급 위축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상한제 지역을 지정한 지난 6일 방송에 출연해 “공급 위축 우려는 언론 등의 공포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2007년 민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했을 때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을 제외하면 공급이 줄지 않았다는 이유다. 백번 양보해 당시 공급 축소 부작용이 거의 없었을 수 있다. 하지만 운 좋게 부작용이 없었을지라도 부작용 위험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가격을 찍어 누르면 공급 축소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상식은 변하지 않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이 점을 수차례 인정한 바 있다.
 
사례는 또 있다. 국토부의 판단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몇 번의 부동산 대책만으로 주택 시장을 안정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현 정권 들어 2년 반 만에 나온 부동산 대책은 17번에 달하는데 주요 타깃인 서울 아파트값은 오히려 20% 이상(KB국민은행) 뛰었다. 서울 아파트 등에 쏠리는 부동자금을 분산시킬 목적인 상장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육성 대책, 정비사업 비리 근절 대책까지 합하면 총 대책 수는 더 불어난다. 박상준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는 “일본 등 선진국들은 한국처럼 단기간에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은 현 정권 국토부에 2년 반을 더 의지해야 한다. 계속해서 외부 목소리에 귀를 막고 마구잡이로 칼을 휘두르면 서울 등의 집값을 잡기는 불가능하다. 정부를 믿고 집 살 타이밍을 흘려보낸 무주택자들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국토부가 진정으로 주택 시장을 안정화하고 싶다면 겸손한 자세로 귀를 여는 것부터 할 일이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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