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이메일 받기를 하시면 기사 업데이트
메일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서정진 회장의 한탄 "임상 100% 성공? 그건 100% 거짓말"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판교 히어로

“임상 100% 성공을 얘기한다면, 그건 100% 거짓말이다.”

한국 바이오산업(이하 K-바이오)의 선두 주자인 서정진(62ㆍ사진) 셀트리온 회장이 최근 잇따라 임상 3상의 문턱 앞에서 좌절하는 K-바이오의 현실에 관해 쓴소리를 내놓았다. 지난달 28일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사진 셀트리온]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사진 셀트리온]

 

"투자자에 무조건 된다고 하면 불신 불러" 

맨손으로 글로벌 바이오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셀트리온을 일군 그는 “바이오는 명확한 확률을 근거로 성공 가능성을 얘기하는 산업”이라며 “(임상 성공 가능성이) 해당 분야 평균 성공률보다 5~10%가 높다고 얘기할 순 있어도, 이런 통계를 무시한 채 100% 성공 운운하는 건 100%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서 회장의 셀트리온은 사람의 항체에 기반한 바이오복제약(바이오시밀러)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지난해 매출은 1조원에 육박한다.
 
그는 이어 “진정한 과학자이고, 진짜 바이오산업 종사자라면, ‘임상 3상에서 성공한다’고 말하기보단 ‘임상 결과가 나와봐야 한다’고 말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투자자와 얘기할 때도 ‘업계 평균 성공률은 어느 정도고 우리가 가진 신약후보 물질은 이보다 얼마나 높다’고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투자자에게 무조건 된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연구비를 조달하다 보면 결국 투자자의 불신은 깊어지고, 이제 태동 중인 국내 바이오산업은 결국 무너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셀트리온 실적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셀트리온 실적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 9월 들어 위축 

실제 조금씩 K-바이오에 투자를 꺼리는 움직임도 읽힌다. 11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바이오ㆍ의료 분야 투자액은 8929억원에 달한다. 이미 지난해 투자액(8417억원)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월별 투자 추이를 살펴보면 조금 다르다. 5월부터 8월까진 매달 1000억원 이상의 신규 투자가 이뤄지다가 9월 들어서는 487억원으로 급감했다. 
 
서 회장은 이와 관련 "임상이란 결국 많은 노하우와 경험이 필수"라면서 "한 예로 임상 디자인 역시 미국 식품의약처(FDA) 같은 허가 기관과의 충분한 사전 교감을 통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만큼 비용이 들더라도 관련 경험이 많은 해외 전문가 집단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부 K-바이오 몸값 너무 비싸" 

서 회장은 현재를 "경험치를 더 많이 쌓아야 하는 일종의 ‘축적의 기간’"으로 평가했다. 같은 맥락에서 임상 1ㆍ2상 단계에서 후보물질을 외부에 파는 라이선스 아웃(License out)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했다.
 
“자금이 많이 드는 임상 3상 등은 거대 기업의 투자를 통해 진행하는 식으로 ‘위험 분산(Risk Sharing)’이 이뤄지는 산업구조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다. 또 서 회장은 “신약 후보 물질들이 적정한 값에 가치 평가를 제대로 받아야 기술거래가 더 활성화되는데, 지금 일부 K-바이오 업체의 몸값은 너무 비싸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기업 가치 부풀리기에 대한 우려다.
 

"창업하려면 목숨 걸 각오해야" 

그는 바이오 부문의 국내 대표적 성공한 창업가이다. 서 회장에게 ‘창업 성공의 비결’을 묻자, 그는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창업을 위해선 목숨을 걸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시대의 변화 흐름을 읽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그의 삶이 그랬다. 충북 청주의 연탄가게 집 아들로 태어난 그는 삼성전기와 한국생산성본부, 대우자동차 등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 직장을 잃었다. 재취업이 안 돼 술독에 빠져 살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뭐라도 해보겠다’는 생각에 벤처기업을 차렸다. 후에 셀트리온이 된 넥솔이다. 이후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 비싼 오리지널약을 계속 쓸 수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 그를 움직였다. 이후 그는 무작정 바이오산업의 본산인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갔다. 
 
2002년 셀트리온 설립 계약 체결 당시의 모습. 오른쪽 둘째가 서정진 회장. [사진 셀트리온]

2002년 셀트리온 설립 계약 체결 당시의 모습. 오른쪽 둘째가 서정진 회장. [사진 셀트리온]

 
그곳에서 싸구려 모텔을 전전하면서도 매일 스탠퍼드 대학의 토머스 메리건 에이즈 연구소장을 찾아갔다. 만남을 거절당하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보름여가 지나도록 매일 같이 연구소로 찾아오는 서 회장에게 메리건 연구소장은 결국 한장의 추천서를 써줬다. 그가 바이오 사업가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포브스 선정 세계의 부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포브스 선정 세계의 부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금도 직원들 '블라인드' 보는 이유는 

너무나 흔한 말이긴 하지만 그는 “사업은 ‘운칠기삼(運七技三ㆍ인생은 운이 70%이고 노력이 30%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그가 생각하는 운(運)이란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올바른 의견과 노력’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이어 대한민국 2위, 전 세계 181위의 부자(미 경제전문 매거진 포브스 기준, 보유 재산 81억 달러)가 된 지금도 서 회장이 직장인 애플리케이션(앱)인 ‘블라인드’를 매일같이 직접 꼼꼼히 살피는 이유다. 그는 “우리 직원들은 블라인드에서 회사 욕도 하곤 하지만, 그래도 거기에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지혜를 배울 수 있다”며 웃었다.
 

관련기사

 

다음 목표는 U 헬스케어

서 회장의 다음 관심사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U 헬스케어(Ubiquitous Healthcare·유무선 기술을 통한 원격 건강관리) 사업이다. 이미 2년 전부터 북유럽 국가들과 협의 중이다. 헬스케어 관련 예산의 증가로 고민하는 선진국이 많다는 현실을 사업에 접목했다. 그는 인구 500만~1000만명 선의 유럽 국가들을 위한 U 헬스케어 플랫폼을 구축한 뒤 원격 의료가 허용되는 국가에서 먼저 사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지식과 경험을 구축한 뒤 장기적으로 국내에도 관련 기술을 적용한다는 목표다. 
 

"대한민국 2위 부자이지만, 순댓국이 맛있다" 

성공한 창업가인 그는 자신을 “대한민국에서 몇 안 되는, (거의) 전 계층을 살아본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실제 그는 건국대학교 재학 당시 학비 마련을 위해 택시 운전사로 일했다. 이후 샐러리맨을 거쳐, 중소ㆍ중견기업 운영자에서 대기업 총수가 됐다. 
 
셀트리온 창업 초기엔 신체 포기각서를 쓰고 사채까지 끌어다 썼다. “더는 팔수 있는 부분이 없을 정도”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더는 갈 곳이 없다’는 생각에 극단적인 결심까지 했지만, 이를 악물고 시련을 견뎌냈다. 그리고 결국 성공했다.  
 

남은 꿈은 사회 통합 

그런 그에게 남은 꿈은 “사회 통합을 위해 기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소위 성공이란 걸 하고 여러 계층을 살아봐도 여전히 순댓국이 맛있고, 제육볶음이 생각나곤 한다”며 “돈을 얼마를 더 버는 것보다는 후세가 잘살 수 있도록 사회 통합을 이뤄내고 싶다”고 했다. 
 
그 시작은 65세에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이다. “회장이라고 다른 임원들과 다른 기준을 적용받으면 그건 독재”라는 말도 했다. ‘오너 경영자가 은퇴하긴 65세는 너무 젊지 않나’란 질문엔 “은퇴 후에 에너지가 남아 있다면 사회를 위한 다른 일을 하면 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서 회장은 “돼지 농사를 잘 지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영ㆍ미식 비즈니스 세계에선 창업이 "새끼 돼지를 키워 중간 돼지 단계에서 이를 팔아 이익을 챙기는 식이라면, 한국 기업인은 그보단 사회적 책임까지 다하는 ‘돼지 농사’를 짓는 마음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그리고 그는 “나 말고 돼지 농사를 잘 지은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관련기사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이메일 받기를 하시면
기사 업데이트 시 메일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기자들의 연재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