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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식의 마음을 동시에 짠하게 만드는 ‘용돈’

기자
박헌정 사진 박헌정

[더,오래] 박헌정의 원초적 놀기 본능(55)

“중학생 용돈 얼마가 좋을까요?” 인터넷에 올라온 질문이다. 어려운 문제란다. 아이들은 돈이 필요할 때마다 엄마한테 타서 쓰고, ‘집-학교-학원’이 생활 공간의 전부다. 굳이 필요한 돈은 간식비나 교통비 정도다. 물론 돈 쓰기 ‘교육’ 차원에서 주기도 한다. 아이에게 당장 절실하지 않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을 정하려니 어려울 만하다.
 
그런데 인생행로가 시작되어 스스로의 생활을 운영해야 하는 대학생이 되면 용돈은 아주 현실적인 문제다. 학비는 비싸고 부모 수입에도 한계가 다가온다. 그러니 스스로 벌어 쓰기도 하고, 부모는 부모 대로 힘 닫는 데까지 도와준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대학생은 꽤 많은 돈이 필요한, 그러나 벌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는 신분이다.그래서 용돈은 부모와 자식을 모두 미안하게 만든다. [사진 Pixabay]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대학생은 꽤 많은 돈이 필요한, 그러나 벌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는 신분이다.그래서 용돈은 부모와 자식을 모두 미안하게 만든다. [사진 Pixabay]

 
얼마 전에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두 아이가 내려왔기에 구경 삼아 전주 한옥마을 야시장에 다녀왔다. 호기심 끄는 음식이 많아 군것질하라고 약간의 용돈을 주자 어릴 때 추억이 떠오르는 듯 좋아하면서도 선뜻 고르지 못한다. 학교식당의 실속 있는 한 끼와 이곳의 재미난 음식들 사이에서 가치가 비교되는가 보다. 그걸 보니 애잔하게 가슴이 아려온다. “저것 사주세요” 조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돈의 가치와 위력을 알고 신중해졌다. 머지않아 돈의 속박이 무엇인지 깨닫는 순간도 올 것이다.
 
아이들의 한 달 용돈은 45만원씩이다. 주변에 물어보고 계산하고 아이들과 의논해서 정했는데 그 돈으로 교통비, 식사, 책값, 옷값, 통신, 이·미용 등을 알아서 해결한다. 물론 가끔 특별지원하는 것은 별도다. 덜 준다는 집도 있고 50만~60만원 이상 준다는 집도 있다.
 
통계를 보면 부모가 주는 대학생 자녀의 한 달 평균 용돈은 28만원이고(신한은행), 대학생 절반이 한 달에 50만원 이상 쓴다고 한다(캠퍼스 잡앤조이). ‘용돈’ 개념이 다른지 두 조사결과에 꽤 차이가 있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요즘 물가수준에선 어찌해도 28만원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 이 차이를 아르바이트로 메우는 걸까? 객지에서 공부하는 학생의 경우 더 많은 돈이 필요할 테고,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가 뭉쳐 있어 용돈만 떼어 생각하기도 어렵다.
 
전주 한옥마을 야시장. 우리 아이들은 학교식당의 실속 있는 한 끼와 이곳의 재미난 음식 사이에서 가치가 비교되었는지 돈이 있어도 선뜻 쓰지 못했다. [사진 박헌정]

전주 한옥마을 야시장. 우리 아이들은 학교식당의 실속 있는 한 끼와 이곳의 재미난 음식 사이에서 가치가 비교되었는지 돈이 있어도 선뜻 쓰지 못했다. [사진 박헌정]

 
세상의 모든 돈이 그렇듯이 용돈 역시 주는 입장에서는 버겁고 받는 입장에서는 약하다. 그러니 각자 벌어 각자 쓰는 게 정답이다. 우리 아이들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중고거래 사이트도 이용하며 알뜰하게 산다. 사실 부모로서는 아이들이 학점이나 스펙 등을 쌓아 좋은 곳에 취직하기를 기대하지만, 이런 진지한 경제관념과 생활태도만 있다면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든 행복하게 살지 않을까 싶다.
 
나의 대학생 시절, 용돈 달라고 하면 어머니는 늘 1만원씩 주셨다. 요즘 같으면 10만원일 텐데, 경제적으로 긴장을 풀 수 없던 공무원 집안에, 삼형제 모두 대학생이던 살림형편을 생각하면 큰돈이었다. 그 돈이면 삼겹살 2인분(5000원)에 소주 두 병(1000원), 생맥주 2000cc(2000원)와 노가리(1000원), 커피 두 잔(1000원)이 가능했다. 물론 나 역시 과하지도 인색하지도 않게 요령껏 썼다.
 
한번은 버스에서 퇴근길의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께선 맥주 한잔하자며 동네 정거장 앞 통닭집에 들어가셨다. 신용카드도 없던 시절, 아버지의 지갑 걱정도 하지 않은 채 ‘이게 웬 횡재냐?’하며 맥주와 통닭을 실컷 먹고 집에도 포장해왔다.
 
어리게만 생각되던 아이가 때가 되니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돈도 벌고 사회경험도 얻기 위해서라고 의젓하게 말하지만 부모 마음에는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적응되어 능숙해졌다고 한다. [사진 박헌정]

어리게만 생각되던 아이가 때가 되니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돈도 벌고 사회경험도 얻기 위해서라고 의젓하게 말하지만 부모 마음에는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적응되어 능숙해졌다고 한다. [사진 박헌정]

 
그 시절 아버지의 1만 원이나, 지금 나의 10만 원이 대수롭지 않은 돈은 아니다. 그러나 그때의 아버지나 지금의 나, 이 땅의 50대 가장들에게 돈으로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마음 놓이는 건 역시 가족을 위해 쓰는 일이다. 게다가 돈 쓰는 재미가 느껴지는 일이 항상 있는 것도 아니다. 젊은 시절에 그렇게도 갖고 싶던 전자제품, 옷, 시계, 고급차… 관심 떨어진 지 오래됐다. 그에 비해 아이들은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많고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당시 아버지의 지갑에는 그리 많은 돈이 들어있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요청할 때마다 돈이 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너희가 쓰는 돈이 미래이고, 희망이다. 우리한테는 행복이고. 넉넉히 주지 못해 미안할 뿐이다”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지금 내가 아이들한테 갖는 마음이다.
 
아이가 커서 돈과 자기 미래와의 연관성을 알게 되는 때를 ‘제 밥벌이할 때 되었다’고 한다. 다 컸다는 뜻이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짠해지기 시작하는 때다. 입 쩍쩍 벌려 먹이 받아먹는 새들처럼, 몸은 컸어도 아직 날 수는 없는 어정쩡한 시기, 아이들도 자기 학비와 용돈이 부모의 등골임을 안다. 자기가 제때 날아오르는 게 모두 공존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도 잘 안다. 그게 세대가 이어지는 순리다.
 
어머니께서 주시던 1만원은 꽤 큰 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먹고 놀라고 주는 용돈이 아니고 성장하라고 뿌려주던 비료였다. 흥청망청 쓰지 않아 다행이다. [사진 Pixabay]

어머니께서 주시던 1만원은 꽤 큰 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먹고 놀라고 주는 용돈이 아니고 성장하라고 뿌려주던 비료였다. 흥청망청 쓰지 않아 다행이다. [사진 Pixabay]

 
우리 집 근처에는 대학이 있다. 가끔 마트에서 알뜰하게 장 보는 자취생들을 보면 우리 아이들이 생각난다.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은 더 강해지는 게 보이는데, 떨어져 사는 우리 부부의 마음은 이상하게도 점점 약해진다.
 
모든 대학생이 졸업과 동시에 원하는 대로 척척 취업이 되는 세상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한 시름 놓고 많든 적든 편한 마음으로 용돈 받아가며 자기가 원하는 공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부에 매달릴 수 있을 텐데.
 
수필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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