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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문 대통령, 하산길이 더 위험하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권력은 하산길이 위험하다. 말씀 한마디면 늘 헤드라인 뉴스로 알아서 다뤄주는 방송과 신문, 청와대에서 용역을 받는 여론조사 기관의 잘 짜여진 조사 결과 덕분에 문재인 대통령은 하산길의 위험을 못 느낄 수 있다. 거기다 약간의 잡음은 있어도 큰 틀에서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보고하는 충성스런 내각과 청와대 참모들, 민주당의 일사불란한 뒷받침, 사슴을 말이라 해도 무조건 맞다고 호응해 주는 특별한 군중들까지 있으니 더 그럴지 모른다. 그런데 위험 중에서 가장 큰 위험은 위험을 깨닫지 못하는 위험이다. 이런 종류의 위험을 일깨우는 우화가 있다.
 

“손목 자르고 싶다”는 등돌린 민심
‘무조건 지지층’에 싸여 현실 못 봐
짐을 가볍게, 빈수레는 솎아 내야

나무 그늘에 매달려 한가롭게 노는 매미는 잎사귀에 몸을 숨기고 자기를 노리는 사마귀를 느끼지 못한다. 매미 잡는 데만 정신이 팔린 사마귀의 뒤에는 새가 날아와 덮치려 하고 그 새는 뒤에서 화살을 겨누는 사냥꾼을 알아채지 못한다. 『장자』에 나오는 얘기인데 화자는 오수형이망신(吾守形而忘身)이라고 한탄했다. “내가 드러난 형상에 집착하느라 몸에 닥친 위험을 잊었다”는 뜻이다. 권력의 피라미드에선 가장 안전한 꼭대기에 대통령이 위치해 있지만 하늘 위에 자신을 뽑아준 국민이 매처럼 쏘아보고 있다는 점을 문 대통령이 잊어선 곤란하다. 민심은 바다와 같아서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마 문 대통령은 강기정 정무수석이나 김조원 민정수석한테 2년반 전 그를 찍었다 등을 돌린 사람들이 “내 손목을 자르고 싶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는 민심은 보고받지 못했을 것이다. 성난 민심을 수습하지 않고 대통령이 정상적인 통치를 하기는 어렵다. 민심의 둑이 한번 터지면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조치를 취해도 막을 수 없다. 이 사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문 대통령이 누구 보다 실감했을 터다.
 
하산 때는 몸을 가볍게 해야 사고를 피할 수 있다. 무거운 짐을 가려 덜 필요하거나 덜 급한 것들은 내려 놓는 게 현명하다. 예를 들어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뜬금없이 발표한 2025년까지 특목고·자사고 일괄 폐지 정책은 세상을 더 큰 혼란에 빠트리기 전에 어서 포기하는 게 좋을 듯하다. 사람들은 조국 학습을 통해 ‘당신네 자식은 특목고에 다 보내놓고 내 아이는 개천에서 붕어, 가재, 개구리로 살아가란 말이냐’는 분노에 휩싸였다. 학생, 학부모의 운명을 뒤바꾸는 정책을 공청회 한번 없이 시행령 하나로 뚝딱 해치운 유 장관의 행위는 입법부가 행정부에 위임한 권한을 넘어선 헌법과 법률 위반 사건이다. 국회의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 국민저항운동을 부를 것이 불보듯 환하다. 문 대통령이 이런 불요불급한 정책을 방치하다간 정권유지 비용이 그만큼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임기 전반부 권력이 절정기에 달했을 때 사학법, 국가보안법, 신문법, 과거사법의 개폐를 무리하게 추진했으나 야당이 주도하는 4대악법 저지 국민운동에 막혀 순식간에 정권의 위기를 맞았다. 결국 정권재창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하산기에 들어선 문 대통령의 지금 권력은 노 대통령 때 보다 약하다. 반면 국민의 저항은 더 크다. 문 대통령은 양자를 정밀하게 비교해 현실에 맞는 정책을 써야 할 것이다.
 
사람도 손볼 사람은 손을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대안도 없이 일본과 군사정보 보호협정 파기를 주도해 대통령을 욕보인 김현종 청와대 안보2실장은 경질했으면 한다. 그의 유효기간은 끝났다. 국제 정치의 현실을 가볍게 보고 미국한테 약한 모습 보이면 “글로벌 호구가 된다”고 큰 소리 치더니 청구서 액수만 커져 날아왔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이 헛되지 않다.
 
하산길에 접어든 문 대통령은 정책의 무거운 짐을 내려 놓아야 한다. 쓸데 없이 자꾸 짐을 만드는 사람들을 솎아낼 필요가 있다. 지나치느니 모자라는 게 낫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정치를 생각할 때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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