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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서두르면 일을 망친다, 교육은 더 그렇다

염태정 내셔널팀장

염태정 내셔널팀장

재수하는 아들이 얼마 전 학원서 돌아오면서 빵과 초콜릿을 가져왔다. 평소 보지 못하던 거라 뭐냐 물었다. 그랬더니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같은 학원에 부산서 올라온 친구가 있는데 엄마가 친구들과 나눠 먹으라면서 보내줬다는 거다. 공부를 위해 부산서 서울까지 어린 아들을 보내놓고 친구 관계까지 신경 써야 하는 그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집만 서울로 옮기지 않았을 뿐 맹모삼천지교가 따로 없다. 조금이라도 공부 더 잘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으면 지역 내 이사는 물론 부산서 서울까지 재수 유학을 보내고 싶은 게 대다수 부모 마음이다. 그러니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방침을 밝힌 후 정부가 아무리 ‘그렇게 안 되게 하겠다’해도 강남 8학군, 목동 같은 이른바 교육 특구의 부활과 집값 상승, 지역 서열화 얘기가 나온다.
 
문제는 이런 지역 서열화가 가뜩이나 교육 여건이 나쁜 지방에 더 불리하다는 거다. 지방에 있는 자사고·외고는 지역 사회 발전에 일정한 기여를 하고 있다.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낮은 지역은 소득수준이 낮기보다는 교육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지역에 우수한 고등학교를 육성하거나 유치하고 지역 학생을 우선 선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거주지 효과를 고려한 상위대학 진학률 결정요인 분석’, 2009).
 
지금 헌법소원까지 얘기하며 자사고 교장 연합회 등에서 자사고·외고 폐지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공주 한일고, 경남 거창고처럼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해 명문으로 자리 잡은 지역 일반고에서도 선발권 제한에 반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생활 여건, 교육 여건이 나빠 지방을 떠나려는 교사도 많다. 경기도에 있는 교사는 서울로, 지방 교사는 서울·수도권으로 오려고 줄을 선다. 국회 교육위원회 박용진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타지역 전출을 신청한 교사는 경기도가 4112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충북(3162명), 충남(3028명), 경북(2861명) 순이다. 정부는 균형발전을 외치지만 현실은 교육에서조차 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다.
 
교육부는 고교 서열화 해소와 함께 일반고 교육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걸 이루기 위한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는 우수한 교사의 확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고 역량을 강화하고 ‘한 명 한 명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유은혜 부총리는 7일 기자회견에서 ‘교원 증원’을 말했다. 그런데 얼마나 진지한 고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낸 29쪽짜리 ‘고교 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 보도자료에 ‘교원 전문성 지원 등 역량 강화’ 부분이 있는데 반 페이지 분량에 불과하다. 기본적인 얘기가 짧게 담겨있을 뿐이다. 하루 전인 6일 범정부 인구정책 TF는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을 발표했는데 주요 내용 가운데 하나가 ‘교원 양성 규모 조정’이다. 쉽게 말해 교사 수 감축이다. 하루 사이에 한 정부 안에서 교사 증원·감축이 잇따라 나온다.
 
사실 몰랐다. 시행령만 바꾸면 자사고·외고를 이리 쉽게 없앨 수 있는지. 하지만, 아무리 시행령 개정이 행정부 권한이라 해도 이리 군사 작전하듯이 해선 안 된다. 교육은 모든 국민이 당사자인데 공론화 과정도 없다. 더욱이 이번 정부는 원전에서 공항 이전까지 주요 정책을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한다는 정부 아닌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상산고 문제가 한창 뜨겁던 지난 7월 공식 석상에서 자사고 폐지 공론화를 말하지 않았던가. 자사고·외고 폐지는 교육선택권에서 균형발전까지 고려해야 할 변수가 상당히 많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하고 서두르면 일을 망친다. 교육정책은 특히 더 그렇다.
 
염태정 내셔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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