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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메르켈, "옛 동·서독 지역 격차 해소에 반 세기 더 걸릴 수도"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은 9일(현지시간) 독일 베르나우어 스트라스에서 시민들이 분단의 상징이었던 장벽에 꽃을 꽂고 있다. [AP=연합뉴스]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은 9일(현지시간) 독일 베르나우어 스트라스에서 시민들이 분단의 상징이었던 장벽에 꽃을 꽂고 있다. [AP=연합뉴스]

11월 9일로 30주년을 맞은 독일의 베를린 장벽 붕괴는 분단됐던 독일의 재통일과 동유럽 공산체제의 종식을 상징하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30년 전인 1989년 독일은 급박했다. 그해 9월 25일 동독 라이프치히에서 시민들이 시작한 반정부 시위는 10월 9일 이후 매주 열리는 월요시위로 이어졌다. 10월 18일 동독 최고지도자 에리히 호네커가 물러났지만, 시위는 그치지 않았다. 월요 시위에선 ‘우리가 인민이다(Wir sind das Volk)’라는 구호가 등장했고 베를린에선 ‘우리는 하나의 국민이다(Wir sind ein Volk)’라며 재통일을 요구하는 는 외침도 나왔다. 11월 3일 베를린 100만 명 시위에 이어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독일인들은 자유롭게 동·서를 오가게 됐다. 감격의 시간이었다. 결국 동독 집권 독일 사회주의 통일 당은 공산주의 일당독재를 포기하고 90년 3월 18일 첫 자유 선거를 했고 그해 10월 3일 동독의 주들이 개별적으로 독일연방공화국(서독)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재통일을 이뤘다.
 

30년 지난 지금 독일은 몸살중
91년 동독 1인당GDP 서독 43%
2000년 67%, 2018년 75%로
옛 동독 주민 57% “우린 2등 시민”
실업 속 “이민자 탓” 극우 득세

‘우리가 인민이다’ 공산체제 청산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당시 브란덴부르크 개선문 앞 장벽의 모습. [AP=연합뉴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당시 브란덴부르크 개선문 앞 장벽의 모습. [AP=연합뉴스]

베를린 장벽이 이렇게 무너진 지 30년이 지난 지금, 통일의 감동은 경제 현실이 주는 무게감으로 바뀌었다. 옛 동독 지역에서 정치적으로 극우와 옛 공산 세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옛 동독지역인 튀링겐 주의 지방 선거에선 공산당 계열의 좌파당이 득표율 29.7%로 1위,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23.8%로 2위를 각각 차지했다. 연방의회의 집권당으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속한 기독민주당(CDU)은 이 지역에선 22.5%를 득표로 3위에 머물렀다. CDU의 득표율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2위를 차지했던 당시보다 11%포인트나 떨어졌다.
 
반이민을 외치는 AfD는 지난 9월 옛 동독지역인 작센 주와 브란덴부르크 주 선거에 이어 튀링겐 주에서도 2위를 차지하며 확장세를 이어갔다. AfD로 상징되는 극우 성향 세력의 확산 배경에는 독일 전체를 휩쓸어온 반난민·반이슬람 정서와 함께 옛 동독지역이 독일 내에서 ‘2등 시민’으로 대접받는다는 불만이 함께 자리 잡았다. 유럽연합(EU)에서 국경이 사라지고 난민을 받아들이면서 동유럽 출신과 무슬림(이슬람 신자) 이민자가 옛 동독 지역으로 이주하자 극우세력이 실업난을 이들 탓으로 돌리면서 세력을 키우고 있다.
 
옛 동·서독 지역 간 경제 격차는 실제로 어느 정도일까. 지난 9월 25일 독일 연방 경제에너지부가 발표한 ‘독일 통일 현황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옛 동독지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옛 서독지역의 75%, 평균임금은 84% 수준이다. 이것만 떼고 보면 옛 동독 지역이 소외됐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옛 동독지역의 1인당 GDP는 재통일을 이룬 91년 42.9%에서 2000년 67.2%, 2008년 70.9%로 그동안 꾸준히 격차를 좁혀왔다.
 
게다가 옛 동독지역의 경제는 유럽 최고 수준인 옛 서독 지역보다는 떨어지지만, 유럽 전체로 보면 상위권이다. EU 통계청인 유로스타가 지난 2월 26일 발표한 ‘2017년 지역별 1인당 GDP’ 통계에 따르면 독일은 EU 평균(3만 유로)보다 많은 3만9000유로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함부르크(6만4700유로)·브레멘(4만9700유로)·바이에른(4만6100유로)·바덴뷔르템베르크(4만5200유로)·헤센(4만5000유로)이 4만 이상으로 상위권을 이뤘다. 모두 옛 서독 지역이다.
 
옛 동독지역인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2만6700유로)·작센안할트(2만7400유로)·브란덴부르크(2만7800유로)·튀링겐(2만8900유로)·작센(2만9900유로)은 모두 2만대로 하위권을 형성했다. 동·서 베를린을 합친 베를린은 3만7900유로로 중간이며, 나머지 옛 서독지역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3만8700유로)·자를란트(3만8600유로)·니더작센(3만6500유로)·라인란트팔츠(3만5700유로)·슐레스비히홀슈타인(3만2400유로)은 3만대를 유지했다. 옛 동·서독 지역의 경제 양극화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통계다.
 
옛 동독 경제 유럽 전체선 상위 
 
89년 구호인 ‘우리가 인민이다’가 지난 8월 극우파 시위에도 나왔다. [로이터=연합뉴스]

89년 구호인 ‘우리가 인민이다’가 지난 8월 극우파 시위에도 나왔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착시 현상도 있다. 옛 동독지역의 1인당 GDP는 유럽 최고인 옛 서독 지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게 보이지만 유럽 전체로 보면 상당히 많다. 국가와 비교하면 옛 동유럽 체제전환국인 체코(1만8100유로)·헝가리(1만2700유로)·폴란드(1만2200유로)와는 체급이 다를 정도다. 서유럽의 이탈리아(2만8500유로)·스페인(2만5100유로)과 비슷하며, 지역끼리 비교하면 영국·프랑스도 대도시 등 일부 경제 중심지를 제외한 지역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다. 옛 동독지역은 재통일로 공산주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체제전환을 한 효과를 인제 와서 톡톡히 누리는 셈이다.
 
근본 문제는 주민들의 박탈감이다. ‘독일 통일 현황 연례보고서’가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 옛 동독지역 주민의 57%가 자신을 ‘2등 시민’으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주가지수인 DAX에 들어가는 30대 기업 중 옛 동독지역에 본사를 둔 업체가 전무하다는 사실도 이런 심리를 부추긴다.
 
이에 따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옛 동·서독 지역 간 격차 해소는 여전히 독일 국내 정치의 핵심 과제로 남았다. 메르켈 총리는 9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옛 동·서독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는 데 반세기가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은 독일의 깊은 고민이다. 독일 재통일의 감동은 짧고, 쓰라린 현실은 길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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