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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다 더 사랑한 건 사람이었네

전북 고창(1976·작품 부분), 59x89㎝, 이하 젤라틴 실버 프린트. [사진 김녕만]

전북 고창(1976·작품 부분), 59x89㎝, 이하 젤라틴 실버 프린트. [사진 김녕만]

넓은 신작로 길 위에 여인이 걸어간다. 머리 위에 짐을 올린 것으로도 모자라 토종닭 한 마리를 손에 꽉 움켜쥐고서. 저 멀리 달려가는 택시는 길 위에 마른 먼지만 피워올리고 있다. 오늘 해가 떨어지기 전에 그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여인은 씩씩하게 앞만 보고 걷는다.
 

김녕만 개인전 ‘기억의 시작’
70년대 촬영 초기작 40점 공개

김녕만(69) 사진작가가 1976년 전북 고창에서 찍은 사진이다. 40여년 전 어느 날 장에 나섰던 우리네 어머니의 다부진 뒷모습이 세월을 거슬러 우리 앞에 섰다.
 
전북 부안(1973), 30x45㎝. [사진 김녕만]

전북 부안(1973), 30x45㎝. [사진 김녕만]

바닷가에서 수박 껍질을 모자처럼 머리 위에 쓰고 숟가락을 들고 있는 벌거숭이 꼬마도 눈길을 끈다. 다 같이 남루하고, 고단하고, 배고팠던 시절의 우리와 이웃의 모습이다. 작가는 친근한 풍경 속 사람들을 어루만지듯이 애정 어린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그가 낚아 올린 그 순간들이 지금 우리에게 묻는다. 소년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느냐.
 
지난 오십여 년간 카메라를 메고 길 위에 있었던 김녕만 작가의 개인전 ‘김녕만, 기억의 시작’이 서울 강남대로 스페이스22에서 열리고 있다. 70년대 중앙대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동아일보 사진기자와 잡지(‘사진예술’) 발행인을 거쳐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초기 작품들을 조명하는 자리다. 70년대 촬영된 사진 등 그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 40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북 금릉(1983), 30x45㎝. [사진 김녕만]

경북 금릉(1983), 30x45㎝. [사진 김녕만]

사람들의 진한 땀 냄새가 배어난 듯한 이 사진들엔 작가의 특별한 설렘도 함께 배어 있다. 가난한 시골 청년이던 작가가 빌린 카메라로 공모전에 낼 사진을 찍고, 암실도 없이 한밤에 이불 속에서 현상한 필름으로 사진을 만들고, 그 상금으로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던 시절에 찍은 것들이다. 모두 어려웠던 시절이었지만, 사람들의 온기에 끌려 셔터를 누르던 청년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읽힌다.
 
예술기획자 신수진씨는 “김녕만의 초기 사진은 스승 임응식(1912~2001)의 생활 리얼리즘적 소재를 이어받고, 이후 인생의 멘토였던 이명동(1920~2019)으로부터 관찰 방식과 태도의 영향을 받았다”며 “결정적 사건 없이도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2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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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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