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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아니고 롤드컵…게임 팬들이 영화관 점령했다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3일 ‘2019 LoL 월드 챔피언십’ 한국팀 T1 대 유럽팀 G2의 4강전을 지켜보며 관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3일 ‘2019 LoL 월드 챔피언십’ 한국팀 T1 대 유럽팀 G2의 4강전을 지켜보며 관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 3일 오후 8시,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 극장에서 e스포츠 ‘LoL(롤·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4강전이 생중계됐다. 대형 스크린 속에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국팀 SKT T1 대 유럽팀 G2의 가상 전투가 벌어졌다. 한국 선수 ‘페이커’(본명 이상혁)가 상대팀 공격을 피하자, 야구장 못지않은 함성이 쏟아졌다.
 

단일 e스포츠 경기 중 최대 규모
전국 영화관 생중계 티켓 불티
메가박스 4강전 판매율 100%
영화관, 콘서트·스포츠 중계 늘어

“와, 저거 ‘킬각’(죽을 상황)인데 저걸 어떻게 피하냐!”
 
객석에서 들려온 감탄. 관객들은 함께 온 일행과 각자 플레이 경험을 나누며 전력 분석에 몰두했다. 한국팀이 4세트 만에 3:1로 패했을 땐(5판 3승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 외쳤다. 유럽과 시차 탓에 자정이 다 돼 경기가 끝났는데도  대부분 관객이 자리를 지켰다.
 
이날 4강전은 코엑스점을 비롯해 메가박스 서울·경기·부산 5개관, CGV는 서울·인천·대전·광주 5개 점 7개 관에서 생중계됐다. 최장 5시간까지 경기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어 두 극장 모두 관람료는 평소 영화 값보다 다소 비싼 1만8000원. 그런데도 메가박스 객석 판매율은 100%에 육박했다. 전국 5개관 중 단 1석을 제외하고 전석이 매진됐다. 객석 판매율 83%를 기록한 CGV는 특히 용산·영등포점이 예매 오픈 당일 전석 매진되며 총 2개 상영관을 추가로 열었다.
 
‘롤’은 한 마디로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온라인 게임. 한정된 공간(맵)에서 다섯 캐릭터(챔피언)가 팀을 이뤄 상대 팀과 상대진영 탑(타워)을 파괴하면 이긴다. 개발사 ‘라이엇게임즈’에 따르면 2011년 출시 이래 이용자가 꾸준히 늘면서 지금은 매월 세계 1억명 이상이 게임에 접속한다. 세계 각국 리그 프로팀이 매해 토너먼트식으로 겨루는 ‘롤 월드 챔피언십’, 일명 ‘롤드컵’은 올해 9년째로 현재 단일 e스포츠 경기 중 최대 규모다.
 
특히 2017년까지 5년 연속 우승을 거머쥔 한국에서 지난해 개최된 결승전은 19개 언어로 생중계돼 전 세계 9960만 명이 지켜봤다. 경기가 열린 인천 문학 주경기장은 한국팀이 결승에 오르지 못했음에도 전석이 매진됐다. 최고가 6만 원짜리 결승전 티켓을 220만원에 거래하는 암표까지 나왔다.
 
한 나라에도 여러 팀이 있고 다국적 팀도 있다 보니 국경을 초월해 좋아하는 팀·선수를 응원하는 문화도 강하다. 한국 정규 리그(LCK·롤 챔피언스 코리아) 팀 중엔 올해 그리핀·담원 게이밍도 롤드컵에 도전장을 냈지만, SKT T1만이 준결승에 올랐다. 특히 이 팀을 7년째 이끌어온 선수 ‘페이커’는 국내외 팬덤이 두텁다.
 
지난해 예능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MBC Every1)에선 서울에 온 스웨덴 여행객이 “한국 선수 중에 ‘페이커’란 사람은 즐라탄(스웨덴 국가대표 축구선수)보다 유명하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3일 스크린을 통해 지켜본 마드리드 현지 관중석에서도 한국식 응원 구호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치는 외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기자가 있던 극장 관객들도 질세라 응원봉을 흔들었다. 5년째 롤을 해왔다는 대학생 전우진(25)씨는 “혼자 집에서 컴퓨터로 경기를 봐왔는데 여럿이 소리를 지르면서 보니까 재미있다”고 말했다. “평소 영화를 보러 극장에 오지 않는데 게임 때문에 왔다”는 관객도 있었다. 20대 중반이라 밝힌 여성 관객은 “주변 친구들이 남녀 할 것 없이 다 게임을 한다. 극장에서 또 중계하면 오고 싶다”고 했다.
 
CGV에 따르면 이날 연령별 예매 관객 비율은 20대가 65.7%로 가장 많고 30·40대가 뒤를 이었다. 라이엇게임즈는 “한국 정규 리그는 관람객 남녀 비율이 58.5%대 41.5%로, 전 세계 롤 게임 이용자 남녀 비율이 9.5대 0.5인 것에 비교해 여성 비중이 상당히 높다”면서 “보는 스포츠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는 방증”이라 분석했다. 또 “한국 정규 리그는 축구로 치면 영국 프리미어 리그와 유사할 만큼 높은 위상과 실력을 갖춰 상위 라운드 진출 가능성이 높다”면서 “내년엔 보다 쌍방향으로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더해 극장 생중계를 또 하고 싶다”고 전했다.
 
극장들도 새로운 고객 유입 기회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2013년 이래 연간 극장 영화 관객 수는 2억명대에서 정체해왔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대형 극장 체인들은 영화 이외의 콘텐트를 발굴해왔다. CGV는 2005년부터 콘서트·코미디쇼·이종격투기 등 생중계 이벤트를 시도해왔다. 2010년 월드컵 한국 대 우루과이 전은 객석 판매율이 91%에 달했다. 최근엔 아예 이런 영화 외 콘텐트를 전담하는 부서도 생겨났다.
 
메가박스 역시 2009년부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위성 생중계 등으로 클래식 팬층을 사로잡아왔다. 지난달 메가박스·CGV·롯데시네마 등에서 생중계된 방탄소년단 월드 투어 콘서트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더 파이널’은 1만3000여 석이 순식간에 거의 매진됐다.
 
e스포츠 극장 중계도 이번 흥행과 함께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도 한국팀 결승 진출이 불발됐는데도 게임 팬들의 호응으로 CGV와 메가박스 각 2개 관에서 생중계됐다. 새로운 콘텐트 시장이 열리며 극장가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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