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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와 맞서라…방송+통신 ‘3강의 탄생’

방통(방송·통신) 융합이 물꼬를 트면서 미디어 빅뱅이 본격화한다. 정부가 통신사인 SK텔레콤의 인터넷TV(IPTV)인 ‘SK브로드밴드’(SKB)와 케이블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티브로드’와 합병, 통신사인 ‘LG유플러스’의 케이블 SO ‘CJ헬로’ 인수합병을 한날 동시에 승인하면서다.
 

공정위 ‘방통 융합 M&A’ 승인
조성욱 “과점 우려보다 소비자 편익”
LGU+, CJ헬로 합쳐 유료방송 2위
SKB,티브로드 합병…1위 KT 추격
이통사 중심 콘텐트 시장 새판짜기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인수합병(M&A)을 최종 승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혁신 경쟁을 촉진하고 방송·통신사업자가 급변하는 기술·환경 변화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당 기업결합을 승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KT 황창규 회장, LGU+ 하현회 부회장,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왼쪽부터).

KT 황창규 회장, LGU+ 하현회 부회장,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왼쪽부터).

이번 승인은 통신사와 유료방송사 간의 ‘빅딜’의 첫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통신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신규가입자 유치가 어려운 데다, 이통 ‘빅3’ 간의 무선 분야 경쟁력에 차이가 없어 레드오션으로 변한 지 오래다. 이에 이통사들은 홈미디어·콘텐트 등에서 수익을 창출하며 미디어 영역을 새로운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이번 M&A를 통해 자사 미디어 콘텐트를 더 차별하고,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등 첨단 기술과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는 게 이통사들의 판단이다.
 
업계에선 플랫폼 강자인 통신사와 콘텐트에 강한 미디어 그룹 간의 ‘빅 딜’이 추가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2위 통신사인 AT&T가 3대 미디어 그룹인 타임워너를 인수하고, 1위 통신사인 버라이즌은 CBS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한국 OTT포럼 회장)는 “M&A를 통해 거대 방통 복합체로 몸집을 불려 글로벌 시장에서 ‘규모의 경쟁’을 벌이는 추세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케이블·인터넷의 경계가 의미 없는 시대가 됐다”며 “플랫폼 강자인 통신사를 중심으로 하는 통합 온라인동영상(OTT) 서비스가 활성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공정위 판단은 3년 만에 정반대로 달라졌다. 2016년 ‘독과점’을 이유로 SKT의 CJ헬로 인수합병을 불허했다가, 이번에 첫 ‘방통 융합’ M&A를 승인한 것이다. 그새 시장 환경이 급격히 ‘방통 융합’으로 바뀌면서다. 내수 시장을 과점하는 이통 3사조차 구글·넷플릭스·디즈니 같은 글로벌 플랫폼·콘텐트 기업과 치열한 경쟁에 내몰렸다. 그새 국내 시장을 이들에게 넘겨줄 위기에 처했다. 조 위원장은 “(SKT의 CJ헬로 인수를 불허한) 3년 전과 달리 유료방송 시장이 급속히 디지털 중심 시장으로 재편됐다”며 “인수합병으로 인한 소비자 편익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방통융합으로 시장 재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방통융합으로 시장 재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공정위는 시장 독과점 우려를 막기 위한 ‘조건부 승인’이란 점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2022년 말까지 ▶케이블 TV 수신료 물가상승률 초과 인상 금지 ▶케이블TV 채널 수 및 소비자 선호 채널 임의 감축 금지 ▶고가형 방송 상품으로 전환 강요 금지 ▶모든 방송 상품에 대한 정보 제공 등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다만 시정조치엔 당초 쟁점이 된 ‘교차판매 금지(기업결합 이후 각각 영업망에서만 각자 상품 판매)’나 홈쇼핑 송출 수수료 인상 제한 같이 다소 ‘센’ 내용은 빠졌다.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조 위원장은 “결합상품 할인 판매 등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봤을 때 교차 판매를 금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산업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에서 공정한 시장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는데도 약한 시정조치를 부과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두 건의 빅 딜 승인으로 KT가 독주하던 유료방송 시장은 ‘3강’ 체제로 재편된다.
 
추격받는 1위 KT에 딜라이브 인수도 풀어줄까
 
조성욱. [연합뉴스]

조성욱. [연합뉴스]

LG유플러스는 1위인 KT(시장점유율 30.07%)를 바짝 쫓는 2위(24.54%)로 올라선다. 기존 2위였던 SKB는 LG유플러스와 비등한 점유율(23.92%)을 가진 3위 사업자로 3사가 각축을 벌이는 구조로 바뀐다.
 
통신사의 케이블TV 인수합병은 미디어 시장판도 변화와 맥을 같이 한다. 1995년 출범한 케이블TV는 국내 처음으로 유료방송 서비스를 시작해 과거 지상파 3사가 독점하던 방송 콘텐트 유통 구조를 깨뜨렸다. 2009년 가입자 수 1514만명을 찍었다. 하지만 지난해에 IPTV 가입자 수가 케이블TV 가입자 수를 넘기면서 유료방송 시장 ‘왕좌’가 바뀌었다. 케이블TV 인수를 통해 가입자가 늘면 콘텐트 구매와 홈쇼핑 수수료 협상 등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진행할 수 있다.
 
SKT와 LG유플러스는 이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유료방송 사업자 1위인 KT는 셈법이 복잡해지게 됐다. KT는 서울 지역 최대 케이블TV 기업인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책 불확실성으로 발목이 잡혀있다. 유료방송시장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전체의 3분의 1(33.3%)을 넘지 못하도록 한 합산 규제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일몰됐지만, 국회는 아직도 재도입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KT와 딜라이브가 결합하면 점유율은 37%가 된다.
 
세종=김기환 기자, 박태희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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