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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만 응시' 직군에 정년 짧게 준 국정원···"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연합뉴스]

[연합뉴스]

‘고졸 또는 고졸 이상의 학력을 소지한 여성’만 응시할 수 있는 직군의 정년을 다른 직군보다 짧게 정한 것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것일까.

 
국가정보원에서 일했던 여성 계약직 직원 2명이 “여성 직원의 정년만 짧게 한 것은 위법”이라며 낸 공무원 지위확인 소송에서 대법원이 상고심 심리를 시작한 지 6년 만에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여부를 다시 심리하라”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여성 많은 직렬은 만43세, 다른 직렬은 만 57세?

이모(54)씨와 김모(54)씨는 1986년 국정원에 기능직 공채로 입사했다. 이들은 출판물 편집 등을 맡았고 이후 전산사식(포토샵 등 편집 업무 담당) 직렬로 편입돼 일했다. 그런데 IMF사태 이후 공무원 조직에도 변화가 생겼다. 1999년 국정원은 구조조정 등의 이유로 전산사식, 입력작업, 전화 교환, 원예 등 6개 직렬을 폐지한다. 소속 직렬이 폐지된 두 사람은 전임 계약직으로 다시 임용돼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며 2010년 퇴직했다. 2012년 이들은 “여성만 종사한 전산사식 직렬은 근무상한연령이 만 43세고 남성만 종사한 원예직은 근무상한연령을 만 57세로 규정한 것은 성차별”이라며 소송을 냈다. “계약직으로 2년을 초과해 일했으므로 기간제법에 따라 무기 계약직 근로자(계약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했다.
 
1심은 이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은 “전산사식 직렬에 주로 여성들이 근무했다는 사정만으로 근무상한연령이 만 43세인 것이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불합리하게 차별하기 위해 설정된 것이라고는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국정원이 전임 계약직을 뽑으며 공고한 근무상한연령은 안전직렬은 만 30세, 간호사ㆍ영양사ㆍ원예직은 만 57세, 전산사식, 안내 등의 직렬은 만 43세였다. 이를 근거로 1심 법원은 “근무상한연령은 직렬별 각 해당 직무의 기능과 특성에 기초해 구별해 설정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원고들이 무기 계약직 공무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기간제법 시행령의 예외조항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두 사람은 당시 국가정보원법 시행령 위임에 따라 국정원장이 채용 기간을 별도로 정한 계약직 직원이어서 기간제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항소심도 이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항소심은 문제가 된 ‘만 43세의 근무상한연령’이 여성만 차별한 것인지를 다루지 않았다. 항소심은 “이들은 계약직 공무원으로 계약 기간이 만료돼 퇴직한 것이지 근무상한연령에 도달해 퇴직한 것이 아니다”고 전제하며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여부를 심리하지 않았다. 이어 항소심은 “계약직 공무원에게는 기간제법을 적용할 수 없다”며 이들의 무기 계약직 근로자 간주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 "항소심,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심리 부족"

대법원은 이런 항소심 결론에 대해 “충분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우선 대법원은 이 사건의 다양한 쟁점 중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부분만 판단한다고 전제했다. 항소심에서 다뤄야 할 여러 쟁점 중 이 부분을 아예 다루지 않은 것은 명백한 파기 사유라는 취지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ㆍ퇴직 및 해고에서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다. 또 이런 남녀 차별 분쟁 해결에서 그 증명은 사업주가 부담한다고 규정한다. 근로기준법 역시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즉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대우하는 규정은 규정의 형식을 불문하고 강행규정인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에 위배돼 무효다.

 
대법원은 1999년 폐지된 전산사식 직렬의 채용 공고에서 ‘고졸 또는 고졸 이상 학력을 소지한 여성’에게만 응시 자격을 부여한 점에 주목했다. 국정원 사실조회 결과 근무상한연령이 만 43세였던 전산사식 직렬 직원은 모두 여성이었고, 만 57세였던 영선ㆍ원예 직렬은 모두 남성이었던 점도 근거가 됐다.
 

"사실상 여성 전용 직군, 합리적 차별 이유 사업주가 대야"

대법원은 이를 토대로 "전산사식 직렬은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이었고, 영선ㆍ원예 직렬은 사실상 남성 전용 직렬이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은 "국정원은 직렬이 폐지되고 계약직 직원 규정을 만들면서 전산사식 분야의 근무상한연령을 영선이나 원예 분야의 근무상한연령보다 14년이나 낮게 정했다"며 "여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는 국정원장이 증명해야 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항소심이 이 연령 규정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인지 아닌지 전혀 심리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알려왔습니다  
2019년 11월 10일 기사가 나간 뒤 11일 국가정보원에서 다음과 같이 알려왔습니다. 국정원은 "임기제(구 계약직) 직원의 근무상한연령 관련 규정은 2018년 6월 개정하여 지금은 해당분야의 남녀정년이 모두 60세로 동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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