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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국민우롱 취업사기"···경찰, CJ ENM 윗선도 조사

프로듀스 시리즈의 4번째 시즌인 '프로듀스X'. 이 시즌을 통해 조작 전말이 드러나고 있다. [사진 네이버 TV 캡쳐]

프로듀스 시리즈의 4번째 시즌인 '프로듀스X'. 이 시즌을 통해 조작 전말이 드러나고 있다. [사진 네이버 TV 캡쳐]



“당신의 소년ㆍ소녀에게 투표하세요”
“국민 프로듀서님, 잘 부탁드립니다”

 
‘최애’(最愛)의 데뷔를 위해 생방송 문자투표에 참여했던 ‘국프’(국민 프로듀서)들은 ‘호갱’(호구+고객)이었을까. ‘시청자가 뽑은 연습생들이 데뷔한다’는 홍보 문구를 믿고 건당 100원을 지불하고 #0011로 문자를 보냈다면, 일정 부분 호갱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지난 5일 연예기획사들로 부터 향응을 제공받고 문자 투표 결과를 조작한 혐의(사기 및 배임수재)로 구속된 케이블채널 엠넷(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 PD 안모씨 등이 순위 조작 혐의를 인정하면서다. 법원은 “범죄 혐의가 상당부분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구속 사유를 밝혔다.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에서 생방송 투표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안모 PD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에서 생방송 투표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안모 PD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현재 경찰 조사 등에서 안 PD가 순위 조작을 인정하고 있는 시즌은 ‘프로듀스48’(시즌3ㆍ2018년)과 ‘프로듀스X 101’(시즌4ㆍ2019년)라고 한다. 나머지 시즌 1ㆍ2에 대해서는 “순위 조작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핵심
이번 경찰 수사를 통해 그간 계속 불거졌던 ‘PD 픽(Pick)’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7월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엠넷 채널을 보유한 CJ ENM과 문자 투표 관리 업체 등을 압수수색해 투표 원본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투표 원본 데이터가 엠넷이 마지막 생방송 때 최종 발표한 데뷔 합격자와 다르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안 PD 등이 시청자 투표에 따른 순위가 아닌, 미리 정해둔 순위대로 합격자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제작진과 특정 기획사가 순위조작에 공모했고, 일부 기획사는 대가도 지급한 정황이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안 PD가 연예기획사들로 부터 유흥업소에서 수차례 접대를 받은 정황도 포착했다.
 
경찰은 접대 총액이 수천만원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경찰은 프로듀스 시리즈에 연습생을 출연시켰던 연예기획사 일부를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해 이 같은 관계를 파악했다.
 
#사건의 배경

발단은 시즌4인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의혹이었다.7월 마지막 생방송 경연에서 유력 데뷔 주자로 점쳐진 연습생들이 탈락하고 의외의 인물들이 데뷔조에 포함되자 팬들 사이에서 의구심이 나왔다.
 
특히 1위부터 20위 사이의 득표수가 모두 ‘7494.442’라는 특정 숫자의 배수라는 분석이 제기되자 논란이 더욱 확산됐다. 예컨대 1위 김요한은 7494.442에 178을 곱한 값인 133만4011표를 최종 득표했다. 다른 연습생의 득표수에서도 이런 패턴이 나타났다.
 
데뷔를 전제로 하는 프로그램인만큼 ‘취업사기’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자 CJ ENM은 곧바로 제작진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시청자 260명도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리고 제작진을 사기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시즌4 뿐 아니라 전 시리즈로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상세 내용

2016년 시즌 1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프로듀스101 시리즈의 흥행 비결은 ‘시청자들이 직접 뽑는 공정한 오디션'이었다. 문자 투표 방식은 기존 오디션과 비슷했지만, 앰넷 측은 심사위원의 평가가 반영되지 않고 “100% 투표로 선정된다”는 점을 내세웠다. 대다수의 시청자는 나의 의견이 프로그램에 반영되는 것으로 믿었다.
 
구속된 안 PD가 투표 조작을 일부 시인한 시즌3과 4를 통해 데뷔한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현재 활동 중이다. 하지만 조작이 일정부분 사실로 드러나자 이들도 의혹의 중심이 됐다.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지상파 3사 출연을 막아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순위 조작은 프로그램을 시청했던 국민들을 우롱한 것이고, 사회에 만연한 채용 비리나 취업 사기와 완전히 같은 맥락의 죄”라고 주장했다.
 
이에 아이즈원은 11일 예정된 첫 정규 앨범 발매와 컴백쇼를 연기하고 미리 녹화에 참여한 각종 프로그램에서도 편집됐다. 일부 시청자 사이에서는 이들 그룹을 다시 뽑아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엑스(X) 101'이 득표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CJ ENM과 기획사 한 곳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엑스(X) 101'이 득표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CJ ENM과 기획사 한 곳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뉴스1]

 
#향후 전망
현재 경찰은 엠넷의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 학교’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최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PC 저장자료 등을 분석하는 한편, 관련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해왔다고 한다.

 
특히 안 PD와 함께 구속된 김 CP는 책임프로듀서로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주도하는 핵심 인물이라는 점에서 수사가 윗선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은 김 CP에 대해 금품이나 접대를 받은 정황은 없지만, 순위 조작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보고 있다.

 
앞으로 수사는 CJ ENM 본사 차원의 관여가 있었는지 여부를 가르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연예기획사까지 관여된 상황에서 최소한 ‘윗선 보고’는 올라갔을 수 있다는 가능성 ▶PD가 두 시즌에 걸쳐 독단적으로 문자 투표를 조작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꼬리자르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에 경찰은 세간에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투표 조작 과정을 CJ ENM 본사에서도 알고 직ㆍ간접적으로 개입했는지, 논란이 불거진 뒤 자료 삭제를 비롯한 증거인멸을 지시한 정황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CJ ENM 측은 “순위 조작에 회사 차원의 개입은 없으며, 성과급을 노린 제작진의 일탈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팬들도 배후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성명문을 내고 “프로듀스 프로그램과 이를 통해 데뷔한 아이돌 그룹을 통해 가장 큰 이득을 취한 것은 CJ ENM”이라며 “CJ ENM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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