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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가 자극적"···'성매매 방지' 영상 막은 버스광고회사

여성단체 간사 A씨는 최근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서울 버스 내 모니터에 영상 광고를 싣기로 협상을 마쳤는데, 두 달 만에 모니터 운영사 측으로부터 "해당 광고는 송출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아서다.
 
A씨가 속한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7월 서울시가 지원한 성평등기금으로 성매매 방지를 촉구하는 20초짜리 영상 광고를 제작했다. 노래방 등 유흥업소 간판이 흐릿하게 비치는 검은 배경 앞에 "공공연한 비밀, 성매매. 성매매 문제의 핵심은 ‘수요’에 있습니다. 성매매는 권리가 아닙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입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지나가는 영상이다.
서울 시내 버스 모니터 영상 광고를 담당하는 얍TV. [사진 얍TV]

서울 시내 버스 모니터 영상 광고를 담당하는 얍TV. [사진 얍TV]

전국연대는 광고대행사와 협의 끝에 한 달간 서울 시내 4개 노선을 다니는 버스 112대에 광고를 송출하기로 했다. 광고비는 대략 440만원이 책정됐다.
 
그런데 9월 말 광고대행사는 "보내주신 영상의 내용은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버스에서 송출하기 어렵다는 버스회사의 의견에 따라 광고 진행이 불가할 것 같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A씨는 "협상 단계에선 광고 내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듣지 못했다"며 "막판 한순간에 계약이 엎어져 황당하다"고 말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의 성매매 금지 캠페인 광고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의 성매매 금지 캠페인 광고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서울 시내버스 내 영상 모니터를 운영하는 한국버스방송주식회사(얍TV)가 이 광고를 거부한 이유는 뭘까. 얍TV 관계자는 "해당 영상을 심의했는데, (내부 심사에서) 성매매란 자막이 크게 들어가 자극적으로 표현됐다고 판단한 것 같다. 모든 연령대 승객들이 타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한 민원이 들어올 수 있어서 반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얍TV에 따르면 얍TV 모니터가 달린 서울 버스 이용객은 하루 평균 450만명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광주 버스에 실린 성매매 방지 광고. [사진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지난달 광주 버스에 실린 성매매 방지 광고. [사진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얍TV의 이런 설명에도 전국연대는 광고 게재 거부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구·광주·제주 등에선 버스에 ‘성매매’란 문구가 들어간 성매매 방지 광고가 노출된 적이 있어서다.
 
지난달 광주 버스에는 ‘성매매 알선은 불법입니다’라는 문구가 박힌 포스터 광고가 차량 겉면에 한 달간 걸렸다. 전국연대는 광고대행사에 구체적인 심사 기준을 요구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전화로 "모든 민원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만 들었다는 게 전국연대 측 설명이다. 

 
이유나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국 사회가 젠더갈등이 이슈가 되는 상황이다 보니, 성매매 관련 광고는 위기관리 측면에서 갈등 조장 리스크가 큰 광고라고 볼 수 있다"며 "요즘 소비자들은 자기 의사 표현에 익숙하기 때문에 바로 반응이 올 수 있다. 그래서 광고 업체 입장에선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 얍TV 측에 제공한 광고 제작 가이드라인. 해당 가이드라인을 충족해야 광고를 실을 수 있다. [사진 얍TV]

서울시에서 얍TV 측에 제공한 광고 제작 가이드라인. 해당 가이드라인을 충족해야 광고를 실을 수 있다. [사진 얍TV]

 
서울 버스 모니터 광고는 얍TV가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서울시를 통한 광고 게재 요청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버스 광고 계약과 관련한 사안에는 시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광고에 자극적 영상이 나오거나 성적 노출 장면이 등장하는 것도 아닌데, 성매매란 단어가 나온다는 걸 주요 이유로 들어 광고 게재를 거부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며 "청소년들도 알아야 할 사회 문제를 공론화하는 공익 광고가 한 곳에서 막혔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전국연대 산하 단체인 여성인권센터 '보다'의 이하영 소장은 "버스 광고 업체가 성매매란 단어를 청소년들에게 숨겨야 하는 대상으로 판단한 것 같아 안타깝다 "며 "성폭력·불법촬영을 범죄로 규정하고 공익 캠페인을 벌이듯 성매매도 같은 맥락에서 범죄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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